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신사업 체크]영풍제지, 사업구조 개편 동력은 '많은 사공'①새 주인 대양금속이 끌어들인 조합, 성공적 엑시트 위한 사업다각화 전략적 추진
구혜린 기자공개 2023-07-03 07:56:36
[편집자주]
기업의 신사업 진출 또는 전환 결정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주식시장에는 활력을 안겼다. 그러나 일명 '테마주'에 편입돼 실제 기업가치와 무관한 변동성으로 피해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는 크게 늘었지만 정보 부족으로 시장에서 소외되는 형상을 보이기도 했다. 더벨은 신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상장사의 진출 배경과 역량, 성과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9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제지가 최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업체로 변모를 꾀해 주목받고 있다. 1970년에 설립된 영풍제지는 긴 업력을 자랑하는 국내 대표 제지업체 중 하나다. 연간 30억원 상당의 임대수입을 올릴 만큼 유휴 부지가 많다는 게 신사업 진출 동력으로 꼽힌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지난해 손바뀜으로 여러 조합이 지배구조에 들어오면서 신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유가증권 상장사 영풍제지는 최근 신사업 진출을 공언하고 나섰다. 이달 초 호주 모 상장사와 MOU를 맺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영풍제지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상 사업목적에 총 16개에 달하는 신사업을 추가했다. 사업다각화에 진심임을 주주들에게 알린 셈이나, 실제 어떤 신사업에 발을 담글지 정한 것은 최근으로 파악된다.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전기차 사용후배터리 사업이다. 사용후배터리를 수거한 뒤 안전하게 보관하고 선별 및 검사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단 계획이다. 이후 사용후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사업으로 주력 사업분야를 확장하는 게 목표다. 해당 분야에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사용후배터리 사업을 낙점한 배경엔 영풍제지의 광활한 유휴 부동산이 있다. 영풍제지는 주력 사업인 제지사업장 이외에도 현재 임대용으로 쓰는 부지 약 7만7400㎡(약 2만3400평)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로 해당 부지에 대해 임대사업을 종료하고 용지의 사업목적 변경 인허가를 취득한단 방침이다.
업계는 영풍제지의 발빠른 사업다각화 추진을 지배구조 변화와 연결짓는 시각이 짙다. 영풍제지는 지난해 11월 대양금속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대양금속은 총 1300억원을 들여 영풍제지 1131만6730주(지분율 50.76%)를 확보했다. 다만 당시 영풍제지를 포함해 여기저기에 손을 벌려 M&A를 진행하고, 인수 후 만기가 짧은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투자조합들에 영풍제지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 지분율은 45%로 하락했다.
영풍제지의 주요 주주는 모두 조합이란 특성이 있다. 대양금속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재 영풍제지 주요 주주는 대양금속 외에도 엘제이에이치투자1호조합(15.87%)이 있다. 이 조합은 지난 9월 신설 법인인 우진바이오가 50%의 최다출자자로 조성된 조합이다. 대양금속의 최대주주(보통주 및 우선주 포함 31.64%)인 대양홀딩스컴퍼니 역시 전 코원재단 이사장인 이옥순 씨가 최다출자자인 조합이다. 전 최대주주인 에프앤디조합도 대양금속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기존 영풍제지의 사업구조론 성공적인 엑시트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풍제지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년간 두 자릿수 밑으로 내려앉았다. 겉으로 보기엔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매출액이 크게 늘면서 2017년과 2018년 수준의 매출액을 회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매출액 성장세를 밑돌고 있다. 2021년엔 6.72%, 2022년엔 7.4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국제 펄프값 가격 인상 여파를 고스란히 맞은 탓이다.
영풍제지 인수를 위해 대양금속이 발행한 전환사채(CB) 투자자도 비피에이치조합이라는 신생 조합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골판지 사업만으로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지분을 매각하고 대주주 또한 추후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기 위해선 시장의 트랜드에 맞게 사업 구조를 바꿔야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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