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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드는 미분양 리스크]뼈아픈 성적표 받은 중견건설사, 20위권도 '안심 어렵다'한화·금호·대방·제일·태영·계룡 등 지방계약률 하락…평균 현금 2500억 안팎 그쳐

신준혁 기자공개 2023-05-30 13:09:08

[편집자주]

수년째 완판을 기록했던 건설사들은 이제 청약 미달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초라한 청약 성적표를 받아 들고 영업전략을 새로 짜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미분양 물량이 장기간 쌓일 경우 건설사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공산이 커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미분양 실태를 점검하고 건설사들의 대처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5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공능력평가 20위권 중견 건설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리인상과 함께 청약 수요가 꺾인 가운데서도 분양사업을 이어갔다. 미분양 리스크가 높아졌지만 최대 수익원인 분양사업을 포기하지 못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분양 성적은 모두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특히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현금유동성이 부진한 중견 건설사가 느낄 리스크 체감도는 대형사보다 훨씬 크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미청구공사액에 민감한 중견 건설사들의 리스크 차단이 시급해 보이는 상황이다.

◇내세울 것 없는 청약 스코어, 20위권 건설사 '휘청'

시평 순위 20위 내 주요 중견 건설사로는 한화 건설부문과 금호건설, 대방건설, 제일건설, 태영건설, 계룡건설산업 등이 있다. 이들 기업은 주택과 인프라 사업을 주축으로 토목건축 시평액 2조원을 넘긴 상태다.

이중에서 그나마 양호한 분양 성적을 보인 곳은 한화 정도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3분기부터 각각 6개 단지를 분양하며 준수한 공급건수를 기록했다 '포레나 제주에듀시티'와 '포레나 평택 화양' 등 2개 사업이 순위내 마감을 지키지 못한 점을 제외하면 양호한 분양 성적을 거뒀다.

금호건설은 총 7개 분양 사업 중 울산 남구 '문수로 금호어울림 더 퍼스트'와 '함양 금호어울림 리더스파크', 충북 '옥천역 금호어울림 더퍼스트', 인천 서구 '왕길역 금호어울림 에듀그린'에서 기록한 대규모 미분양으로 인해 위기감을 키웠다.

'옥천역 금호어울림 더퍼스트'는 총 499가구 모집에 136건의 접수를 받아 4개 타입에서 순위내 마감을 지키지 못했다. '문수로 금호어울림 더 퍼스트'도 398가구 모집에 72건의 접수를 받았다. '함양 금호어울림 리더스파크'는 모집건수의 절반 수준인 184건의 청약접수를 기록했다.
<에코델타시티 디에트르 더 퍼스트 조감도. 사진=대방건설>
지난해 시평액 3조원을 넘기며 14위에 오른 대방건설은 4개 단지를 분양하는데 그쳤다. 이달 분양한 부산 '에코델타시티 디에트르 더 퍼스트'에서도 84타입 중 130건의 미달을 기록해 흥행을 되찾는데 실패했다. '충남내포신도시 디에트르 에듀시티'는 모집건수에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706건을 접수를 받아 84A·B타입에서 866건의 미분양을 냈다.

광주 지역을 거점으로 한 제일건설은 '영종국제도시 제일풍경채 디오션'에서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를 겪었다. 총 634가구 모집에 355건을 접수했으며 116타입을 제외한 나머지 타입에서 모두 미분양을 기록했다.

계룡건설산업은 '엘리프(ELIF)' 브랜드 출시 후 7건의 분양을 완료하는 등 활발하게 사업을 펼쳤는데 다수 사업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 단지인 대전 '둔산 더샵 엘리프'는 조기에 완판을 기록했지만 'e편한세상 동탄 파크아너스'는 일부 타입에서 미분양을 냈다. 제주 '엘리프 애월'의 청약건수는 16건으로 일반공급 물량의 10%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분양한 '엘리프 미아역 2단지'는 일부 74타입에서 순위내 청약을 완료하지 못했다.

태영건설은 강원 고성군 '아야진 라메르 데시앙'을 제외하고 모두 컨소시엄 주관사 자격으로 5개 사업에 참여했다. 단독시공한 '아야진 라메르 데시앙'은 주거단지와 멀리 떨어진 지리적 여건에도 북구하고 712가구 모집에 2936건의 접수를 받았다.

금호건설과 신동아건설, 서영산업개발과 공동 시공한 '동탄 A106 어울림 파밀리에'는 평균 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99타입에서 102건의 미분양을 기록했다. '동탄 A107 숨마데시앙'도 모집건수보다 2배 가량 많은 청약접수가 몰렸으나 선호타입에 집중된 탓에 잔여물량을 남겼다.


◇리스크 민감도 높은 중견 건설사 '뼈아픈' 미분양

이처럼 다수 중견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 조달 리스크가 커진 상태다. 분양사업은 초기분양률이 하락할수록 수익을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통상 초기분양률은 30% 수준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착공부터 준공까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건설사가 자체 사업비를 투자하는 사업은 완판 여부가 수익성을 가르는 요인이 된다.

도시정비사업의 경우에도 시행주체인 조합이 분양 흥행에 실패해 공사비를 납부할 여력이 부족해지면 미청구공사액으로 쌓인다. 조합이 분양수익으로 상환해야 하는 PF대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리스크가 중견 건설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중견 건설사는 미청구공사액을 쌓아두거나 자체적으로 사업비를 충당해야 하지만 현금성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별도 기준 △금호건설 2807억원 △대방건설 1162억원 △태영건설 3293억원 △제일건설 2863억원 △계룡건설산업 2169억원 등이다. 옛 한화건설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2410억원의 현금성자산을 신고했다.

지방 주택시장에서는 글로벌 금리 인상과 청약심리 위축으로 벌써부터 잡음이 흘러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은 2월 울산 중구 반구동 '태화강 에코리버 데시앙'을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청약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태영건설은 해당 단지의 분양성을 고려해 적절한 분양시기를 새롭게 검토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과 신협, 현대커머셜, 롯데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 5개 대주단은 선·후순위 PF대출 1950억원을 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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