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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인사 코드]전북은행, 자행 출신 행장 54년 간 '단 1명'①외부인사 기용 선호, 영입 경로 '시중은행→한국은행→자본시장' 변화

최필우 기자공개 2023-07-03 07:40:30

[편집자주]

지방금융은 계파·학벌·연고주의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에 여념이 없다. 지방지주가 CEO 승계와 사외이사 선임을 비롯한 지배구조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방은행은 인사로 조직 문화를 혁신하려 하고 있다. 지방지주의 전신이고 새로운 인력을 수혈하는 창구인 지방은행에 그룹 개혁 성패가 달려 있다. 더벨은 지방은행 인사 체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3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북은행은 행장으로 외부 출신을 영입하는 오랜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 반백년 역사 속에 공채 출신이 행장에 취임한 건 단 1번 뿐이다. 오랜 기간 대형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출신 인사를 영입하면서 행내에 순혈주의가 고착화되지 않은 영향이다.

최근에는 금융권보다 자본시장에서 활동하던 인물을 행장에 기용하는 추세다. 전북은행은 전통적인 은행권 성장 모델을 답습하기보다 신사업을 발굴하고 경쟁 우위에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성장 모델에 정통 금융인보다 자본시장 전문가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초창기 시중은행에서 영입, 이후 한국은행 출신 기용

전북은행은 1969년 설립된 이래 총 13명의 행장을 임명했다. 이중 12대 서한국 전 전북은행장이 전북은행 출신으로 행장에 취임한 유일한 사례다. 54년 동안 내부 출신 행장이 재직한 기간은 서 전 행장의 임기였던 2년에 불과하다.


1도 1은행 정책 시행으로 1960년대 후반 설립된 지방은행은 외부 출신 행장을 기용하는 게 당연했다. 신입행원을 받아 행장 후보군으로 육성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은행은 초대 행장으로 산업은행 출신인 최주한 전 행장을 기용했고 이후 시중은행에서 CEO를 영입했다. 2대 송규섭 전 행장, 3대 이예철 전 행장은 각각 옛 상업은행, 옛 제일은행 출신이다. 이후 기업 출신인 4대 배민홍 전 행장이 취임했고 농협중앙회 고위직을 지낸 송주인 전 행장이 5대 행장이 됐다.

시중은행 또는 상호금융 출신을 선호한 건 당시만 해도 지방은행이 전국 단위 영업을 꿈꿨기 때문이다. 전북은행은 전주와 전북 지역에서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전국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싶어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 사정을 잘 아는 리더가 필요했다.

6대 고광직 전 행장이 취임하면서는 한국은행 출신 행장 시대가 열렸다. 고 전 행장을 시작으로 7대 정승재 전 행장, 8대 박찬문 전 행장, 9대 홍성주 전 행장이 한국은행에서 경력을 쌓고 경력 막바지에 전북은행장이 됐다. 한국은행 출신 행장들이 연속해서 재직한 기간은 24년에 달한다. 탄탄한 지배구조를 정립하지 못했던 탓에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영향이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특별히 외부 출신 행장 영입 원칙을 두고 있거나 내부보다 외부 인사를 선호하는 건 아니다"라며 "수도권·전국 진출을 구상하거나 외풍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 행장 취임 분기점, '자본시장 출신' 잇따라 기용

2010년 김한 전 JB금융 회장이 전북은행장에 취임하면서 행장 선임 패턴에 변화가 생겼다. 김 전 회장은 엄밀히 따졌을 때 외부 인사로 보긴 어렵다. 그는 JB금융 대주주인 삼양사 오너 일가다. 김 전 회장이 오너십을 바탕으로 전북은행 경영 주도권을 쥐면서 경제 관료 출신이 행장으로 오는 관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 전 회장은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등 증권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일하다가 전북은행장에 취임했다. 김 전 회장은 전북은행을 모태로 JB금융지주를 설립하고 계열사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자본시장과 금융권을 두루 거친 그의 경험이 성장 원천이 됐다.

김 전 회장을 보좌해 지주사 전환과 계열사 확장을 주도한 인물들이 뒤를 이었다. 임용택 전 행장은 페가수스인베스트먼트 출신이다. 페가수스인베스트먼트는 전북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JB우리캐피탈 인수를 자문하기도 했다.

임 전 행장은 김 전 회장의 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CEO로 낙점되면서 11대 행장이 됐다. 올해 13대 행장으로 취임한 백종원 전북은행장도 페가수스인베스트먼트에서 임 전 행장과 합을 맞췄던 인물이다. 이들은 자본시장 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임 전 행장과 백 행장 사이에 12대 행장으로는 서한국 전 행장이 재직했다. 서 전 행장은 최초의 전북은행 공채 출신 행장이다. 전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8년 전북은행에 입행해 행장까지 올랐다. 하지만 서 전 행장이 연임하지 못하고 2년 만에 물러나면서 짧았던 내부 출신 행장 시대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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