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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ESS 산업 분석]LG엔솔 이차전지 개발 30년 결실, ESS로 잇는다②전기차 전지 공급→ESS 전지 신규 수주 '선순환'...올해 美 공략 본격화

정명섭 기자공개 2023-05-30 07:24:41

[편집자주]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가속화 등으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는 ESS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장 확대와 맞물려 에너지 신산업 발전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벨은 글로벌 ESS 산업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기업들의 기회 요인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5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전지사업 부문 시절부터 30년 넘게 이차전지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으로 성장한 LG엔솔의 다음 타깃은 대형 전지를 필요로 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전기차 전지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은 ESS 전지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는 데 유리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으로 에너지 신산업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ESS 전지 수주 규모가 크게 늘어날 조짐이 일고 있다. 올해는 주요 타깃은 북미 시장이다.

◇신재생 에너지 성장 조짐에 전기차·ESS전지 개발 병행

LG에너지솔루션이 대세 이차전지로 자리잡은 리튬이온전지를 연구하기 시작한 건 1995년이다. 1992년에 구본무 LG그룹 선대 회장이 영국 출장 중에 우연히 충전식 전지를 보고 샘플을 들여와 연구개발을 지시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1997년 청주에 전지 공장을 준공하고 1999년에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리튬이온전지 양산에 성공했다.

LG화학이 처음 개발하기 시작한 건 모바일 기기와 전기차에 들어가는 소·중형 전지다. 2000년대에 전기차용 전지 개발에 도전하면서 ESS용 전지 개발도 병행했다. ESS용 전지는 노트북이나 휴대폰 등 소형 가전에 들어가는 전지 대비 용량이 월등히 크다. 그만큼 구조 설계나 안전성 확보 면에서 높은 기술력을 요구했다.

LG화학 입장에서 대형 전지 개발은 또 다른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반대로 성공했을 때엔 한 단계 기술 진보를 이룰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 중·대형 전지 시장 전망은 불투명했지만 기술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연구를 지속했다.

R&D 투자는 기술개발 성과로 이어졌다. LG화학은 대표적인 이차전지 특허인 고에너지 양극재 기술과 안전성 강화 분리막, 스택앤폴딩 외에도 ESS용 특허도 다수 출원할 수 있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특허청에 출원된 ESS용 이차전지 관련 특허는 총 944건이었는데 LG화학 특허가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주요 업체 중 가장 높았다. ESS용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출원 건수의 34%도 LG화학 특허였다.

<출처=특허청>
◇2019년 화재 사건 고비...전기차 전지 공급 실적으로 기술력 입증

다년간의 R&D는 2010년 이후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LG화학은 미국 캘리포니아 전력회사 SCE에 가정용 ESS 전지를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외에 ESS 전지를 판매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에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에 LG화학이 개발한 전지가 탑재된 성과가 ESS 시장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LG화학은 미국 1위 전력회사 AES에너지스토리지와도 ESS 전지 공급 논의를 시작했다. AES는 2000년대 초반에 리튬이온 기반의 전지를 활용한 ESS를 처음 도입해 상업화한 기업이다.

LG화학은 2012년에 AES ESS 실증사업에 전지를 공급하게 됐고 2015년에 역대 최대 규모인 1GWh 규모의 ESS 전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AES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ESS 전지용 생산라인을 구축한 LG화학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이는 LG화학이 일본과 아프리카, 호주 등으로 ESS 수주 영토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ESS 전지는 차량용 전지의 적자 폭을 상쇄하는 효자로 거듭났다. ESS 부문 매출은 2016년 들어 전년 대비 2배 뛰었고, 2017년에는 약 5000억원대, 2018년에는 8500억원대로 올랐다. 영업이익률은 약 5% 수준이었다.

승승장구하던 ESS 전지 사업은 2019년에 고비를 맞았다. LG화학이 공급한 ESS 전지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LG화학은 ESS 충전율을 고객사에 대한 손실보상금과 ESS 전지가 공급된 사이트에 특수 소화시스템을 적용하느라 총 42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 전지사업 전체 수익성이 급감했다. LG화학은 2020년 초에 화재 방지 관련 안정 대책을 도입하고 2021년에 ESS용 이차전지의 리콜을 진행하면서 신뢰를 차츰 회복할 수 있었다.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해 새출발한 LG에너지솔루션은 2021년 6월 미국 발전사 비스트라의 1.2GWh 규모 전력망 ESS에 전지를 공급은 재도약 발판이다. 단일 ESS 사이트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ESS 프로젝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화재 발생과 전이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글로벌 인증회사로부터 전지 안전성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ESS 전지 매출 <출처=SK증권>
◇ESS 사업, 올해 시선은 북미에...시스템 사업까지 영역 확장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시선은 북미에 향했다. 회사는 올해 각국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한 정책적 지원이 확대돼 글로벌 ESS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작년 8월 도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ESS 산업 성장의 도화선으로 평가받는다. 이는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강화를 목적으로 전기차와 이차전지, 태양광 산업 등에 수조원대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IRA 통과로 미국 전력망 ESS 시장은 2021년 9GWh에서 2031년 95GWh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인구 약 4000만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전지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설비와 패키지로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지난 1월 한화큐셀과 ESS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국에 ESS 전용 전지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공동 투자를 추진하고 관련 시스템 솔루션의 개발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신재생 에너지는 시간과 날씨, 계절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요동친다. 이같은 간헐적 특성을 해소하려면 전기 생산량이 많을 때 남는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신재생 에너지 설비와 ESS 설비가 '1+1'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동시에 북미 중심의 공급망 강화도 추진한다. 미국에 3조원을 들여 ESS LFP 전지 생산공장 설립하는 게 핵심이다. ESS 전용 전지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건 글로벌 이차전지 업계를 통틀어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는 소형 전지와 전기차용 전지 외에 ESS 전지를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장기적으로 ESS 통합 솔루션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에 인수한 미국 ESS 시스템 통합(SI)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전 NEC에너지솔루션)'가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SS는 크게 △이차전지 △전력변환장치(PCS) △전지관리시스템(BMS) △에너지운영시스템(EMS)으로 나뉘늰데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는 EMS를 담당하는 기업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차전지 공급에 더해 SI 사업을 내재화하면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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