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뉴패러다임]한국타이어, 30년 키운 '바람의 아들'…속도에서 기술까지②저가 타이어 대항마로 내세운 고품질…속력·기능의 벤투스, 전기차 전용 아이온 탄생
허인혜 기자공개 2023-06-20 07:23:47
[편집자주]
자동차의 궁극적인 기능이 운송이라는 점을 돌아보면 '타이어'는 차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다. 그만큼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곳이 타이어 업계다. 차량의 전동화·다변화 시대에 발맞춰 국내 타이어 3사의 포트폴리오도 고부가가치 타이어로 재편되고 있다. 더벨이 고부가가치 타이어로 전환된 타이어 업계의 뉴 패러다임을 분석하고 각 사별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5일 09: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투스(ventus)'는 라틴어로 부는 바람을 뜻한다. 또 다른 뜻은 도착. 이 벤투스에 '바람의 아들'이라는 애칭을 붙이고 고품질 타이어 브랜드로 만든 한국타이어는 짐작하듯 이름에 속도를 담았다.1990년대만 해도 고품질 타이어의 기준은 속도를 감내하는 능력이었다. 1991년 한국타이어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 수주를 받았던 제품의 기준이 시속 200km 이상을 주행해도 안전한 타이어였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7위의 국내 톱티어 타이어 기업이지만 한때는 첨단설비가 없어 수출 수주를 돌려보내야 했다. 200km를 달리는 타이어 주문은 결국 고사됐다. 속도에 한이 맺힌 한국타이어는 경주용 자동차에 타이어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한국타이어의 첫 레이싱팀 이름도 벤투스다.
벤투스는 30년을 넘게 달린 브랜드다. 이전의 속도는 글로벌 기업에 뒤쳐졌지만 최근 보폭을 바투 좁혔다. 폭스바겐과 토요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링파오 등에 초고성능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벤투스의 속도는 어떻게 빨라져 왔을까.
◇경주용 타이어에서 '드라이빙 이모션' 소비자 찾기까지
한국타이어는 꽤 오래전 고부가가치 타이어 개발의 중요성을 깨달은 기업이다. 1991년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수출량은 그해 10월까지 3억달러어치를 넘겨 전년보다 12%나 늘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성과는 요원했다.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고급 타이어' 제공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1990년대 초반부터 몰려온 중국산 저가 타이어도 위기감을 키웠다. 당시 국내 타이어 가격이 10만원대였는데 중국산 타이어는 6만원에 불과했다. 이미 미국 시장에서 중국 타이어에 밀렸던 전력이 있던 한국타이어는 중국발 위기를 고부가가치 타이어로 극복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2000년대 들어 한국타이어의 대표 고성능 타이어 벤투스가 등장한다. 당시 고성능 타이어 시장은 연간 약 30만본 수준이었다. 스포츠용 차량 수요가 대표적이었다. 주요 수출 시장인 유럽과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한국타이어는 경주용 차량에 벤투스 등을 지원하고 자사 레이싱팀에 프리미엄 타이어 이름을 붙이며 마케팅에 나섰다.
고부가가치 타이어 생산시설이 확대된 것도 이 시기다. 2003년 고성능 타이어 설비 확충에 336억원을 투입했다. 2004년 기업설명회(IR)를 통해 2005년까지 금산공장에 고부가가치 타이어 생산시설 증대를 위해 1819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주용 차량 마케팅에 집중했던 한국타이어가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도 고급 타이어를 소개한 건 2000년대 중반 이후다. 영화배우 3인이 고부가가치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을 주행하는 모습을 담은 광고를 송출했다. 글로벌 텔레비전 광고도 시작하는 한편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타이어 체험단을 모집했다.
초기 전기차를 위해 고안된 '키너지' 시리즈도 고부가가치 타이어의 물꼬를 텄다. 201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벤투스와 전기차용 키너지 등을 선보였다.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인 것도 2010년대 중반부터다.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투란' 등에 자가 봉합 기능을 갖춘 타이어 '벤투스 프라임2 실가드' 등을 공급했다.
◇'타이어 소음'까지 줄이는 프리미엄의 세계
한국타이어가 타이어 유통채널인 티스테이션(T-Station)을 통해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분류한 타이어 브랜드는 네 종류다. 벤투스를 필두로 아이온과 다이나프로, 윈터아이셉트 등이다. 각 브랜드별 세부 제품을 갖추고 있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타이어는 아이온(iON)이다.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한 타이어다. 키너지 시리즈도 여전히 판매 중이지만 프리미엄 라인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아이온은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3월 론칭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전용 풀 라인업을 구축한 건 한국타이어가 처음이다. 18~22인치 크기로 여름·겨울·사계절에 맞춰 출시 규격만 86개에 달했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무거운 차체를 견디는 한편 고기능화된 미래차에 맞춰야해 높은 기술력을 요한다. 아이온은 타이어 표면의 미세한 홈을 조절해 미끄러짐 현상을 줄였다. 소음으로 느껴지는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억제시키는 기술도 탑재됐다.
그만큼 시작가가 가장 높다. 아이온 브랜드 중 시작가가 최고가인 상품은 '아이온 윈터'로 43만4500원부터 판매한다. 실속형으로 분류되는 마일리지 플러스3(Mileage Plus3)의 가격이 9만3500원으로 약 5배에 달하는 셈이다.
벤투스는 한국타이어의 고부가가치 타이어 수출을 책임지고 있다. 첫 출시부터 유럽 등 완성차 선진국을 겨냥한 라인업이었다. 폭스바겐과 토요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링파오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폭스바겐의 신형 전기 미니벤과 토요타의 전기차 등이다.
레이싱카에도 꾸준히 지원 중이다. 올해 람보르기니가 주관하는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레이싱 대회에 타이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람보르기니뿐 아니라 포르쉐와 BMW, 아우디 등에도 타이어를 공급한다. 다이나프로는 SUV 전용 모델이다. 윈터아이셉트 시리즈는 겨울용 스노우 타이어다.
◇실적 효자로 성장한 고부가가치 타이어
고부가가치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꾸준한 매출 효자였다. 한국타이어는 200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할 때마다 고부가가치 타이어 판매 증대가 영향을 미쳤다고 발표해 왔다.
한국타이어가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개발하는 등 한창 고부가가치 타이어를 키우던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고성능 타이어(UHPT) 매출이 3500억원에서 1조7790억원으로 다섯 배 이상 커지는 등이다.
이듬해인 2014년에도 경기불황과 환율 하락으로 매출액이 줄었는데도 영업이익이 1조311억으로 전년(1조310억원)대비 늘었다. 경기불황이 오히려 국산 타이어 선호도를 높여 긍정적 영향을 받기도 했다. 2016년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타이어 업계 영업이익률 1위를 달성한 것도 고부가가치 타이어 덕이다.
고부가가치 타이어의 실적 기여도는 지난 한해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한해 연결기준 최대 매출액인 8조3942억원, 영업이익 7057억원을 달성했다. 고부가가치 타이어의 기여도가 명확하다.
BMW·아우디·현대차·토요타·스코다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4분기를 기준으로 PCLT(승용차 및 소형트럭 타이어) 매출액 대비 18인치 이상 타이어의 비중은 40.8%를 차지했다. 2022년부터 론칭한 아이온도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1040억원, 영업이익은 190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7.5%, 영업이익은 51.5% 확대됐다. 18인치 이상 고인치 승용차 타이어 판매비중이 거듭 늘어 43.5%를 기록했다. 2023년 목표는 고인치 타이어의 판매 비중을 45%로, 전기차 공급모델 비중을 20%까지 늘리는 것으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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