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ESS 산업 분석]사업중단 선언한 SK온, '재도전' 나선 까닭은④수익성 악화로 2014년 구조조정...ESS용 전지 라인 구축 등 사업 적극 추진
정명섭 기자공개 2023-06-02 07:37:04
[편집자주]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가속화 등으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ESS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장 확대와 맞물려 에너지 신산업 발전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벨은 글로벌 ESS 산업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기업들의 기회 요인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31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에 비해 이차전지 업계의 후발주자로 평가받는다. 전기차용 이차전지 사업 규모를 키운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은 탓이다. 이는 SK온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진출할 때도 걸림돌이 됐고 결국 사업을 중단해야만 했다.전기차용 전지 시장에서 수백조원 규모의 수주를 따낸 SK온은 다시 ESS 시장을 넘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ESS 전용 전지 생산라인 구축까지 검토할 정도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승부수를 띄울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 폐전지를 ESS 전지로 재사용하고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해 관련 데이터를 관리·분석하는 신사업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전지→ESS 전지 수주 연결 못해 한때 사업 중단
SK온이 분사하기 전인 SK이노베이션은 2010년에 ESS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조력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시기다. 경쟁사인 LG화학과 삼성SDI도 같은 시기에 ESS 사업에 나선 점을 고려하면 당시 SK이노베이션의 판단은 옳았다.
SK이노베이션은 전담 사업조직을 꾸리고 ESS 전지와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2012년 제주도 차세대 전력망 실증사업과 2013년 전력거래소의 주파수 조정 실증 사업에 차례로 참여했다. 2014년에는 독일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시가 추진하는 ESS 실증 프로젝트에 시스템 공급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자체 개발한 ESS 전지와 시스템을 처음 수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문제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LG화학과 삼성SDI는 2009년에 각각 제너럴모터스(GM)와 BMW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전기차용 이차전지를 공급한 성과를 기반으로 해외 ESS 시장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냈다.
전기차용 이차전지는 이동수단인 차량에 탑재되는 특성상 성능보다 안전성이 더 중요하다. GM과 BWM 같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가 선택한 이차전지라는 타이틀은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이는 LG화학과 삼성SDI가 ESS 사업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SK이노베이션도 2011년에 독일 다임러그룹과 메르세데스-AMG의 전기 스포츠카 모델에 이차전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현대·기아차 전기차 전지 공급업체로 선정됐으나 사업 규모 면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ESS 사업이 별다른 수익을 올리지 못하자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말에 ESS 전지 연구·영업 조직을 해체했다. 2014년은 SK이노베이션이 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해다. 이후 ESS 사업은 소규모로 운영됐다. 2017년에 인력 일부를 보강하긴 했지만 전기차용 전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ESS 사업은 뒤로 밀렸다.
SK이노베이션이 ESS 사업 재추진을 선언한 시기는 2019년이다. 당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김준 부회장은 회사 성장전략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ESS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전지 시장에 안착하기 시작하면서 ESS 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석유화학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친환경'으로 넓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2021년 10월 이차전지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SK온이 출범한 후에도 ESS 사업은 유지되고 있다. 경쟁사 대비 사업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지만 전기차용 전지 사업과 함께 회사의 친환경 사업의 한 축으로 키우려는 의도는 유효하다.
SK온은 최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ESS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 지역과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집중하고 있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차량 충전 사업용, 선박용 ESS 시장도 개척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긴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용 이차전지 수주가 크게 늘면서 ESS용 전지 생산에 활용할 설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기준 SK온의 전기차용 이차전지 누적 수주액은 290조원이다.
생산능력 1GWh당 투자비 1000억원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2.9TWh 규모의 이차전지 양이다. SK온의 지난해 생산능력은 88GWh다. 2025년이 되면 220GWh로 늘어나지만 추가 수주까지 고려하면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이 전기차 전지 생산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SK온 측은 이에 대해 "ESS 전용 라인 확보를 통해 매출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용 전지 재사용 추진...소프트웨어 접목 생태계 구축
SK온이 후발주자의 한계를 넘기 위해 전기차용 폐전지 재사용이라는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용 전지는 최소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성능이 70~80%가량 떨어진다. 이는 주행거리 감소와 충전 속도 저하 같은 안전상의 문제를 야기해 새 전지로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폐기하기에는 잔존수명과 전지 상태가 양호해 ESS용 전지로 사용한다는 게 SK온의 복안이다. 이렇게 재사용하는 이차전지는 최소 10년 이상은 더 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앞서 기아차의 '니로EV'의 폐전지 6개를 묶어 300KWh급 ESS를 만들어 SK에코플랜드 아파트 건설 현장에 제공한 적이 있다. 폐전지를 활용한 ESS의 안전성과 내구성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폐전지 재사용은 궁극적으로 '서비스형 전지(BaaS)' 사업 확장에 닿아있다. 이는 이차전지의 상태를 진단하고 대여, 교환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SK온은 이를 통해 이차전지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기본에 충실한 SK가스…'경영성과' 반전 필요
- [SK그룹 인사 풍향계]'그림자 참모' 있는 곳엔 굵직한 변화…다음 행보는
- [2024 이사회 평가]주력사업 부진한 HS효성첨단소재, 독립성·다양성 개선 시급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더 악화할 '미·중 패권 갈등'이 기회
- [LG그룹 인사 풍향계]'안정 속 변화'에 무게…부회장 승진 인사 주목
- [재계 트럼프 연결고리]트럼프 1기 인사 영입한 LG…측근 지역구 대규모 투자 인연
- SK이노 'O/I' 추진 조직 신설, 내실 경영 속도전
- [SK 이사회 2.0 진화]거버넌스 체계, 이전과 어떻게 달라지나
- [2024 이사회 평가]OCI홀딩스, 안정적 육각형…자본효율성에도 '저평가'
-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세기의 이혼' 대법 본격 심리, 핵심 쟁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