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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경쟁]이재용·구광모, 'OLED' 경쟁자에서 파트너로①TV-노트북 크로스 동맹전선…중국 디스플레이-세트사 방어 차원

손현지 기자공개 2023-06-13 10:55:33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위축 등 각종 변수가 불어닥치며 산업계 구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들마다 실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을 나선 가운데 타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AI 반도체, 전장사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어제의 경쟁자가 오늘의 동지가 되는 순간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9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삼성과 LG 두 그룹 총수 모두 공 들이는 분야다. 구광모 LG회장은 취임 후 시장 지배력 유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19년부터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13조원 통큰 투자를 공언했다. 삼성의 QD-OLED는 '이재용 패널'로 불리는 기술이기도 했다.

OLED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핵심기술이다. 초기 수율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투자 결정권을 쥔 총수의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회장과 구 회장은 OLED 분야에서 만큼은 협업을 택했다. LG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을 탑재한 노트북을, 글로벌 TV 1위인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을 공급받을 전망이다.

양사 모두 글로벌 TV·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지만, 중국 디스플레이와의 패권 경쟁 속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트북-TV '크로스' 동맹 전선을 결성했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현존 최대 크기의 OLED TV 패널인 ‘97인치 OLED.EX’. 사진=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1년 6개월만에 LG디스플레이 맞손

삼성전자는 최근 83형 OLED TV 'KQ83SC90A' 모델에 대한 국립전파연구원 전파인증을 완료했다. 빠르면 오는 9월께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전파인증을 받은 후 3개월 후 신제품 출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해당 모델은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 패널을 탑재한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올초까지 국내에 55·65·77형 라인업을 내놨다. 83형 사이즈의 OLED TV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LG디스플레이와의 패널 수급 협상이 가시화했다는 분석이다.

양사 협상 결실은 1년 6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작년 초부터 LG디스플레이에게 OLED 패널을 공급받는 방안을 타진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LG로부터 83형 TV용 OLED 패널을 공급받기로 하고 마무리 협상단계에 돌입한 상태"라며 "77형 사이즈 패널 구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LG전자가 처음으로 선보인 OLED 노트북 '그램 스타일'.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손 내민 LG전자…명분 생긴 삼성전자

양사의 OLED 동맹에 불을 지핀 건 LG전자다. LG전자는 올초 처음 출시하는 OLED 노트북(그램 스타일)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OLED 패널을 채택했다.

LG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사용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주요 매입처인 LG디스플레이 역시 중소형 OLED 생산역량을 갖추고 있었기에 그야말로 '파격' 행보였다. 외신들도 이 사실을 보도했다.

LG전자의 결단에는 두가지 계산이 깔려있었다. 우선 당장 노트북으로 OLED 라인업을 확대해야 하는데, 가장 빠른 방안은 중소형 OLED 캐파가 진척된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을 쓰는 일이다. LG디스플레이가 가동 중인 중소형 OLED 라인은 애플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추가 증설을 위한 투자를 단행하기엔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LG그룹 차원의 협력을 염두에 둔 큰 그림이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2조원의 영업 적자를 내며 실적 난항에 부딪혔다. 올해는 1분기에만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큰 손 고객사인 삼성전자와의 거래가 절실해진 상황이다. LG전자가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의 회생을 위한 조력자 역할을 감행한 셈이다.

LG전자가 먼저 손을 내밀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가격 조율을 위한 '명분'이 생겼다. 자사 제품에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을 탑재해야 하더라도, 뒤처진다는 느낌 보단 '크로스' 거래로 비춰진다.

사실 삼성 입장에선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이 절실하다. LCD 패널 매입처인 중국업체들, 이를테면 CSOT, AUO, BOE 등의 가격 갑질은 심화되고 있다. 그들이 물량을 일시 통제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게 불가피하다. 결국 해답은 OLED TV 시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OLED TV 사업을 확대하려면 삼성디스플레이 공급망으론 역부족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생산능력이 올해 240만대, 이 중 TV용 대형 패널은 140만~16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연간 TV 판매량(4500만~5000만 대)의 3%에 불과한 수준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뿐 아니라 소니 등 다른 TV 세트사에도 패널을 납품해야 한다.

이에 비해 LG디스플레이는 월 17만장, 1000만대가 넘는 대형OLED TV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 연내 OLED TV 출하량 전망치가 700만 대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 고객사 물량과 관계없이 여유 있는 공급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재용-구광모, OLED 경쟁자는 중국

삼성전자는 LCD TV를 고수해오던 제조사다. OLED 패널에 대한 투자를 단행해왔지만 TV만큼은 LCD를 고집했다.

OLED TV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건 2020년께 부터다. 당시 이 회장이 구 회장과 협업을 논의하던 중 VD사업부에 OLED TV 사업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OLED TV 진출 결정에는 구 회장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두 회장은 평상시에도 협력 필요성을 공감하고 생상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디스플레이 주도권이 저가 공세를 이어간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OLED 시장에서 한국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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