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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E 분석]이익률 상승은 '착시' 생보 빅3도 자본감소 못 버텼다[생명보험]①금리하락에 K-ICS비율 방어 난항… 임계점 전까지 'ROE 사수' 관건

최은수 기자공개 2025-04-09 08:13:54

[편집자주]

인풋과 아웃풋, 들인 돈에 비해 얼마나 큰 효용을 얻느냐는 투자자들의 기본 마인드셋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가시적인 방법은 자기자본 대비 얼마나 큰 '파이'를 만들어냈는 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를 수치화한 것이 바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 글로벌 화학 기업 듀폰(Dupont)은 ROE를 순이익률·총자산회전율·레버리지비율로 나눠 ROE의 증감 요인을 분석한다. THE CFO는 국내 기업들의 ROE를 듀폰 분석법에 기반해 해석해 봤다. 이를 통해 기업이 창출한 ROE의 배경과 숫자의 의미를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3일 08시26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2024년 처음으로 신회계·자본제도(IFRS17·K-ICS)에 맞춰 '연간 대조가 가능한' 경영지표를 내놨다. 시장은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의 실체를 가늠하기 어려웠던 생명보험업계의 진면목을 볼 기회를 맞았다.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 대부분이 2023년보다 2024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렸다. 보험사 ROE의 상승은 표면적으론 수익성 개선을 뜻한다. 가정의 영역에서 산출된 보험계약마진(CSM)보다 ROE가 시장에 쉽게 통용되는 점을 볼 때 호재로 읽을 수도 있다.

다만 생명보험사의 ROE 상승이 양호해진 수익성에만 영향을 받은 건 아니다. 이 기간 금리가 내려 '자기자본'이 급격히 줄어든 게 변수다. ROE를 결정짓는 모수가 줄어들어 지표에 반사이익이 나타났다. 또 이 추세가 이어지면 생명보험사는 ROE는 개선되지만 자본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자본확충을 반복해야 하는 굴레가 만들어진다.

◇빅3·중소형사 막론하고 두자릿수 자기자본 감소세

THE CFO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간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의 ROE 추이를 살펴봤다. ROE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당기말 지배기업 소유주 및 누적 기준 순이익을 당기말 지배기업 소유주 귀속 자본으로 나눠 비율을 산출했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경우 ROE 추이보다 자기자본 감소세에 먼저 시선이 쏠린다.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 대부분이 2023년 대비 2024년 자기자본이 줄어들었다. 외자계 생명보험사까지 포함하면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푸본현대생명이다. 푸본현대생명의 2024년말 지배기업귀속분자본은 4866억원으로 전년 동기(8708억원) 대비 44% 줄었다.

자기자본감소는 소형·외자계 생명보험사인 푸본현대생명만의 고민은 아니다.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도 함께 안고 있는 숙제다. 해당 기간 흥국생명(-31%), 삼성생명(-28%), 교보생명(-23%), KB라이프생명·신한라이프(-16%), 미래에셋생명(-15%), 한화생명(-10%) 등이 두자릿수의 자본감소비율을 나타냈다.

이 기간 생명보험사들의 자기자본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변인으론 보험사 수익과 건전성을 결정하는 금리의 가파른 내림세가 꼽힌다. 해당 기간 국내 기준금리는 3.5%에서 2.75%로 약 75bp(1bp=0.01%) 내렸다. 다만 상품 특성상 장기계약이 많은 생명보험사들은 기준금리보단 10년만기 국고채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해당 기간 10년만기 국고채 하락세는 기준금리 변동치를 크게 넘어선다. 2023년 초 4.655%였던 게 2024년말엔 2.676%다. 2년 새 200bp에 가까운 낙폭을 보였다. 보험사들이 금리에 울고웃는 점을 고려하면 2024년 국내 생명보험사는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 이중고를 이겨내기 위한 악전고투를 벌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금리하락→차오르는 K-ICS 부담, 삼성생명도 200% 허들 무너졌다

이 기간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은 ROE를 결정짓는 또 다른 모수인 당기순익을 늘렸다. 더불어 금리하락에 따른 자본감소까지 나타나면서 ROE 개선세(YoY %포인트)는 두자릿수를 넘는다. 그러나 앞서 자기자본이 감소한 점과 '금리하락' 추이를 함께 고려하면 생명보험사의 ROE가 양호한 추세에도 이들의 앞날을 긍정하기 어렵다.

보험사의 빠른 자기자본감소는 곧 가파른 건전성 하락을 의미한다. 특히 해당 기간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들조차 자본건전성 추이 즉 지급여력(K-ICS) 비율이 가파른 내림세다.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생명보험사들도 더이상 감독당국의 권고치(150%)를 지키기조차 버거워 보인다.

생명보험사 으뜸인 삼성생명도 가파른 금리하락 시류를 거스르지 못했다. 2024년 말 3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K-ICS 비율은 193.5%로 2023년말(218.8%)대비 25.3%포인트 하락했다. 주주배당이 가능하며 보험업감독규정이 규제하는 최저요구수준인 100%는 상회하지만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본건전성 비율이 200%를 밑도는 게 핵심이다.

생명보험사들이 적정선의 K-ICS 비율을 사수하려면 대규모 자본확충 말곤 방법이 없다. 그런데 보험사가 자본확충에 나서는 순간 ROE는 하방압력을 받는다. 앞서 나타낸 양호한 ROE 추이가 단번에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단 뜻이다.

◇피할 수 없는 자본확충 위한 선제적 몸풀기 "ROE를 지켜라"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난항을 고려해 K-ICS 비율 권고치를 150%에서 130%로 하향하는 등의 완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보험사들은 금리하락 추세가 지금과 같이 이어지면 어쨌거나 자본확충을 피할 수 없다.

바꿔 말하면 생명보험사들은 각 사마다의 임계점이 찾아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ROE를 지키는 게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권 등을 발행하기 전 일단 ROE를 가능한 한 끌어올려 놓으면 자본확충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확실한 이점이 있다. '발행금리가 보험사에 우호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자본건전성 압박 끝에 결국 자본조달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이를 피할 수 없다면 임계점을 지나기 전까지 자기사산이익률(ROA) 그리고 'ROE'를 사수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자본성증권 발행에 뒤따르는 금리는 생명보험사 '손익' 즉 ROE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 흐름을 이해하고 나면 일부 보험사가 금리하락 때문이 아니라 자의로 자기자본을 줄이면서 ROE를 관리한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생명보험사 중 가장 적극적인 곳으로는 흥국생명의 예가 꼽힌다. 2022년 7%였던 흥국생명의 ROE는 2023년과 2024년 모두 두자릿수로 뛰었다. 유리한 자본확충을 위해 선제적으로 몸만들기를 마쳤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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