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28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라이브시티가 진행 중인 K-컨텐츠 경험형 복합단지의 첫번째 프로젝트 'K-아레나'가 비용 문제로 공사가 일시 중단된 가운데 설상가상 모회사인 CJ ENM의 추가적인 지원도 어려운 상황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CJ라이브시티는 CJ그룹의 문화사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관문으로 통한다. 기존에 영화 등 미디어를 넘어 K팝 아레나(원형 공연장)를 향유하는 복합 문화산업까지 범위를 확장해 ‘문화왕국’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CJ는 2015년 경기도가 공모한 K컬처밸리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한류 복합문화공간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듬해 CJ ENM이 지분을 출자해 CJ라이브시티(옛 케이밸리)를 설립했고 사업을 맡겼다. 착공까지는 시간이 적잖이 소요됐다. 2016년과 2019년 두차례 사업안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경기도의 심의와 최종승인 등이 늦어졌다. 드디어 2021년 10월 CJ가 사업자로 선정된지 6년만에 첫 삽을 떴다.
◇'결손금 누적' 자본잠식, 공사 중단 인력 재배치…"구조조정 아니야"

공사 착수라는 큰 산을 넘었는데도 여전히 가시밭길은 계속되고 있다. CJ라이브시티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 속 매년 결손금이 누적돼 재무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서다. CJ라이브시티는 2020년 138억원, 2021년 166억원, 지난해 229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수백억원대 유형자산폐기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채비율은 2019년 235%에서 2021년 831%까지 치솟았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전환해 자본잠식에 빠졌다.

올해 4월부터는 아레나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상승 여파로 공사비용이 증가하면서 시공사인 (주)한화 건설부문과 공사비를 조율 중이다. 공사가 중단되면서 CJ라이브시티는 인력을 감축하는 등 내부 조직을 축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CJ라이브시티는 인력 재배치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공사비 협의를 하느라 공사가 일시 중단되면서 업무 재배치 등이 이루어졌다”면서 “구조조정 차원이 아니라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일부 인력을 재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J ENM 경영환경 악화, 지원 불투명 공사재개 '안갯속'

CJ라이브시티가 공사 재개를 위해서는 실탄이 필요하다. 걸림돌은 그간 ‘쩐주’ 역할을 해왔던 모회사 CJ ENM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CJ ENM은 2016년 1548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전폭지원을 시작했다. 이후 자금대여나 채무보증 방식으로 재정 지원을 이어나갔다. 올해 5월 말 기준 총 대여금은 약 900억원이다. 이밖에도 CJ ENM은 CJ라이브시티의 외화차입금과 영구사채 등에 자금보충 혹은 지급보증을 단행하는 등 방식으로 재정 부담을 덜어줬다.

다만 최근 들어 CJ ENM이 본업 경쟁력이 악화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개별기준 CJ ENM 영업이익은 2381억원으로 전년대비 26.3% 줄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12억원으로 68.2%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침체에 따라 광고 시장 위축으로 엔터부문이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

최근에는 적자를 지속 중인 자회사 ㈜티빙에도 손을 벌렸다. CJ ENM은 이달 티빙으로부터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이자율 4.6%를 적용해 600억원을 차입했다. 티빙은 2021년 762억원, 지난해 1191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에서는 CJ라이브시티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공사 중단 기간이 길어져 완공시점이 1년 이상 늦춰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중단이 길어질수록 CJ의 마음도 급해질 것"이라며 "사업지연에 따라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어떻게든 협상을 성사시키는 게 최선이지만 입장차를 좁히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