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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경쟁]삼성전자-LGD, OLED 가격 이견차 어떻게 좁혔나②LG전자의 SDC 패널 채택 발단…삼성 VD사업부 시각변화, 협상 급물살

손현지 기자공개 2023-06-15 09: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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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위축 등 각종 변수가 불어닥치며 산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들마다 실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을 나선 가운데 타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AI 반도체, 전장사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순간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9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동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던 가격과 공급수량 부문에서 접점을 찾으면서 협상 물꼬를 텄다는 후문이다.

올초 LG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SDC) 측에 노트북 패널 공급을 제안한 것을 계기로 삼성전자 측도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낮은 가격 요구한 삼성, 협상 지지부진

작년초 숙명의 라이벌인 삼성과 LG그룹간 동맹 가능성이 불거지자 해외 외신들까지 관심을 보였다. 양사 TV 수장인 한종희 삼성 부회장과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모두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공식화하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기대와 달리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측에 LG전자에 공급하는 것보다 저렴하게 납품해주길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TV라인업 구성에서 OLED 위상은 중상 단계다. 최상단에 위치한 제품은 네오QLED 다. 이보다 한 단계 낮은 상품으로 책정하려면 OLED 패널가를 낮춰야 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었다. OLED 패널 가격은 기본적으로 LCD 패널의 수 배에 달한다. 수율을 끌어올리기 까지 초기 투자비용이 상당해서다. 게다가 LG가 만든 화이트 OLED는 빛을 내는 유기 물질로 구성된 OLED로 명암비와 색 재현율이 뛰어난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LG디스플레이가 협상의 난색을 표한 또 다른 이유는 삼성이 기술 공동 개발을 요청해서다. OLED 개척자로서 시장을 일찍 선점한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었다.

이내 협상 결렬 소식이 전해졌다. 작년 7월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실적발표 컨콜에서 삼성전자와의 OLED 패널 공급 협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OLED TV

◇한종희의 자존심, OLED 불확신…'협상 난항'

삼성 입장에서 가격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건 '자존심' 문제도 있었다. 삼성전자 TV사업부는 2013년 수율 문제로 OLED TV 시장에서 철수한 뒤 "절대로 재진입은 없다"는 입장을 공고히 해왔다.

그 뒤로도 LCD TV만 고수해 왔다. 쉽사리 기조를 바꾸기란 쉽지 않았다. 여전히 삼성전자는 LCD 계열인 네오 QLED를 주력 프리미엄 라인으로 내세웠다. 한종희 부회장도 오랜 기간 W-OLED의 빛반사 등 허점을 지적해온 터라 쉽게 채택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내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LG디스플레이와 차별화하기 위해 퀀텀닷(QD) 기술을 추가한 QD-OLED TV를 출시한 마당에 W-OLED TV를 라인업에 포함할 이유가 없다는 반대의 시각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OLED TV시장에 대한 불확실성도 남아 있었다. 작년 OLED TV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출하량이 줄었다. 유럽은 전체 OLED TV 판매량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소화해왔던 터라 투자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LCD 패널 가격 하락세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작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51% 하락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초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출시한 OLED TV(55·66·77 인치)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삼성 VD사업부 내부적으로 OLED TV 시장에 대한 기조가 긍정적으로 변했다. LG디스플레이 차원에서도 적자기조를 탈피하기 위해선 세계 1위 TV 세트사인 삼성전자의 수주가 절실해졌다.

게다가 LG전자가 올초 처음 출시하는 OLED 노트북(그램 스타일)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OLED 패널을 채택했다. 올 하반기 LG디스플레이의 W-OLED 패널을 탑재한 첫 삼성 OLED TV 공개가 유력해지면서 양사간 OLED 동맹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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