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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우량기업 리뷰]정재송 제이스텍 회장 "건전한 승계 사례 만들 것"②장남 정대흠 제이스에너지솔루션 대표 승계작업 '진행중'…이르면 올해 가시화

서하나 기자공개 2023-06-05 07:42:03

[편집자주]

매년 5월이면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속부 변경 공시가 쏟아진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로 분류하고 있다. 1632개 코스닥 상장사 중 473개사(28.9%)가 우량기업부에 이름을 올렸다. 86개사가 신규로 우량기업부로 승격했다. 기업규모, 재무요건 등을 충족한 기업만 우량기업부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심사 기준 외에 우량기업부에 소속된 개별 기업들의 면면은 드러나지 않는다. 더벨은 새롭게 우량기업부 타이틀을 거머쥔 기업들의 사업, 재무, 지배구조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1일 13: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의 수많은 벤처·중견 기업들의 공통된 과제는 경영권 승계다. 이미 2·3세대로 승계가 이뤄진 대기업과 달리 참조할 만한 레퍼런스(사례)가 많지 않다. 유난히 유학파가 많은 2세대 오너들이 가업 승계를 원치 않는다는 점도 고민이다. 연매출 1000억원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전문 장비 제조사 제이스텍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정재송 제이스텍 대표이사 회장(이하 정 회장)은 창업 이래 줄곧 최대주주이자 최고 경영자 자리를 지켜왔다. 다만 1958년생으로 올해 만 65세인 만큼 늘 '넥스트 스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세대 오너로는 장남인 정대흠 제이스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를 낙점했다. 이르면 연내 본격적인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은 31일 "기술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을 물려받아 봤자 제대로 경영할 수 없다"라며 "(정대흠 대표가) 기술 이해도뿐 아니라 기업 경영인으로서 올바른 경영 철학과 비전을 갖춰야 본격적인 가업 승계가 이뤄질 것이고 이르면 올해 가시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스텍 최대주주는 주식 556만6322주(지분율 34.33%)를 보유한 정 회장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지분율이 38.13%였는데 소폭 낮아졌다. 올초 제이스에너지솔루션이 전환사채(CB)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 약 86만3636주(5.32%)를 취득하면서 생긴 변화다. 제이스에너지솔루션의 최대주주는 약 5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정대흠 대표다. 2차전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됐다.

정 회장은 1세대 벤처 창업가로서 오랜 기간 승계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이미 장남 정대흠 대표를 차기 경영자로 낙점했지만 정 대표가 기술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올바른 기업가 정신, 비전 등 자질을 갖춘 경영자로 키워내야만 건전한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정통 기술자 출신의 1세대 벤처 창업가다. 부산기계공업고 기계조립과, 경남산업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 테크노 경영대학원 최고벤처경영자과정(AVM) 과정을 수료했다. 자신을 '기업인'이 아닌 '기술인'이라고 수차례 강조했을 만큼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정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 스카우트돼 석유시추선 유압 기술 개발을 하던 중 워터젯 기술에 꽂혀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워터젯 기술을 반도체 업종에 적용한 '부채꼴 워터젯(Fan Type Water Jet) 디플래싱 머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주목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1차 벤더로 탄탄대로를 걸었으나 이후 산업의 큰 변화에 따라 사업 영역을 디스플레이, 바이오, 2차 전지 등을 확장했다. 적극적인 사업다각화는 제이스텍이 지난해 연 매출 1439억원을 거둬 직전연도보다 76% 성장한 비결이 됐다.

오너 2세인 정대흠 대표는 이미 경영권 수업을 시작했다. 정 대표는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드론사업을 하다가 2년 전 코로나 시기 즈음 귀국했다. 때마침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한 정 회장은 여전히 드론에 미련이 있는 아들을 설득했다. 아직까지 드론 산업은 시기상조지만, 2차전지 산업이 무르익고 있으니 기회가 왔다고 봤다.

정 대표는 미국에서 15년 이상을 거주한 만큼 현지 산업계와 투자업계 쪽에 두터운 인맥을 보유하고 있다. 제이스텍은 최근 미국 투자자와 힘을 합쳐 합작회사를 설립했는데 여기에도 정 대표의 인맥이 큰 역할을 했다. 제이스텍은 앞으로 미국 자본과 제이스텍의 기술을 활용해 인도 등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 회장은 "기업 승계는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바탕"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처럼 주인 없는 기업도 해법은 아니기에 승계 관련 건강한 선순환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코스닥 협회장을 지내며 수많은 벤처·중견기업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승계에 대한 숙제를 잘 풀어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품게 됐다.

제이스에너지솔루션은 여전히 제이스텍의 3대주주지만 점차 지분율을 늘려갈 것으로 관측된다. 2대주주인 최기열 제이스텍 대표이사 사장 겸 최고기술자(CTO)는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주식 89만2320주(지분율 5.32%)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2대주주와 3대주주의 지분율 차이는 단 0.18%포인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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