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계열분리 점검]두 지붕 공식화, 문성욱 부사장 역할론 '주목'①컨트롤타워 지탱 역할 필요, 백화점부문 지원사격 가능성
변세영 기자공개 2024-11-11 07:42:52
[편집자주]
2011년 이마트 인적분할로 남매간 각자경영을 시작한 신세계그룹이 최근 정기인사를 기점으로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정용진 회장과 정유경 회장은 각각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이라는 두 지붕을 안정화 시키고 컨트롤타워로서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더벨은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 히스토리와 향후 키맨이 될 인물을 살펴보고, 해결해야 할 과제 및 시나리오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6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이뤄진 ‘2025 정기인사’를 통해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2011년 ㈜신세계가 대형마트 사업을 분리해 ㈜이마트로 인적분할한 후 2019년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을 신설하며 분리경영을 이어왔는데 올해를 기점으로 그룹차원에서 분리경영의 쐐기를 박은 것이다.이명희 총괄회장 체제에서 그간 신세계그룹은 한 지붕 아래 이마트부문과 백화점부문이 시너지를 추구했지만 결과적으로 남매경영도 변곡점을 맞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두 지붕 체제가 공식화된 만큼 정유경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부사장의 역할이 지금보다 커질 것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이마트 인적분할부터 분리경영 수순, 십수년간 차근차근 ‘준비’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계열분리는 언젠간 이뤄질 수순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처음이지만 이미 물밑에서부터 계열분리 작업을 차근차근 준비해왔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남매간 분리경영 구도의 서막이 오른 건 2011년 이마트가 분할되면서부터다. 이로써 호텔과 건설 등을 포함한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 면세와 패션 등을 아우르는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이 맡는 형태가 됐다.
2016년 남매의 지분 맞교환을 거치며 다시 한번 경영구도가 명확해졌다. 당시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 주식 72만203주를 정유경 회장에게, 정유경 회장은 이마트 주식 70만1203주를 정용진 회장에게 넘겼다. 지분 교환으로 정용진 회장의 신세계 지분율은 제로, 정유경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도 제로가 됐다. 이후 두 남매는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주식 장내매수를 통해 각자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후 2020년 9월 또 한 번 전환점을 맞았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마트 지분 8.22%를 정용진 회장에게, ㈜신세계 지분 8.22%를 정유경 회장에게 각각 증여했다. 증여공시가 이뤄진 날 종가기준으로 보면 이마트(14만1500원) 3240억원, ㈜신세계(20만8500원) 1680억원 상당이다. 동시에 정용진 회장의 이마트 지분율은 10.33%에서 18.55%로, 정유경 회장의 ㈜신세계 지분은 10.34%에서 18.56%로 올라갔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가 바뀐 순간이다.
물론 각자경영 체제 속에서도 이마트와 ㈜신세계 간 고리가 완전히 끊어지진 않았다.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건재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희 총괄회장이 인사권을 장기간 보유했던 만큼 ㈜신세계와 이마트를 완전히 떼놓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2020년대 들어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부문,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부문에 대한 인사 결정 권한이 커지면서 분리경영 체제가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성욱 부사장 일찍부터 경영참여, 향후 입지 커질 듯
남매간 계열분리가 공식화된 만큼 정유경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부사장(사진) 역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 부사장이 백화점부문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문 부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기획 본부장과 그룹 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이사, 신세계톰보이 대표 등 일부 계열사에서만 제한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서다. 2009년 부사장 승진 후 15년간 승진이 이뤄지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역할이 작은 건 아니었다. 1972년생인 문 부사장은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을 거쳤다. 정유경 회장과 초등학교 동창으로 만나 2001년 결혼에 골인했다. 이와 맞물려 2000년대 중반부터 신세계그룹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신세계그룹 기획팀, 신세계I&C 등 주요 계열사를 거쳤다. 매형인 정용진 회장과 합을 맞춘 경험도 있다. 2010년대 초반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해외사업 조직을 문 부사장에게 맡겼다.
당시 문 부사장은 이마트 중국사업을 재건하는 특명을 받아 들었다. 이마트는 1997년 상하이에 첫 매장을 오픈하며 일찌감치 중국을 겨냥했지만 적자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기대만큼 중국사업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고 문 부사장은 2014년을 기점으로 이마트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로 계열사 전보되며 이마트와의 고리가 사실상 끊겼다. 이후 장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업기획본부장을 맡으며 패션뷰티 비즈니스에만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계열분리가 공식화된 만큼 문 부사장이 백화점부문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해 정유경 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신세계그룹과 함께 범삼성가로 묶이는 CJ그룹의 케이스만 봐도 비슷하다.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의 남편인 정종환 경영리더는 CJ ENM에서 콘텐츠·글로벌사업 총괄을 맡아 시너지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문 부사장이 과거 이마트와 계열사를 누비며 활발하게 활동하다 현재는 극히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걸로 아는데, 두 개의 지주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유경 회장과 함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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