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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브랜드 사용료 진단]㈜한화 상표권 사용료 재계 3번째, '안전판' 역할 톡톡⑤양대 보험사가 전체의 절반 책임…2019~2021년엔 순이익보다 많아

조은아 기자공개 2023-06-20 07:19:16

[편집자주]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1조5207억원에 이르렀다.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를 보는 양단의 시선이 존재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형자산인 만큼 당연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가치 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특정 회사가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해당 상표권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 궁금증도 크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표권 수취 현황과 그 시사점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09: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가 계열사로부터 상품권 사용료를 받기 시작한 건 2015년으로 한화라는 사명을 사용한 지 23년 만이었다. 한화그룹은 1992년 '한국화학그룹'이라는 상호를 '한화그룹'으로 바꿨고 2006년 새로운 CI를 개발했다. 다른 그룹이 이런 작업과 거의 비슷하게 브랜드 관리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출발이 다소 늦었다고 볼 수 있다.

㈜한화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아니지만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사업을 하고 있는 데다 그 규모 역시 매우 커 상표권 사용료가 주요 수익원은 아니다. 눈에 띄는 건 사용료율이다. 0.3%로 다른 지주사와 비교해 높은 편이다.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사용료 수취가 시작됐던 만큼 사용료율이 높게 책정됐던 것으로 보인다.

◇효자는 보험 계열사, 곱지 않은 시선

㈜한화는 지난해 21개 계열사로부터 상품권 사용료를 받았다. 사용료는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값의 0.3%다. 압도적 1위는 한결같이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484억원의 사용료를 지급했다. 뒤를 이어선 한화솔루션과 한화손해보험이 각각 261억, 230억원을 지급했다. 전체 ㈜한화가 받은 상품권 사용료가 157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인데 3개 회사에서 나온 사용료가 전체의 60%를 넘는다.

2021년 역시 지난해와 비슷했다. 한화생명만 무려 547억원의 사용료를 냈다. 전체 1553억원의 3분의 1 이상에 한 곳에서 나왔다. 한화손해보험도 228억원을 지급했다. 보험사 2곳이 전체 사용료의 절반을 책임지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특히 한화손해보험은 2019년 영업손실 941억원, 순손실 691억원을 보며 적자 전환했음에도 해당 해의 상표권 사용료로 236억원을 내야 했다. 전체 영업손실의 25%, 순손실의 34%에 해당하는 수치로 결국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은 2019년 말과 2020년 상반기 각각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행정지도를 받기도 했다. ㈜한화에 지급하는 상표권 사용료가 과도해 회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두 회사 입장에선 매출을 중심으로 한 상표권 사용료 책정 방식이 불합리할 수 있다. 보험사의 매출에는 고객이 지급한 보험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계속 보험료가 유입돼 업황과 관계없이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다.

당시 금감원은 보험사의 특성 등을 고려해 사용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산업의 특성을 하나하나 고려하기 시작하면 각 계열사 모두 다른 셈법을 적용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백화점 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갤러리아와 B2C 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한화솔루션은 상표권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같은 사용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업종 특성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계산이 한층 복잡해지는 데다 다른 계열사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한화이글스가 내는 사용료는?

매년 ㈜한화가 받는 상펴권 사용료는 재계에서 ㈜LG와 SK㈜가 받는 사용료 다음으로 많다. 그러나 금융 계열사와 높은 사용료율 때문일 뿐 많은 곳에서 받고 있는 건 아니다. 아예 내지 않는 곳도 많은 편이다. 포스코그룹과 마찬가지로 상표권 사용료 외 다른 수익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용료 수취 회사를 정하는 데 있어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편이다.

우선 한화이글스가 상표권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스포츠단의 특수성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LG와 SK㈜가 적게나마 사용료를 받았거나 지금도 받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LG는 LG트윈스를 운영하는 LG스포츠로부터 지난해 1억1700만원을 받았다. SK㈜ 역시 2021년 SK와이번스를 신세계그룹에 넘기기 전까지 상표권 사용료를 받았다. 2021년 3월 계열에서 제외됐는데 그해 1~3월의 사용료로 800만원을 받았다. 두 곳 모두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기업의 특성상 적자를 자주 내던 곳이다.

한화이글스 역시 거의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2020년과 2021년 1억원대 영업이익을 내긴 했으나 지난해 다시 영업손실 6억원을 보며 적자 전환했다.

이밖에 한화비앤비는 사회적 기업의 특수성이 감안됐고, 한화에스테이트서비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육삼시티, 한화라이프랩 등은 계열사 사업 지원 성격으로 설립된 자회사라는 이유에서 사용료 지급하지 않고 있다. 직접 사업을 하고 있지 않은 투자회사 등도 면제 대상이다.

◇매출 대비 비중은 미미하지만…2021년엔 순이익보다 상표권 수익이 많아

현재 ㈜한화는 연간 매출 규모가 별도기준 4조원대에 육박한다. 전략·건설·글로벌·모멘텀·지원 등 모두 5개 부문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가운데 전략부문과 지원부문을 제외한 3개 부문에서 실제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면서 연간 매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1분기에만 1조580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자연스럽게 전체 매출에서 상표권 사용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미미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매출의 3.82%에 그쳤다.

그러나 수익으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화의 별도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000억~2000억원대를 오가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한화의 영업이익은 2289억원, 순이익은 1315억원이었는데 그해 상표권 수익이 1501억원으로 순이익보다 많았다. 사실상의 불로소득인 상표권 수익이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2019년과 2020년 ㈜한화의 순이익은 각각 1003억원, 1287억원인데 이때의 상표권 수익은 각각 1417억원, 1468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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