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지노믹스의 '혁신신약 꿈' 아셀렉스서 일단락 LG생과 초창기 이끈 조중명 회장 체제 '끝'… 후속 파이프라인 임상 지속 예단 어려워
최은수 기자공개 2023-05-25 13:14:22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3일 11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00년 조중명 회장 체제에서 '혁신신약 개발'을 목적으로 한 R&D 여정을 출발했다. 다만 조 회장이 지난달 지친 심신을 재충전한다는 목적으로 자진해서 리더십과 오너십을 함께 내려놨다. LG생명과학 출신이자 업계 아이콘 조 회장의 치세가 갑작스럽게 끝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완전히 새로운 기로에 선 상태다.약 한달 사이 최대주주까지 바뀐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사업 지향점은 '혁신신약'에서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20년 넘게 이어오던 신약개발의 꿈 또한 국산신약 아셀렉스 출시에서 멈출 전망이다. 과거처럼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며 막대한 임상 비용을 쏟아붓기엔 새 최대주주 인바이츠바이오코아가 '디지털 헬스케어'를 새 항로로 삼은 점이 걸린다.
◇20년 축적한 혁신신약 R&D, 만개도 전에 '부대사업'으로 역량 뺏겼단 평가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이번 인바이츠투자주식회사(지배기업 인바이츠바이오코아)를 대상으로 한 3자배정 유상증자로 설립 후 전환점을 맞았다. 2000년부터 줄곧 혁신신약 개발을 꿈꿔 온 조 회장 중심의 오너십이 급작스럽게 사라지게 된 영향이다.
이번 유증 이후 조 회장의 보유 지분 매각 시점이나 규모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오너십과 리더십을 함께 내려놓은 현 시점에서 놓고 보면 사실상 엑시트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상증자 및 RCPS 전환 이후 조 회장의 보유 지분은 5%대로 낮아진다.

시장 소통, 성과 측면에 대한 대내외 평가는 정반대였다. 적극적이지 않은 IR은 소액주주의 불신을 야기했고 2010년대 후반부턴 수면 위로도 떠올랐다. 조 회장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2015년 바이오벤처 중 처음으로 국산 신약(아셀렉스)을 출시하고도 신약개발 업체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거나,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평가한다.
기존 주주들은 아셀렉스를 기폭제로 삼아 신약개발에 역량을 모을 것을 주문했다. 다만 조 회장을 구심점에 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리더십은 아셀렉스 출시 이후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점이 눈길을 끈다.
10여 년 간 투자를 진행한 화일약품을 비롯한 타법인 출자의 경우 결과는 아쉬웠지만 신약 개발 후 상업화 단계를 고려한 전략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다만 2010년 후반부터 생활용품 판매(즐거운쇼핑) 신기술금융사(크리스탈바이오사이언스) 등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점에선 평가가 엇갈린다.
조 회장을 비롯한 C레벨은 신약 개발에 뒤따르는 리스크 헤지 목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같은 판단은 '외도'로 귀결된 모습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자체 발굴 파이프라인과 글로벌블록버스터 병용 임상 계획이 기존 대비 수 년 이상 지연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신사업을 벌이는 것도 일면 필요한 일이지만 임상 중심회사가 회사의 근간이자 핵심인 임상 계획을 온전히 수행하지 못하고 이를 매조지는 일을 소홀히 했다는 평가 또한 뒤따른다"고 말했다.
◇인바이츠생태계 내에서 '신약개발' 이어갈 수도 있지만… '비용 부담' 해소 필수
조 회장은 20여년 공들여 일군 핵심 파이프라인의 결과물을 확인하지 못하고 퇴진 수순을 밟는 모습이다. 기존 방향성의 구심점을 맡은 인물이 퇴진하는 만큼 회사 경영 방향은 확정되지 않았다. 회사가 어떤 식으로 변모하든지 기존의 혁신신약 중심의 사업 구조를 이어가긴 쉽지 않다는 데 무게가 쏠린다.
새 최대주주인 인바이츠헬스케어에서 시작되는 지배구조는 '인바이츠생태계'라는 독자적인 밸류체인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인바이츠의 사업모델이 SK텔레콤과 서울대병원, 뉴레이크얼라이언스가 함께 구축한 헬스케어 BM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인바이츠 측은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합류로 신약개발을 생태계 안에 담는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다만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신약개발 기조를 이어간다 하더라도 뒤따르는 임상 비용 부담은 해결해야 할 요인이다. 특히 글로벌 단위에서 두 개의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 하나의 초기 임상 파이프라인을 가동하기엔 크리스탈의 현금창출력이 충분치 않다. 대내외 자금 조달 사정 또한 녹록지 않다.
앞서 출시한 아셀렉스의 판매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혁신신약 기조를 이어가는 데 의문부호를 더한 아셀렉스는 특히 올해 특허만료 및 보험 약가 이슈에도 직면하면서 사실상 시장에서 밀려날 처지다. 작년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아셀렉스로 올린 국내외 매출 규모는 4억원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자는 "경영권과 관련해서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인바이츠생태계와 협력해 항암제뿐만 아니라 유전체, 디지털 치료제 등을 도입해 헬스케어 전반에 걸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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