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IPO 명암]'9조' 몸값 받았던 SKIET, 주가 회복은 언제쯤③EV/EBITDA 48.1배 적용, 상장 이후 주가 40% 하락
안준호 기자공개 2023-03-22 13:13:48
[편집자주]
2차전지는 최근 몇 년 사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표적인 흥행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배터리 생산 기업은 물론 밸류체인 하단에 위치한 소재·부품·장비 기업까지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했다. 주목도가 높아지며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되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2차전지 IPO의 명과 암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0일 10: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2021년 공모주 시장을 달궜던 대표적인 '빅딜'이었다. 글로벌 선두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근거로 성장성을 극대화한 밸류에이션을 제시했다. 공모 과정에서도 이런 전략이 맞아 떨어져 수요예측에서 최대 7조4862억원의 시가총액을 확정했다.다만 상장 당시 약속한 장밋빛 미래는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했다. 주가는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40% 이상 하락했다. 고정비 부담에 외부 악재가 겹치며 실적 역시 줄곧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수익성 개선과 함께 매출처 다변화, 북미 지역 투자에 나설 계획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전히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공존한다.
◇EV/EBITDA 48.1배 적용, 할인 전 기업가치 9조 이상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2021년은 '대어'의 해로 기억된다. 조단위 몸값을 내세운 기업이 즐비했다. SKIET는 그 중에서도 특히 많은 기대를 받은 곳이다. 방대한 전방 시장과 확실한 기술력을 보유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 후 상한가 직행)을 의심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대다수였다.
주관사와 회사의 자신감도 컸다. 당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SKIET의 할인 전 평가 시가총액을 9조3094억원으로 계산했다. 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 방식을 기반으로 2020년 EBTIDA 1965억원에 피어그룹 평균 배수인 48.1배를 곱했다. 할인율을 적용한 공모가 밴드는 7만8000~10만5000원이었다.
EV/EBITDA는 2차전지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평가방식이다. 특히 지속적인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4대 핵심소재 기업들은 대부분 이를 사용해 상장했다. 설비투자로 인해 감가상각비가 커 일반적인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으론 기업의 현금창출능력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SKIET 역시 당시 대규모의 감가상각비로 인해 EV/EBITDA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견이 없던 것은 아니다. 48.1배의 배수는 그간 상장했던 2차전지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3년간을 살펴봐도 LG에너지솔루션(51.4배)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피어그룹 선정 과정에서 주요 경쟁사인 아사히 카세히(Asahi Kasei)와 도레이(Toray Industries)가 제외된 것 역시 밸류에이션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됐다.
물론 일본 경쟁사를 제외한 선택에도 이유는 있었다. 아사히 카세히와 도레이 모두 배터리 소재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IET와 주관사 역시 이를 고려해 배터리 소재 또는 소재가 속한 사업 부문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30% 이상인 곳을 피어그룹으로 선정했다. SKIET의 경우 상장 직전인 2020년 기준으로 분리막 매출이 전체의 99%에 달했다.
다만 결과만 놓고 보면 당시 밸류에이션은 고평가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SKIET는 상장 후 2개월 간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이후로는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17일 기준 주가는 6만1700원으로 공모가(10만5000원)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최근 국내 증시가 2차전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여온 것과는 정반대 분위기다.
◇상장 이후 실적 부진…외부 악재에 경쟁 심화까지
높은 배수와 기업가치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잠재력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평가방식을 채택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다. IB업계 관계자는 "상장 증권신고서에 미래 추정 실적을 직접 기재할 순 없지만, 미래 잠재력을 근거로 밸류에이션을 산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미래 성장성을 선반영하는 주식 투자의 특성상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SKIET의 경우 상장 이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보여왔다. 특히 실적은 지난해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2022년 연간 매출액은 5858억원으로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9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며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분리막은 2차전지 소재 가운데 가장 고정비 비중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고정비가 클 경우 생산량이 늘어도 비례적으로 비용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단위당 생산비용이 점차 감소하게 된다. 설비투자가 큰 회사들이 가동률 향상에 주력하는 이유다.
SKIET의 경우 예상치 못했던 외부 변수가 있었다. 중국 시장 침체로 IT기기용 분리막 판매가 저하되고, 차량용 배터리 분리막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출고 지연이 발생했다. 폴란드 신공장도 인증 지연 가동 시기가 미뤄졌다. 일본과 중국의 경쟁사가 생산량 확대에 나서면서 판가 경쟁이 시작된 것도 악재로 거론된다.
올해 흑자 전환이 기대되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현재 회사 측이 관측하는 시점은 2분기 혹은 3분기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가동률 상승을 위해 그룹 계열사인 SK온 이외에도 국내외 제조사로 판매처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이 기대되는 북미 지역에도 직접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며 하방경직성은 확보했지만 국내 이차전지 소재 업종 내 밸류에이션 매력도는 낮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실적 턴어라운드 여부를 확인하며 매수할 것을 권고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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