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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신약개발 점검]플랫폼 고도화에서 자체물질 확보로 이동한다①해외기업, 파이프라인 강화 중점…국내사도 신약 R&D 역량 구축

홍숙 기자공개 2023-05-31 10:34:09

[편집자주]

2018년 알파고 이슈로 인공지능(AI)이 주목받자 제약업계에도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인공지능을 통해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하려는 AI 기반 회사가 속속 나타났다. 블록버스터 약물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AI 신약개발 회사들과 협업을 통해 R&D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AI 기반 신약개발기업이 속속 창업하며 이들간 협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AI 신약개발의 현주소와 국내 기업들의 성과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6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이 고도화하자 신약개발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 졌다. 때마침 유전체 데이터 등 신약개발 회사들 역시 각종 신약 R&D 데이터를 축적해 놓은 상황이었다. 신약개발 전용 AI 플랫폼을 고도화할 수 있는 자원(데이터)이 마련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활용해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R&D 생산성을 높이려는 AI 기반 신약개발사가 해외에서 속속 등장했다. 슈뢰딩거(Schrödinger)를 시작으로 아톰와이즈, 베노볼러트 AI, 엑센시아 등 대표적이다. 이들 AI 신약개발 회사들은 블록버스터 개발 경험이 풍부한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협업해 AI 신약 플랫폼 고도화에 한창이다.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체 신약 물질을 확보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AI 신약개발 회사들이 등장하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AI 신약개발회사와 기존 회사들이 협업하는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와 협회를 중심으로 신약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다. 국내외 AI 신약개발 기업은 이제 AI 플랫폼에서 도출된 물질이 신약이 될 수 있는지 입증해야 하는 시점에 섰다.

◇해외 AI 신약개발사, 자체 임상 파이프라인 보유...글로벌제약회사 협업 강화

유전체데이터를 비롯해 신약개발 데이터가 방대하게 축적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1990년 설립된 슈뢰딩거는 AI 신약개발 기업 최초로 2020년에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이다. 슈뢰딩거는 양자역학 기반 소프트웨어와 AI 플랫폼으로 신약 후보물질 도출에 주력하고 있다. 바이엘, 써모피셔사이언티픽, 아스트라제네카, BMS, 다케다, 릴리 등과 파트너십 계약을 통해 AI 플랫폼을 고도화하는 한편 자체 신약후보 물질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슈뢰딩거는 작년 7월 자사의 AI 플랫폼으로 도출한 신약이 임상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른 신약개발회사와 협업해 임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7건에 이른다. 하지만 자체개발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진입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슈뢰딩거는 자체 파이프라인 'SGR-1505'(혈액암)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으며 AI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신약개발에서도 역량을 강화했다.

AI 신약개발 업계 관계자는 "AI 신약개발 회사들도 이제 AI로 도출한 신약 후보물질이 정말 개발 가능성이 있는지 입증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며 "과거에는 외부 협업을 바탕으로 AI 플랫폼을 고도화했다면 신약개발회사들 역시 자체 파이프라인 확보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약 R&D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제약회사들도 AI 신약개발 회사들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로슈, 노바티스, 사노피, 다케다, 릴리, 얀센,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엘, 화이자, 모더나 등이 이미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AI 신약개발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AI 신약개발회사들은 글로벌제약회사들과 협업해 AI를 고도화하는 한편 막대한 투자금을 기반으로 이제 자체 임상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해외 AI 신약개발회사들은 꾸준히 글로벌제약회사들과 협업해 역량을 내재화하고있다"고 말했다.


◇국내 AI 신약개발사 20곳 이상...신약재창출 전략으로 개발 역량 도모

국내에서도 IT 기술을 기반으로 AI 신약개발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AI 신약개발 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신테카바이오를 시작으로 파로스아이바이오, 스탠다임, 닥터노아바이오텍, 에이조스바이오 등 기업 20여곳이 창업됐다.

특히 신케바이오 이후 AI 신약개발로는 두 번째로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파로스아이바이오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신약개발 역량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며 신약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자체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PHI-101 AML'의 상용화 시기를 2025년으로 밝혔다.

닥터노아바이오텍 역시 뇌졸중 신약 후보물질 'NDC-002'를 비롯해 NDC-011(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NCD-023(듀센 근이영양증) 등을 파이프라인으로 확보했다. 뇌졸중 신약 후보물질 NDC-002은 올해 국내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한다. 신약재창출 전략을 기반으로 신약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비상장 AI 신약개발 기업들 역시 자체 신약연구소를 설립해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AI 플랫폼으로 신약후보물질을 도출하는 것에서 나아가 비임상 단계의 검증까지 마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스탠다임, 디어젠, 에이조스바이오 등은 자체 신약연구소를 확보해 자사가 도출한 물질의 비임상까지 직접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신약개발사들이 이제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선 단순히 AI로 신약 물질을 도출하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최소한 도출된 물질의 비임상 검증을 마치거나 좀더 자금력이 있다면 임상까지 직접 진행하는 모델로 가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AI 신약개발의 한계 '신약데이터 확보'...K-멜로디 사업 추진 계획

정부도 AI 신약개발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이른바 'K-멜로디'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제약회사, 정부, 바이오벤처 등이 협력해 신약개발 통합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다. 통합된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2020년 암젠 등 10개 제약회사와 유럽 주요 대학, 바이오벤처가 주축으로 만들어진 유럽의 신약개발 데이터 플랫폼에 착안한 것이다.

정부는 데이터 구축과 함께 AI 신약개발 지원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축으로 내년에 K-멜로디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하 인공지능신약개발지원센터를 주축으로 국내 제약회사와 AI 신약개발사 간의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국내 전통 제약회사들 역시 AI 신약개발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임하고 있다. SK케미칼, 한미약품, 대웅제약, JW중외제약, HK이노엔 등 다수의 제약회사들 AI 신약개발 회사들과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해외 AI 기업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아직 AI를 활용해 신약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다"며 "국내 기업들도 지금이라도 신약개발 데이터 구축은 물론 다양한 협업 모델을 통해서 AI 신약개발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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