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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브랜드 사용료 진단]상표권 수익 부동의 1위 ㈜LG…효자는 LG전자③2005년부터 사용료 수취…지주사에서 체계적 브랜드 관리

조은아 기자공개 2023-06-12 07:25:35

[편집자주]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1조5207억원에 이르렀다.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를 보는 양단의 시선이 존재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형자산인 만큼 당연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가치 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특정 회사가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해당 상표권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 궁금증도 크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표권 수취 현황과 그 시사점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9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격변의 시대를 맞아 부담을 무릅쓰고 내린 중대한 결단입니다."

1995년 1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열린 럭키금성그룹 시무식. 구자경 당시 회장의 발표에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그는 이날 그룹 이름을 'LG'로 바꾼다고 전격 선포했다. 재계 순위 4위 LG그룹이 탄생한 순간이다.

'멀쩡한 이름을 왜 바꾸느냐'는 반대가 많았지만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뚝심있게 추진했다. 당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관련 권한이 구 전 회장에게 모두 넘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구자경 회장은 발표 두 달여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LG그룹의 가장 성공적 마케팅 사례로 꼽히는 '사랑해요, LG' 광고 역시 이 때 만들어졌다. LG그룹이 브랜드 관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건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다. ㈜LG 출범과 동시에 국내 최초로 계열사들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기로 결정했고 이를 계기로 브랜드 관리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LG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35%…타 지주사보다 높은 편

㈜LG는 대한민국 1호 지주사다. 2000년대 초반 그룹의 두 축인 LG화학과 LG전자를 인적분할하고 주식교환과 공개매수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이후 지금까지 자체 사업을 따로 하지 않는 순수 지주사로 남아있다. 자체 사업이 없는 탓에 ㈜LG의 수익은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과 상표권 사용료, 임대료로 이뤄진다.

㈜LG는 지난해 상표권 사용료로 3655억원을 거뒀다. 국내 지주사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2위 SK㈜가 받는 상표권 사용료가 2000억원대라는 점을 볼 때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거의 매년 증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역시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LX그룹이 출범하면서 LG그룹 계열사 수는 줄었으나 오히려 상표권 수익은 늘었다. 계열사 매출 증가의 영향으로 보인다.

㈜LG 수익의 항목별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1조 675억원 가운데 배당금 수익이 5667억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53.1%로 절반을 넘겼다. 상표권 사용료도 34.2%를 차지해 많은 편이었고 임대료 수익은 12.7%를 기록했다.

다른 지주사와 비교하면 상표권 사용료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실제 상표권 수익은 안전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021년 배당금 수익이 전년보다 16%나 감소했으나 상표권 수익은 26%나 증가하면서 전체 수익도 방어했다.


◇LG전자·화학·에너지솔루션 기여도 주목

상표권 사용료 산정방식에서 ㈜LG의 기준은 명확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값의 0.2%를 사용료로 산정하고 있다. 0.2%는 국내 지주사들의 평균 수준이다. 다만 합작법인의 경우 사용료율이 0.1%다.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LG파루크 등이다.

의외로 상표권을 내는 계열사는 그리 많지 않다. ㈜LG가 최근 내놓은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5곳의 계열사만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했다. LG그룹 계열사 수는 모두 63곳인데 사명에 LG가 들어가는 곳은 15곳뿐이다. 상표권 거래 공시에 포함되지 않은 50여개 계열사는 코카콜라음료와 해태HTB, 한국음료, 에프엠지, 로아코리아 등 LG생활건강 자회사들, 광고회사 엘베스트와 HS애드, 지투알 등이다.

그럼에도 수취액이 가장 많은 건 대규모 매출을 내는 굵직굵직한 계열사가 여럿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기준 상표권 사용료를 가장 많이 낸 곳은 '부동의 1위' LG전자로 1214억원을 지급했다. 전체 상표권 수익의 3분이 1이 LG전자에서 나온 셈이다. SK㈜에 가장 많은 사용료를 낸 SK하이닉스(835억원)과 SK에너지(445억원) 둘을 더해야 LG전자 한 곳이 낸 금액과 맞먹는다.

LG전자 다음은 전통의 효자 LG화학으로 537억원을 지급했다. 막내 LG에너지솔루션의 활약도 눈에 띈다. 2020년 말 출범해 2021년 360억원을 지급했고 지난해는 511억원으로 단숨에 3위로 차고 올라왔다. 회사의 가파른 성장세가 상표권 수익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모양새다.

주요 계열사들의 매출이 모두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면서 상표권 수익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2785억원에서 5년 만인 지난해 3655억원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20년 가까이 잡음 없이…철저한 브랜드 관리

㈜LG는 국내 지주사 가운데 가장 먼저 상표권 사용료를 거두기 시작했다. 또 다른 곳과 비교해 압도적 규모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그간 ㈜LG의 상표권 사용료를 놓고 잡음이 불거진 적은 없다. 출범 때부터 브랜드 소유권을 ㈜LG가 보유하면서 관리 역시 철저하게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는 2003년 출범과 동시에 2005년부터 계열사들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걷겠다고 공식화했다. 이후 2004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브랜드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의 라이선스업'을 추가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체계적으로 브랜드 관리를 시작했다. 홍보팀, 재경팀, 법무팀, 경영관리팀 및 LG경제연구원이 참여하는 전담 협의체인 'LG브랜드 관리위원회'를 구성했고 브랜드 오남용을 막기 위해 'LG브랜드 사용 감시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룹 이름을 LG로 바꾼 구본무 전 회장의 브랜드 경영도 한몫했다. 구 전 회장은 지주사 출범 직후 임원 400여명이 참석하는 세미나를 열고 '브랜드 경영'을 선포했다. 그는 "변화무쌍한 경영환경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부침하지만 세계 최고 브랜드 기업들은 흔들림 없이 건재하다"며 "브랜드는 이제 기업의 핵심자산"이라고 강조했다.

㈜LG는 제3자의 유사 상표 권리 확보를 막기 위해 국내외에서 주기적으로 관련 모니터링을 진행하면서 브랜드 오남용 사례를 발견하면 적절한 조치를 즉각 취하고 있다. 관련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구겐하임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LG-구겐하임 어워드'를 신설했으며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영국 런던 피카딜리광장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거점에서 옥외 광고도 펼치는 등 LG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상표권 수익은 브랜드 투자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 밖에도 9년째 스켈레톤 국가대표팀 지원을 이어오고 있으며 남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비롯해 한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꿈나무까지 후원하는 등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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