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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준비 "시간 더 필요하다" 유예기간 요구 은행권 중심 1년 추가 요청…법안 통과 가능성은 희박

이돈섭 기자공개 2023-06-21 08:08:15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6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당장 내달 11일 본격 개시되는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둘러싸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시중은행 중심의 노동조합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를 설정한 사용자가 내달 중순 전까지 디폴트옵션 제도 관련 내용을 규약에 의무 반영해야 하는 시기를 늦춰달라고 건의해 법안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내달 디폴트옵션 제도의 본격 도입에 앞서 사업자들이 과중한 업무에 숨을 허덕이고 있는 형국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이달 초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DC 제도를 운영하는 사용자가 디폴트옵션 반영 내용을 내달 11일 전까지 당국에 신고하는 의무 기한을 1년 연기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 취지를 감안하면 내달 11일 전에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만 하는데, 현재 3주 안팎 정도의 시간 밖에 없어 촉박한 실정이다.

디폴트옵션 제도 운영을 위한 작업은 내달 11일 전까지 모두 마무리돼야 한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고용노동부에 신청하고 장관 직속 사전심의위원회 승인을 받는다. 사업자는 관련 내용을 사용자에 설명하고 근로자 동의를 받아 규약에 반영한다. 사용자는 규약 내용과 증빙 자료 등을 고용부 측에 내달 11일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 작업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다.

문제는 퇴직연금 사업자 대부분의 사용자 디폴트옵션 규약 반영 진도율이 평균 30%를 채 못 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100곳의 사업장 중 30곳이 채 안 되는 곳만이 현재 디폴트옵션 제도 시행을 위한 작업을 마쳤다는 뜻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각 사업자별로 수많은 사업장을 찾아다녀야 하다 보니 업무가 밀려있는 상태"라며 "내달 11일 전 진도율 100%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진도율 부진은 대형 사업자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추세다.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손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불평이 업권 안팎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사업자의 경우 사용자가 과태료 처분을 받아도 별도의 불이익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사용자가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면 해당 사업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불만을 표현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시장 전체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노동조합 중심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정책당국 측에 해당 제도 적용 유예 기간 확대를 건의하자 국회 측에 입법 청원에 나섰고, 여당이 이번 개정안 발의를 주도했다. 당초 개정안을 건의할 때만 하더라도 이달 중 상임위원회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까지 이달 환노위 개최 계획은 없는 상태다. 현행 입법 절차 등을 두루 감안하면 내달 11일 전 개정안 시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를 두고 퇴직연금 시장 일각에서는 정책당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을 본격 도입하고 정책당국이 강하게 드라이브하면 전국 사업장 퇴직연금 규약에 해당 내용이 1년 안에 모두 반영될 것이라고 기대한 것 자체가 당국의 영향력을 과신한 것 아니겠느냐"며 "제도 도입은 좋지만, 문제 없이 운영할 수 있게 가이드하는 역할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331조원. 이중 DC와 IRP에 쌓인 적립금은 약 70조원 규모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6% 수준이다. 해당 적립금의 실적배당형 상품 운용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압도적이다.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되면 중장기적으로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커져 운용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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