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경쟁]이재용-정의선, 'K-미래차' 위한 오월동주①삼성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현대차 공급 결정…'전장' 접촉면 확대 가능성
손현지 기자공개 2023-06-29 13:08:09
[편집자주]
글로벌 경기위축 등 각종 변수가 불어닥치며 산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업들마다 실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신사업 진출을 나선 가운데 타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AI 반도체, 전장사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순간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7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협력 결정은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건희·정몽구 선대회장 시절부터 양사가 자동차 사업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온 터라 앙숙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3세 경영진들은 경쟁구도를 형성하던 역사를 뒤로 하고, 동맹 노선을 택했다.향후 양사간 밀월 관계가 더 깊어질지, 아니면 또 다시 경쟁관계에 놓일 지는 미지수다. 다만 당장의 실리를 위해선 협력이 필수다. 현대차 입장에선 당장 공급망 불확실성을 타파하는게 급선무다. 삼성과의 차량용 애플리케이션(AP)칩 협력 국면이 불러올 효과는 꽤 크다. 공급망 내 경쟁사 진입에 따른 원가 경쟁 등의 효과도 셈법에 어느정도 포함돼 있다.
이재용 회장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진입장벽이 높은 전장(자동차 전자기기)시장에서 트랙레코드를 쌓기 좋은 기회다. 무엇보다 AP 브랜드 '엑시노스'의 경쟁력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기회다. 비메모리 시장에서 실적 돌파구를 찾고 있는 가운데, 기존 스마트폰AP 시장에서 전장 AP쪽으로 활로를 넓혀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창업주때부터 라이벌
삼성과 현대차 두 그룹의 라이벌 관계는 창업주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고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은 1세대 창업자라는 공통점 하에 상이한 성격, 중공업·건설 등 동일 산업군에서 부딪히며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왔다.
경쟁 구도는 이건희·정몽구 2세 경영때 심화됐다. 대표적인 예는 1997년에는 법정관리에 돌입한 '기아차 인수전' 때다. 당시 이건희 선대 회장은 숙원사업이나 다름없는 완성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1990년대부터 완성차 내부 비밀 조직을 만들었다. 1994년에는 상공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자동차 사업 진출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현대차도 현대전자로 반도체, 전자 분야에 도전장을 냈지만 삼성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건희 전 회장은 반도체와 통신, 디스플레이 사업 분야에서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 반열에 올려놓으며 틈을 시장진입의 틈을 주지 않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삼성은 자동차 산업을 접고, 현대도 반도체 사업을 SK에 매각했다. 양사간 직접 경쟁은 볼 수 없게 됐지만, 삼성과 현대의 경쟁구도는 업계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전기차 시대엔 다르다 '경쟁 아닌 협력'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기류는 달라졌다. 2020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과 이재용 삼성 회장(당시 부회장)은 충남 천안 소재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한번,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또 한번 접선했다. 전고체 배터리 협력을 위해서다. 일본 도요타와 파나소닉 동맹과 비유되며 급물살을 탔다.
이 회장은 2015년에도 '전장사업팀'을 직접 꾸리며 역량확보에 나섰다. 이듬해 커넥티드카용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글로벌 1위인 하만을 인수했다. 하만은 텔레매틱스(Telematics) 분야에서도 시장점유율 10%를 웃돈다. 글로벌 유통망까지 확보하고 있어 보쉬, 컨티넨탈 등과도 경쟁우위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현대차와 협력도 점진적으로 진전시켜왔다. 현대차의 간판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보면 사이드뷰 미러(카메라)에 들어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 GV60 같은 제네시스 전기차엔 삼성전자의 이미지센서(반도체)가 있다.
결정적 협업은 '자동차 두뇌'인 AP로 드러났다. 삼성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IVI용 AP인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 V920'를 오는 2025년부터 현대차에 공급하기로 했다. 전기차 운전자에게 실시간 운행정보를 제공하고 고화질의 지도와 영상 스트리밍 기능을 제공하는 핵심 반도체다.
◇정의선의 셈법, 이재용의 청사진
현대차는 그간 현대차의 두뇌를 인텔·엔비디아·텔레칩스·엔엑스피(NXP)·르네사스 등으로부터 공급받았다. 이들을 놔두고 삼성과 손을 잡은 건 공급망 전략에 변화를 주기 위함이다. 일단 공급망 내 새로운 공급사 등장은 원가절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 측면에서도 삼성이 유리했다. 삼성은 현대차 입맛에 맞춰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 칩은 고성능 GPU 기술력을 기반으로 높은 성능을 구현하고 있지만, PC등 수량이 적기 때문에 맞춤 제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 시스템LSI부는 이번 엑시노스 V920의 CPU 성능을 이전보다 1.7배 향상시켰다.
특이한 건 삼성전자가 현대차와 협력을 공고히 했다는 점이다. 삼성이 특정 회사에 특정 칩을 공급한다고 밝힌 건 이례적이다. 다른 고객과의 협상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도 있는데 공고히했다는 건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이재용 회장 입장에선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이 시급하다. 2019년부터 시스템 반도체 1위 포부를 밝히며 각종 육성책을 펼쳐왔다. 다만 브랜딩까지 한 AP 엑시노스는 스마트폰 갤럭시 S23에도 탑재되지 못하며 저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매력적이다. 고사양, 난이도 높은 공정을 요구해 마진이 크다. 자율주행차 보급으로 인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진입장벽은 높다. 자동차 기업간 배타적 협력 공급망 구축 기조가 자리잡고 있어서다.
삼성 입장에선 글로벌 입지가 두터운 현대차 협력 계기가 타 자동차 고객사 확보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이재용 회장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으로 완전자율주행용(FSD) 반도체 논의를 이어가며 사업확장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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