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출신 프롭테크 포커스]산군이 만든 빅데이터 조달 솔루션 '640개사 현직자 툴'③시평 30위권 중 27개사 사용, 시행 임박한 납품단가연동제 대비 '관심'
신민규 기자공개 2023-05-26 13:14:52
[편집자주]
시공능력평가 최상위 시공사 출신 인력이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프롭테크로 이동한 사례는 국내에서 극히 드물다. 오아시스비즈니스, 산군, 랜드업의 수장들이 이처럼 드문 사례의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다년간의 건설 경험을 발판으로 부동산 시장의 디지털 전환에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보수적인 개발관행을 깨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시장이 합리적으로 재편되는데 의미있는 작업을 맡았다. 시공사 출신이 이끄는 프롭테크 3사가 업계에서 과연 어떤 활약을 하고 있는지를 조명하고 이들의 성장기를 창업자들에게 직접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4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 구매본부에서 이뤄지는 기자재 및 협력사 선정 업무는 그동안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선배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엑셀로 데이터를 쌓는 식이었다. 협력사 수가 워낙 방대해 선별작업에 늘 애를 먹었다. 선정 후 사용 만족도 역시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는 한계가 있었다.프롭테크 산군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건설주체가 협력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매칭해주는 서비스로 시장 입소문을 탔다. DL이앤씨 본사 구매팀 출신인 김태환 대표가 조달영역에서의 디지털 전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19년 설립했다.
회사가 지난해 론칭한 '산업의역군'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적합한 건설사나 협력사, 자재업체를 한번에 목록으로 보여준다. 전국 건설업체 16만여곳 DB에 현장 DB, 건자재 가격 DB, 건설수주 DB를 AI분석으로 플랫폼화 했다.
빅데이터는 건설 현직자에게 상당한 위력을 보였다. 전국 640여곳의 건설 현직자가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10대 건설사는 모두 이용하고 있고 30대 건설사로 넓혀도 27곳이 쓸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사용방식은 상당히 다양한 편이다. 예를 들어, 울산 지역의 철큰콘크리트 업체를 조건으로 넣으면 해당 기업들의 납품실적, 납품단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건설사의 수주동향을 한눈에 파악할 수도 있다. 공사금액부터 수주지역, 기간 등을 사별로 조회할 수 있다. 프로젝트 현장 별로 지자체 DB를 확보해 인허가 단계를 확인해주기도 한다. 4000개가 넘는 건설자재의 가격 DB를 통해 원자재 수요예측에 대응할 수도 있다.
시공사 중에서는 커스터마이징 플랫폼 단계에 들어선 곳도 이미 나타났다. CJ대한통운의 경우 전략기획팀에서 국내 건설사의 수주DB를 활용하고 있다. 호반건설의 경우 외주구매팀에서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비해 가격 DB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HL디앤아이한라나 안강건설 등도 협력사 DB 관리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시행을 앞둔 납품단가연동제에 대비해 산군의 건설자재 DB에 대한 수요도 더 커지는 분위기다.
납품대금 연동제란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시 납품 대금에 반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위탁기업(발주처)이 수탁기업(하도급사)에 물품의 제조를 위탁할 때 납품대금 연동에 관한 사항을 약정서에 적어서 발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 1월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된 이후, 10월부터 모든 수위탁 거래에 약정서 발급이 의무화된다.
업계에선 삼성물산이나 대우건설 정도가 일부 항목에 대해 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전력케이블이나 파이프 등의 제품을 납품대금연동제로 적용하면 여기에 사용되는 전기동, 철강의 원재료 가격 변동시 대금에 반영하는 식이다.
약정서 상에는 물품과 연동되는 원재료, 기준지표, 조정요건, 주기, 조정일, 대금반영일을 일일이 명시하도록 돼있다. 약정관리부터 납품기준가격의 관리, 산식을 위한 데이터 관리, 조정일에 가격산출을 제때 하려면 데이터 기반 통합관리시스템으로 전환이 불가피한 셈이다.
국내외 투자업계에선 발빠르게 자금을 투입하기도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 벤처캐피탈인 500글로벌을 비롯해 스트롱벤처스가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미국의 스트롱벤처스가 투자를 마무리했다.
산군은 김태환 대표를 필두로 네명의 공동 창업자를 두고 있다. 신세계I&C 운영사 개발 이력이 있는 신상수 씨가 데이터 및 사업관리를 맡고 있다. 미국 금연 스타트업 창업 및 국내 금융계열사 개발운영 경험이 있는 강준혁 씨가 서비스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DL이앤씨 구매팀에서 10년간 근무한 김재도씨가 서비스 운영을 맡았다. EY 파르테논을 비롯해 대기업 B2B 그룹사 전략을 수행했던 리차드 송이 디지털 전략 업무를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기획팀과 서비스 개발팀 인력을 두고 있다.
김태환 산군 대표는 "건설영역에 산재된 데이터들이 발주처와 하도급사간 정보 비대칭성을 높이고 있다"며 "건설사 팀별로 다양한 빅데이터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한 영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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