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외 부동산펀드]삼성SRA 미국 오피스 메자닌, 가치 하락에 '빨간불'공실 여파로 '끙끙'…투자금 전액 손실 위험
황원지 기자공개 2023-06-09 08:35:34
[편집자주]
해외 부동산펀드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0년대 후반 해외 부동산펀드는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년 10조원 넘게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높아졌던 공실률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환매 연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더벨은 현재 만기가 얼마남지 않은 해외 부동산펀드의 매각 및 임차 현황을 짚어보고, 청산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2일 13: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RA자산운용의 미국 오피스 메자닌 펀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편입자산 중 두 건의 뉴욕 오피스 빌딩이 공실 등 여파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투자자금 전액 손실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이 펀드는 에쿼티 투자가 아니라 중·후순위 메자닌을 사들인 대출펀드다. 대출펀드의 경우 이자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임대료, 자산가치 하락 등은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공실이 악화돼 디폴트가 발생하면 중·후순위 수익권자는 아예 투자한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뉴욕 소재 '파크애비뉴·랙싱톤에비뉴', 자산가치 하락 일로
삼성SRA 미국오피스메자닌 1호 펀드는 2016년 설정된 해외 부동산 대출 펀드다. 총 설정액은 3300억원 규모로 폐쇄형으로 설정됐다. 미국 뉴욕 237 파크애비뉴 오피스빌딩, 미국 뉴욕 485 렉싱톤애비뉴 오피스빌딩, 미국 시카고 뱅크오브 아메리카 플라자 등의 메자닌 대출채권에 투자를 진행했다.
재작년부터 펀드가 담고 있는 편입자산 일부에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오피스 빌딩 수요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감소에 임차율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지난해 급격하게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오피스 빌딩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485 렉싱톤애비뉴 오피스빌딩의 감정평가액은 3억달러를 웃돌면서 상승 추세에 있었다. 하지만 2022년에는 2억6968만달러로 평가액이 떨어졌다. 코로나 발생 직후 상업용 오피스 빌딩의 수요가 급전직하 하면서 자산가치 하락이 진행됐다. 2023년도 잠정 감정평가액은 2억6598만달러로 여전히 하락 추세다.
같은 뉴욕에 위치한 237 파크애비뉴 오피스빌딩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해당 부동산의 2022년 감정평가액은 1495만달러 수준이다. 2019년 2144만달러, 2020년 2154만달러까지 가치가 상승했으나, 마찬가지로 코로나 직후 가격이 3분의 2 수준으로 빠졌다. 다만 2023년 잠정 감정평가액은 1603만달러로 다소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메자닌에 투자하는 대출 펀드, 디폴트시 원금 손실 위험
이 펀드는 실물 부동산이 아닌 메자닌에 투자하는 대출 펀드다. 오피스 빌딩과 같은 부동산을 인수할 때 인수자는 통상 50~70% 이상 대출을 받고, 나머지를 본인의 실제 지분(에쿼티)로 채운다. 이 대출을 IB나 사모펀드 등이 메자닌으로 구조화해 여러 곳에 나눠 셀다운한다. 폭넓게 보면 에쿼티나 선순위가 아닌 중·후순위 대출은 메자닌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중·후순위권자이기 때문에 디폴트가 발생하면 손실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상황일 때는 직접 지분을 취득하는 에쿼티로 들어갈 경우 임대료가 떨어지거나 자산가치가 하락할 경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중·후순위권자는 대출을 실행해준 것이기 때문에 꾸준히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공실 등으로 건물의 가치가 과도하게 떨어질 경우다. 공실률이 커져 임대료가 감소하면 메자닌 대주에 이자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 상황이 악화돼 디폴트가 발생하면 메자닌 대주들은 더 불리해진다. 이미 자산가치가 떨어진 만큼 LTV(loan to value ratio)를 넘는 후순위 대출의 경우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 맨해튼 '20 타임스퀘어(Times Square)' 프로젝트다.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지하 2층, 지상 42층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 호텔, 상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사업에 국내 기관들이 다수 중·후순위권자로 들어갔다. 하지만 상가 공실이 장기화되면서 이자가 밀리며 디폴트가 발생했고, 결국 선순위 투자자가 담보권 처분을 결정했다.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져 매각되면서 중·후순위 투자자들은 전액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기관들의 해외 CRE(상업용 부동산) 투자 중 에쿼티 투자보다 대출 투자에 숨겨진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실이 발생하거나 자산가치가 떨어지더라도 에쿼티 투자의 경우 매각시 그나마 원금 보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출 펀드의 경우 메자닌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고, 투자자들이 많을 경우 의견 합치가 어려워 해결방안을 찾기가 어렵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4~5년 전 이러한 부동산 메자닌 투자를 다수 진행한 바 있다.
실제로 현재 뉴욕 485 렉싱톤애비뉴 오피스빌딩은 다수의 공실이 발생한 상태로 추정된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매물 사이트인 루프넷(Loopnet)에 따르면 해당 부동산의 5층, 7층, 17층, 19층, 22층의 경우 현재 층 전체가 매물로 나와 있다.
다만 펀드의 만기가 10년이라는 점에서 당장 디폴트가 임박한 상황은 아니다. 삼성SRA미국오피스메자닌 1호는 2016년 10월 설정돼 오는 2026년 10월 만기가 도래한다. 아직 남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공실을 채우거나 자산가치 상승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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