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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지지않는 게임' 프랜차이즈 스타 VIP운용 조창현 팀장1.3조 해외 국부펀드 자금 운용…5년내내 '아웃퍼폼'

황원지 기자공개 2023-07-04 08:02:17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9일 13: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VIP자산운용은 투자 스타일이 확고한 매니저들이 많은 하우스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 가치투자 매니저를 꼽으면 꼭 등장하는 김민국, 최준철 대표부터 시작해 매니저들 모두 저마다 다른 자신만의 고집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조창현 팀장은 VIP운용에서 ‘밸런스’를 앞세운 매니저다. 하우스 색깔인 가치주 뿐만 아니라 성장주를 함께 섞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균형잡힌 투자로 어떤 계절에도 꾸준한 수익률을 낸다는 의미에서 대표 일임 상품의 이름도 ‘올시즌(All season)’으로 정했다. 안정적인 운용으로 현재 약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해외 국부펀드 자금을 도맡아 운용하고 있다.

◇성장 스토리: SMIC에서 시작한 가치투자, VIP운용 핵심 매니저로

조 팀장이 투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2010년이다. 2006년 서울대 경영학부에 입학해 경제, 마케팅, 인사관리 등 다양한 전공과목을 수강했지만 이론적인 과목들이 많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2010년 군 제대 후 서울대 투자연구회(SMIC)에 들어가면서 주식투자를 처음 접했다. 뜬구름 잡는 얘기 같았던 타 전공들과 비교했을 때 현실에 있는 기업들을 분석해 투자하는 작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조창현 VIP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그로스팀 수석운용역

조 팀장은 “주식 투자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건 기업분석 과정이었다”며 “투자 포인트로 삼은 기업의 실적 변화와 그에 걸맞는 피드백이 올때마다 짜릿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동아리 시절부터 가치투자가 본인의 스타일과 맞았던 셈이다.

VIP자산운용(당시 VIP투자자문)과는 지난 2012년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연을 맺었다. 조 팀장은 최준철, 김민국 대표와 같은 SMIC 출신이긴 하지만, 활동 시기는 약 10년 정도 차이가 나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다. 하지만 동아리 활동 끝에 펀드매니저가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 인턴십에 지원했고, 활동 종료 후 VIP운용 측에서 정규직 제안을 받아 2013년 1월 정식으로 합류하게 됐다.

조 팀장처럼 첫 커리어를 중소 투자자문사에서 시작하는 경우는 흔치않다. 통상 종합운용사에서 다양한 펀드를 경험한 후, 본인의 스타일을 찾아 자리를 옮기거나 창업하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조 팀장은 “정식 오퍼를 받은 후 주변에서 비슷한 조언을 많이 들었지만 가치투자가 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인턴십 당시 경험했던 VIP자문의 내부 문화가 매력적이라 망설임 없이 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2012년 전후 VIP투자자문은 AUM이 매년 두배씩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조 팀장은 주식 투자가 좋아 열정적으로 일하는 VIP만의 분위기가 자신의 성장에도 자극제가 될 것이라 봤다.

조 팀장은 입사 이듬해인 2014년부터 작은 규모의 기관자금과 랩 상품 운용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약 3000억원 규모의 해외 국부펀드 자금을 위탁받았다. 안정적인 성과로 중간에 두 차례 증액을 거쳐 총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맡게되면서 현재 VIP자산운용 내에서 가장 운용자금 규모가 큰 매니저로 자리잡았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철저한 ‘바텀업’, 밸런스 유지로 잃지 않는 투자

조 팀장은 펀드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꾸준함’을 꼽았다. 그는 시장에 정답은 없고, 색깔도 매번 바뀌기 때문에 '감각'만으로는 항상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봤다. 결국 중요한 건 투입량이다. 시간 등 투입을 늘리면, 느리더라도 성과는 비례해서 성장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조 팀장은 “VIP운용과 같은 가치투자 하우스는 결국 매년 몇 개의 투자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는지가 성과를 결정짓는다”며 “기업 탐방 등 시간 투입을 늘려야 아이디어도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가 좋은 구간에서도 항상 지속가능한 투입량을 정해두고 이를 지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스타일도 가치투자의 정석인 ‘철저한 바텀업 전략’을 기초로 한다. 단기 시황이나 매크로 전망을 통해 투자를 하는 하우스가 많지만, 이를 항상 맞추는 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보고 기업분석에 집중한다.

조 팀장은 “투자하는 기업에 대해 남들보다 잘 아는 데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도 크게 오른 종목들이 많지만, 사실 이 상승폭을 모두 누린 투자자는 소수일 것”이라며 “기업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주가가 빠지면 불안해서 팔고 오르면 더 높은 가격에서 욕심을 부리는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충분한 리서치를 통해 시야를 멀리 두고, 월이나 분기 단위로 팔로업하면 확률적으로 더 수익이 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우스 색깔인 가치투자는 기본적으로 가져가되, 본인만의 스타일인 ‘밸런스’도 가미한다. VIP자산운용은 현재 대표 매니저 네 명의 스타일별로 일임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조 팀장이 내놓은 이름은 ‘올 시즌(all season)’이다. 시장에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등락폭이 크지 않게 유지해 수익률을 올리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치주에 성장주를 섞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포트폴리오에 가치주만 담을 경우 성장주 장세가 왔을 땐 시장을 따라가기 어렵다. 반면 성장주 위주로만 담을 경우에도 성장주가 빠지는 시기 손실이 극심하다.

조 팀장은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 시장에서 특정 스타일만을 고집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성장주와 가치주를 잘 조합한 유니버스를 활용하면 성장주에서 과한 가격은 피하고, 가치주에서도 오를 이유가 있는 종목을 선별할 수 있어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트랙레코드1: 해외 국부펀드 1.3조 위탁 '뭉칫돈'

조 팀장의 대표 트랙레코드는 해외 국부펀드 자금이다. 2015년 처음 약 3000억원 규모 자금을 받아 운용을 시작했고, 성과를 인정받아 두 차례의 증액 끝에 현재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위탁운용하고 있다. 국내에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는 몇 안되는 매니저 중 하나인 셈이다.

이 자금의 벤치마크는 약 5조원 이하의 한국 중소형지수다. 국부펀드 측에서 한국의 대형주 외에 중소형 주식에 투자하려는 목적으로 VIP운용에 맡긴 자금이다. 때문에 삼성전자, 삼성SDI 등 대형주를 일정 비율 이상 담고 있는 타 중소형주 펀드와는 포트폴리오 구성부터가 다르다. 다수의 투자 아이디어를 기초로 약 80여 종 종목을 선정해 투자를 진행한다.

조 팀장은 “국내 시장 규모를 생각해보면 중소형주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매매가 손쉬운 대형주에 비해 자금 엑시트가 어렵고, 투자 대상 기업을 발굴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저한 기업분석에 기초해 종목을 선정, 투자를 진행하면서 수익률은 지수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현재 VIP운용이 맡고 있는 자금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같은 기간 벤치마크를 약 100% 아웃퍼폼하고 있다. 조 팀장은 “수익률이 우수한 만큼 국부펀드 측에서 증액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위탁 자금이 더 늘어나면 효율적인 운용이 어렵다고 보고 현재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2: 5년 내내 시장 아웃퍼폼, ‘VIP All-in-One' 펀드

조 팀장이 펀드를 운용하기 시작한 건 2018년이다. 투자자문사에서 사모운용사로 전환한 VIP운용이 처음 낸 펀드인 ‘VIP All-in-One’의 주식 파트 운용을 맡았다. 이 펀드는 주식과 대체부문에 자금을 절반씩 투입하는 전략으로 설정됐다. 이전까지는 일임과 랩, 국부펀드 자금만을 맡아 운용해 왔으나 처음으로 펀드 비히클을 맡은 셈이다. 현재 펀드 사이즈는 대체를 포함해 약 720억원 규모다.

조 팀장이 내세우는 전략인 ‘밸런스’는 사실 공격적인 느낌을 주는 단어는 아니다. 조 팀장의 일임 상품인 ‘올시즌’도 마찬가지로 수익률을 꾸준히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펀드 수익률은 ‘괴물같다’는 수식어가 적합할 정도로 고공행진 중이다. 가치주와 성장주를 섞어 유니버스를 구성해 가치주 주도 장세에서도, 또 성장주 장세에서도 수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었던 덕분이다.

2018년 설정된 ‘VIP All-in-One’ 펀드의 주식 파트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누적수익률 200%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말에서 2019년 초까지 있었던 미국발 금리인상기 코스피는 12.4% 하락했으나, 올인원 펀드의 수익률은 -0.5%로 선방했다. 코로나 직후의 성장주 장세에서도 수익률 63.9%를 기록, 약 52% 상승한 코스피를 아웃퍼폼했다.

2020년 말부터 2021년 3분기까지의 가치주 장세에서는 수익률 약 103.5%로 코스피 상승률(35.4%)을 크게 초과하기도 했다. 지난해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하방 방어에 성공했다. ‘VIP All-in-One’ 펀드 주식 파트 수익률은 마이너스(-)7.3%로 같은 기간 약 30% 이상 빠진 코스피에 비해 선전했다. 올해 들어 이어지고 있는 반등장에서도 수익률 약 31%로 지수를 이기는 수익을 내고 있다.


◇향후 계획: "잃지 않는 투자가 중요, 연평균 20% 수익률 목표"

조 팀장이 인터뷰 동안 가장 많이 입에 올렸던 단어는 ‘잃지 않는 투자’다. 공격적 베팅으로 수익률을 단번에 크게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손실을 낸 작년같은 시기 잃지 않고 버텨낼 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손실을 최소화해서 바닥을 다져야 다시 오는 반등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봤다.

앞으로도 거창한 계획보다는 손실 없이 꾸준히 수익을 쌓아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조 팀장은 “회사에서 매년 신년회마다 목표를 말하는 시간이 있다”며 “구체적인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진 못하지만, 손실을 내지 않는 것은 목표로 잡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펀드 운용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연평균 25% 정도의 수익률을 냈는데, 앞으로도 20% 수준의 수익률을 꾸준히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밸런스 있는 투자’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조 팀장의 SNS 프로필 문구는 ‘욕심과 두려움 사이 밸런스 맞추기(balance between greed and fear)’다. 이는 인생에서도, 투자에서도 조 팀장이 지키고자 하는 좌우명이다. 오를 것 같은 주식이라도 욕심내서 사지 않고, 잃을 것 같을 때에도 자신의 판단을 믿고 기다린다. 밸런스를 맞춰 잃지 않는 투자를 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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