이 기사는 2023년 05월 19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에서 혁신성장금융 투자를 위한 펀드 결성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집행이 더디게 되고 있는 게 문제다. 밸류 산정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결성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투자금이 집행돼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인태 IBK기업은행(기은) 혁신금융그룹장(부행장)은 19일 더벨과의 통화에서 혁신성장금융 투자의 적시성을 강조했다. 기은은 벤처·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꾸준히 자체 역량을 키워왔다. 이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벤처 자회사 'IBK벤처스(가칭)' 설립을 논의할 전망이다. 벤처 투자업계 유동성이 메마른 가운데 시장의 활기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벤처 자회사 'IBK벤처스', 이달 이사회에서 설립 논의

기은은 혁신성장금융 지원에 보폭을 넓히기 위해 벤처 자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담당 조직인 혁신금융그룹 중심으로 IBK벤처스 설립을 위한 이사회 부의 안건을 준비하고 있다. 빠르면 이달 이사회에서 승인을 받고 자회사 설립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IBK벤처스 출자금은 1000억원이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지난달 '혁신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기은의 벤처 자회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기은이 자회사를 설립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컨설팅·네트워킹 등 보육 지원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도 지원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때 1000억원이 자본금이 되는 셈이다. 금융위는 초기 성장단계에 해당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모두 6조1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IBK벤처스가 시장 실패 위험이 큰 창업 초기 기업들에 단비가 되어줄지 주목된다. 이들이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걷기 전, 엔젤 영역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한다면 기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경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게 기은의 구상이다. 엔젤투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기은이 전면에 나서긴 어렵다. IBK벤처스를 설립하기로 한 이유이다.

앞서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벤처 자회사의 형태를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쪽으로 생각하는데 정부와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존에 기은이 보유하고 있는 캐피탈 자회사는 엔젤펀드를 운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벤처 자회사의 역할과 중복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태 혁신금융그룹장, '풍부한 현장 경험과 추진력' 강점

기은에서 혁신성장 투자 실무를 맡은 인물은 김인태 혁신금융그룹장(부행장·사진)이다. 김 부행장은 1966년생으로 충남 서천 출신이다. 서울 문일고등학교와 전주대 상업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노사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기은에 입행했다. 화성정남기업성장 지점장, 문래하이테크 지점장, 업무지원부장, 직원행복부장, 총무부장, 기업고객부장, 남부지역본부장 등을 거쳤다.

김 부행장은 올해 1월 신임 부행장으로 승진하며 임원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직전까지 경서지역본부장으로 일했다.

대한민국 대표 공단지역인 반월·시화, 구로·가산 지역본부장을 역임하며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금융지원과 위기극복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부행장으로 승진한 뒤 혁신금융그룹장으로 선임됐다. 풍부한 현장경험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모험자본 공급 확대라는 정책금융기관 역할 강화 임무를 부여받았다.

혁신금융그룹이 지금의 조직 형태를 갖추게 된 건 2020년부터다. 2019년까지 벤처·스타트업 지원을 전담하는 조직은 그룹이 아니라 부 단위였다. 기은은 기업 부문과 개인 부문으로 업무가 나뉘었는데, 기업 부문에는 기업고객그룹과 CIB그룹이 속했다. 기업고객그룹 내에 모두 5개의 부가 있었다. 그중에 '창업벤처기업부'가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맡았다.

창업벤처기업부는 2020년 혁신금융그룹으로 거듭났다. 부에서 그룹으로 조직 규모가 커지고 위상도 높아지면서 △혁신금융부 △혁신투자부 △창업벤처지원부 △IBK컨설팅센터 등 4개의 부를 거느리게 됐다. 몸집이 커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세분화되면서 벤처·스타트업 지원 업무를 다방면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김 부행장은 "이번 벤처 자회사 IBK벤처스는 혁신금융그룹이 분사하는 형태는 아니다"라며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해 엔젤투자를 전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