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막 영토 확장하는 SKIET, 유럽 통해 글로벌 노린다 [르포] 폴란드 공장 3·4공장 2024년 가동 목표...유럽 분리막 수요 30% 대응
돔브로바 고르니차(폴란드)=정명섭 기자공개 2023-06-13 17:11:28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3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서부로 약 300km 떨어진 실롱스크주 돔브로바 고르니차시. 차로 약 4시간이 소요되는 이곳엔 SK아아이테크놀로지(SKIET) 폴란드 법인의 전기차용 리튬이온 분리막(LiBS) 생산공장이 있다.습식 분리막 분야에서 글로벌 톱 기업인 SKIET는 지난 2021년부터 폴란드 1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충북 증평 공장과 중국 창저우 공장에 이어 SKIET의 세 번째 분리막 생산기지다.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질과 함께 이차전지를 구성하는 4대 소재다.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는 것을 막고 리튬 이온은 통과시키는 얇고 하얀 막이다. 이차전지 원가에서 약 10~15%를 차지한다. 생산비 비중이 양극재 다음으로 높은 편이다.
폴란드 생산공장의 경우 SKIET가 분사하기 전인 2019년에 SK이노베이션이 투자를 결정했다. 매년 급성장하는 북미·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폴란드를 낙점한 이유는 헝가리와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지역에 화물차로 3~4일 이내에 분리막을 운반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과 낮은 인건비 때문이다.
돔브로바 고르니차시는 인구가 11만명밖에 안되지만 인근 작은 위성도시를 포함하면 100만명 이상이다. 돔브로바 고르니차시까지 편도 1시간 내로 출퇴근이 가능해 인력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투자 금액의 25~50%에 대해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는 점도 한몫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국내외 주요 분리막 업체 중 해외에 분리막 공장을 설립한 기업은 SKIET 뿐이다. SKIET 폴란드 공장은 유럽 전 지역을 통틀어 최초의 분리막 생산공장이기도 하다.
현재 완공된 2공장은 시운전을 마치고 샘플 생산을 시작했다. 3·4공장도 2024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4공장까지 증설을 완료하면 SKIET 폴란드 공장은 유럽 수요의 30%를 감당하는 현지 최대의 분리막 공장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축구장 80개 부지...전 공정 자동화로 생산성 최대치로
12일(현지시간) 방문한 폴란드 공장은 축구장 80개를 붙인 17만평(약 57만㎡) 규모의 부지가 시선을 압도했다. 거대한 공장 외관에는 SK그룹의 CI 컬러인 빨간색으로 적힌 폴란드 법인명(SK Battery materials Poland)이 눈에 확 띄었다. SKIET가 폴란드 공장을 언론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근처에는 글로벌 철강 생산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의 생산공장과 내연기관차 세라믹 필터를 생산하는 일본의 NGK가 있었다. 차로 15~20분 거리에는 폴란드 전기자동차 업체 일렉트로모빌리티의 생산공장이 있다.
폴란드 1공장은 현재 연간 최대 3억4000만㎡ 규모의 분리막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이곳에선 LiBS 제품이 생산된다. LiBS는 폴리올레핀 재질의 분리막이다. 이차전지의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면서도 10억분의 1m 크기의 기공으로 리튬 이온을 통과시켜 이차전지가 기능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분리막은 리튬 이온이 오가는 기공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건식과 습식으로 나뉜다. 건식은 기계로 필름 원단을 당겨 기공을 만든다. 제조공정이 간단하지만 기공 크기가 불균일하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습식은 첨가제를 사용해 화학 결합을 일으켜 기공을 만든다.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높은 기술을 요구해 생산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균일한 기공 크기를 구현할 수 있고 강도가 우수해 안전성을 요구하는 전기차 이차전지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SKIET는 현재 습식 분리막만 생산한다.
SKIET 분리막 생산 공정은 크게 LiBS 원단 공정과 세라믹 코팅(CCS) 공정으로 나뉜다. 1공장의 경우 4개의 원단 공정과 3개의 CCS 공정을 갖췄다. 방진복을 입고 원단 공정 파트에 들어가니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 소음만 들릴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원료를 혼합해 토출하는 압출부터 주조(캐스팅), 추출, 와인딩 등 전 과정이 자동화돼 있었다. 인력이 개입하는 건 시스템 운용 정도였다.
이 중 SKIET가 자랑하는 건 연신 공법이다. 이는 소재를 뜨겁게 만든 상태에서 잡아당겨 기공을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분리막의 강도와 탄성률이 향상된다. SKIET는 롤러로 분리막을 위·아래, 좌우로 한 차례씩 늘리는 축차연신공법을 2007년에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는 원단 크기를 대폭 늘리면서 두께는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반대로 일본 기업들은 공중에서 분리막 소재를 사방으로 당겨서 기공을 만드는 동시연신공법을 사용한다. 이는 정해진 비율로만 분리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에 포함된 오일이 묻어 투명해진 분리막이 두루마리 휴지 풀리듯 공정과 공정 사이를 쉼 없이 이동했다. 연신 공정을 마친 분리막은 오일을 말리는 추출 과정을 거쳐 잔류 응력(재료 내에 생기는 저항력)을 없애주는 HS 공정을 거친다.
기름기가 제거된 분리막은 희뿌연 색으로 바뀌었다. 이후 전지 규격에 맞게 폭을 자르는 슬리팅 과정과 원통형으로 둘둘 마는 와인딩 작업까지 거쳐 원단 공정이 마무리됐다.
이후 분리막은 세라믹으로 코팅된다. 세라믹을 입히면 열에 대한 내구성이 높아져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이차전지의 화재를 막을 수 있다. 세라믹 코팅 과정 또한 자동화로 인해 현장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많지 않았다. SKIET 폴란드 공장이 자동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단위당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다. 이는 가격 경쟁력과 직결된다.
◇ 4공장까지 증설 예정 "유럽 분리막 수요 30% 대응 가능"
현재 1공장의 가동률은 약 70% 수준이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 여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 영향을 받은 탓이다. SKIET는 이를 9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SKIET는 2공장은 건설을 마치고 시운전 중이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상업 가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오는 2024년이면 3·4공장도 완공된다. 1공장 건너편에 3·4공장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현재 공사 진행률은 약 85%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4공장 완공까지 투입되는 투자비(CAPEX)는 2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SKIET 연간 CAPEX(7861억원)의 3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를 위해 SKIET는 지난달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금융기구인 국제금융공사(IFC)로부터 총 3억달러(약 4000억원)를 유치했다. 1분기 기준 유동자산이 6977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이 60%도 되지 않는 만큼 레버리지를 일으킬 여력도 충분하다.
4공장까지 증설이 완료되면 폴란드 공장에서만 연 15억4000만㎡ 규모의 분리막 생산 체계가 갖춰진다. 이는 중형 전기차 205만대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폴란드에서 신차가 한해 약 50만대(내연기관차, 전기차 모두 포함)가 판매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규모다. 증평 공장과 비교하면 3~4배 높은 생산능력이다.
2025년이면 유럽 전기차에 들어가는 분리막 수요는 55억5000만㎡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폴란드 공장이 앞으로 유럽 전체 분리막 수요의 30%를 감당할 수 있는 셈이다. 향후 SKIET가 북미 생산기지 건설을 확정하면 생산능력은 40억㎡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박병철 SKIET 폴란드 법인장은 공장 증설 이유에 대해 "전기차 시장의 주요 시장인 유럽과 미국 양 지역에서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위치적 장점과 선제적인 생산 규모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KIET 폴란드 법인의 지난해 매출은 1392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는 약 32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SKIET 전체 매출의 16% 수준이다. SKIET의 분리막 사업부문은 1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작년 1분기 이후 1년 만이다. 이는 당초 시장 예상보다 흑자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증설이 진행될수록 SKIET 매출에서 폴란드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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