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열전]건영, 공공분야에 돌린 눈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자연재해위험지구 등 신규 수주, 600억 규모 공사도 최종 계약 목전
전기룡 기자공개 2023-06-09 07:40:08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7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영이 공공분야에서 수주고를 쌓고 있다. 서울주택공사(SH)의 '사천 빗물펌프장 토공사' 이후 한동안 신규 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확연히 달라졌다. 덕분에 자체 브랜드 '라포르테'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영은 최근 경상남도 양산시가 발주한 '북부 자연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총괄)'의 최종계약자로 선정됐다. 계약 직전 이뤄진 개찰에서는 건영을 비롯해 중흥토건, 신동아건설, 대방건설 등 186개 건설사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 양상을 띄었다.
건영은 예가 345억원 대비 80%에 해당하는 227억원을 써내 최종계약자 지위를 따내는데 성공했다. 사업은 경남 양산시 북부·신기동 일원에 교량 3개소와 우수유출저감시설 1개소, 우수관로시설 77m 등을 짓는 걸 골자로 한다.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1095일이다.
그간 건영이 보여온 행보를 감안할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건영은 2020년 SH로부터 67억원 규모의 사천 빗물펌프장 토공사를 수주한 이후 한동안 공공분야에서 성과를 쌓지 못했다. 이로 인해 2020년 기준 500억원대였던 공사수익은 2021년 300억원대까지 줄어들었다.
사정은 2022년 말 광양시로부터 101억원 규모 '광양항 배후도로 확포장공사'를 수주하면서 달라졌다. 423개 건설사가 참여한 개찰이었지만 건영은 특수건설, 라인건설 등을 제치고 최종계약을 맺었다. 지난 4월에는 '면목동 도서관/주차장 복합시설 신축공사' 계약도 따냈다.
현재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공고한 '서부간선도로 일반도로화 및 친환경공간 조성공사'의 최종계약에 임박해 있다. 서울시 목동교와 금천교 사이 구간에 도로 및 공원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건영은 예가 947억원의 81.9%에 해당하는 670억원을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영으로서는 공공분야에서의 신규 수주 덕분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두 차례 회생절차를 겪었던 건영은 2014년 현승디엔씨(현 건영이엔씨)를 필두로 한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이후에는 자체 브랜드인 라포르테를 앞세워 신규 사업을 진행했다.
대표적으로는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6-4생활권 B1블록에 공급한 블록형 단독주택인 '라포르테 세종(127가구)'이 있다. 오피스텔인 '라포르테 블랑 서현(95실)'과 여의도 더디자이너스호텔을 리모델링한 '라포르테 블랑 여의도(161실)', 지난달 분양한 아파트 '라포르테 공도(986가구)' 등도 주요 성과다.
다만 라포르테에 치중된 포트폴리오 탓에 변동성도 상당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 2017년 별도기준 1867억원이었던 매출 규모가 분양 공백으로 인해 2019년 한때 377억원까지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는 세종과 서현, 여의도에서 분양일정이 진척돼 전년말 기준 2134억원까지 매출 규모를 끌어올린 상태다.
건설업에 비우호적인 업황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분양경기가 악화된 탓에 건영의 미분양 규모(완성·미완성주택)는 지난해 말 898억원에 달한다. 전년(191억원)에 비해 369.4% 늘어났다. 원가율(87.7%)도 같은 기간 2.5%포인트 상승한 상태라 규모가 크지 않지만 안정적인 공공분야 사업이 일정부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건영 관계자는 "공공분야나 토목분야에서의 매출 규모가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축소되기는 했다"면서 "지난해 12월 계약한 광양항 배후도로 확포장공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공공분야에서 수주고가 조금씩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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