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라이벌 열전]'절친' 김동관·정기선, '군함 전쟁터' 들고나온 무기는2대 걸친 우정 '조선' 무대서 경쟁, 방산 시너지 한화·경험 풍부 HD현대
허인혜 기자공개 2023-07-04 09:18:45
[편집자주]
기업들은 그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경쟁을 하기 마련이다.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을 이끌어온 인물들도 라이벌이 된다. 기업의 대표로 참전하는 만큼 맞수전에서는 절친도, 친척 관계도 잠시 무용지물이다. 더벨이 지금 경쟁에 불이 붙은 라이벌들의 무기와 히스토리, 전망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07: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에게는 '절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83년생인 김 부회장과 82년생인 정 사장이 재계 3세이자 동년배로 비슷한 배경을 갖춘 만큼 짐작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실제 이들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2016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모친상 빈소를 찾아 "동관이와 친구라 왔다"는 답을 하기도 했다.두 인물의 부친부터가 막역한 관계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준 전 국회의원은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기다. 두 인물도 생년이 1년 차이가 났지만 2월생인 김 회장이 입학이 빨라 같은 학년에 있었고 서로 집을 왕래할 만큼 가까운 친구로 지냈다. 아들들과 마찬가지로 2세라는 점도 두 사람이 긴 시간 우정을 쌓는 데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 아버지와 아들들은 친구이기 앞서 한 그룹의 총수 혹은 대주주이자 사실상의 후계자다. 두 기업이 경쟁구도를 형성하면 대표자인 이들도 자연스럽게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두 부자가 대를 이어 경쟁하고 있는 분야가 조선이다. 김 회장과 정 전 의원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으로 맞붙었다면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은 특수선 수주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첫 정면승부는 30일 시작된다.
◇두 절친은 왜 군함으로 맞붙었나
방위사업청은 30일부터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수주 계약에 대한 입찰을 진행한다. 배치3 사업의 마지막 물량으로 5·6번함의 사업예산은 8334억원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HJ중공업 등의 입찰이 예상된다. 실질적인 맞수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특수선 건조가 가능한 능력이 있는 기업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4곳에 그친다. 2~4번함은 SK오션플랜트가 따냈지만 저가입찰 전략을 내세웠던 만큼 기술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5·6번함의 추가 수주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오션과 정기선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HD현대중공업이 처음으로 맞붙는 셈이다. 두 3세들은 일찌감치 5·6번함 수주에 사활을 걸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공식적인 자리에서 "우리가 제일 잘한다", "목숨을 걸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부회장은 이달 열린 '국제해양방위사업전(MADEX) 2023'에 직접 참여하며 한화오션 수장으로서의 데뷔전을 치렀다. MADEX 2023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부스가 마주보는 얄궂은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배치3를 포함해 한국형 구축함(KDDX), 한국형 차세대 스마트 구축함 (KDDX-S), 합동화력함 등 4종의 수상함 모형을 전면에 비치해 뒀다. 이날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이 잠수함과 수상함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역사와 기술력을 갖춘 점이 잘 드러난 것 같다는 평가를 남겼다.
정 사장의 의지도 굳건하다.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이 의지를 대변했다. 한 부회장은 "수상함 분야에서 현대중공업의 경쟁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울산급 배치3 사업의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은 것도 현대중공업이다.
두 사람이 5·6번함 수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배경은 뭘까. 8334억원의 수주 계약도 적지 않은 규모지만 5·6번함 수주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이번 수주를 받는 기업이 기세를 몰아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수주, 캐나다 잠수함 교체 사업, 카타르 LNG선 2차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어서다. KDDX 사업 규모만 7조8000억원에 이른다.
◇한화 김동관의 무기는 '방산 시너지'
한화오션은 5년 만에 함정 수주에 도전장을 냈다. 한화그룹으로 손바뀜도 있었고 간판도 바꿔달았다. '한화오션'으로서는 처음 따내는 대형 수주다. 그만큼 절치부심했다.
한화오션의 최대 무기는 한화그룹이다. 정확히는 한화그룹이 오랜 기간 그룹의 중심 사업으로 천착해온 방산 사업과의 시너지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7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래로 방산 부문을 집결하며 다시 한번 대표 방산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굳혔다. 산하 사업군으로 방산과 디펜스, 항공우주를 거느리고 자회사로는 한화테크윈(100%), 한화시스템(46.75%)을 거느리는 구조로 단순화됐다.
김 부회장도 한화오션이 대한민국의 대표 방산업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화오션의 대표자로서 참여한 MADEX 2023에서 "방산은 이윤 극대화만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수주전의 근간이 '방산'이라는 점에 초점을 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과의 시너지도 확신했다.
울산급 배치3 프로젝트는 HD현대중공업의 경험이 앞서지만 호위함 현대화 사업에서는 한화오션도 명함을 내밀만 한 경험이 있다. 차기 호위함 건조 사업은 총 3단계로 추진되는데 이번에 경쟁이 붙은 배치3이 세 번째 단계다. 중간 단계였던 배치2에서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전체의 절반인 호위함 4척을 수주한 바 있다.
KDDX의 기본 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다만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을 목표하고 기술력을 쌓아온 바 있다. 당시 양사의 점수 차이가 0.0565점에 그칠 만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기술력이 어깨를 견줬다.
◇정기선의 HD현대, '시작도 끝도 우리가'
HD현대중공업은 맞수로 경력을 들고 왔다. 울산급 배치3 사업으로만 좁혀도 1번 함의 수주를 HD현대중공업이 따냈다. 시작을 한 기업이 끝을 내겠다는 자신감이다.
현대중공업은 2020년 3월 1번 함을 4000억원에 수주했다. 2024년까지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360도 전방위 탐지, 추적, 대응이 가능한 4면 고정형 다기능 위상 배열 레이더를 탑재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3년간 사실상 적수가 없다시피했다. 한화그룹에 인수되기 전 대우조선해양은 유동성 위기로 사업 수주까지 따낼 여력이 없었다. 특수선 부문에서 경력이 풍부하고 역량도 있었던 HD현대중공업이 배치3의 주도권을 가져갔던 건 당연한 결과다.
HD현대중공업은 1975년 국내 최초의 전투함 '울산함'을 개발한 바 있다.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함(KDX-III Batch-II) 3척을 포함해 이지스함 5척을 진수했다. 울산급 배치3는 미니 이지스함으로도 평가된다.
이밖에 KDX-II 구축함 3척, 호위함 12척, 초계함 6척, 잠수함 9척, 경비·구난함 31척, 지원함 7척, 수출함 14척 등 모두 102척의 함정을 만든 경험을 갖췄다. 최근 인도한 특수선은 필리핀 해군의 최신예 호위함 '호세 리잘(Jose Rizal)함'이다.
실적으로 보면 HD현대중공업이 아직은 한화오션을 앞선다. 1분기 매출액만 따져도 HD현대중공업의 매출은 2조6329억원, 한화오션은 1조4398억원 수준이다. HD현대중공업이 1조원 이상 앞선다. 5월까지의 누적 수주액도 40억1000만달러로 올해 목표의 42.5%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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