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전략 분석]고속열차 사업 채비 다원시스, 도약기반 '증자·메자닌'10년간 2500억 확보 원동력, '수주확대 대비' 공장부지 확장증설 계획
박동우 기자공개 2023-07-05 07:25:00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30일 17:5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하철 전동차 제작에 특화된 다원시스가 '고속열차 제조'를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시장 진입 채비에 나섰다. 미래 수주물량 확대에 대비해 호남지역의 공장 부지를 확장하고 증설하는 계획도 갖췄다. 중장기 구상에 발맞춰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충당할지 관심이 쏠린다.다원시스 경영진은 사업 도약 기반을 다지는 취지에서 투트랙(two-track) 접근법을 구사해왔다. '유상증자'와 '메자닌 발행'을 투자금 확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지난 10년 동안 2500억원에 가까운 실탄을 확보한 원동력이었다.
◇지하철 전동차 수주부터 '고속철도' 진출 모색까지
1996년에 출범한 다원시스는 설립 초기 핵융합, 플라즈마 등 전원장치 생산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사업 외연이 넓어진 시점은 2010년이다.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지하철 전동차에 탑재할 전원장치를 개발해달라고 의뢰했다. 2015년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객차 200량을 수주하며 철도차량 제조 분야를 공략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경영진은 도시전철에 국한하지 않고 고속열차 제작사업 기반을 다지는 밑그림을 그렸다. 올해 하반기에 '고속열차 시장 진출 추진단'을 구성하면서 첫 발을 뗀다. 2004년 이래 국내에 도입한 KTX-1 열차 46개 편성(920량)의 사용 연한이 최소 20년인 만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신규 고속열차 발주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철도차량 생산 역량을 보강하는 노력이 이어졌다. 2017년에 전동차 제조사 로윈을 흡수합병했다. 로윈 주주들에게 보통주 1주당 다원시스 0.6주를 교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인수·합병(M&A)에 힘입어 경북 김천 공장을 확보했다. 여세를 몰아 2019년부터 2020년까지 400억원을 투입해 전북 정읍에 생산시설도 구축했다.
'고속열차 제작'을 신사업으로 점찍은 만큼 생산능력 확대는 필수다. 다원시스는 올해 5월에 공시한 2023년 1분기 보고서에서 "추가로 확대되는 수주 물량에 대비하기 위해서 정읍공장 추가 부지를 확보해 증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어느 수준의 금액을 투자할지 여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유증 1900억, CB·BW 600억 '회사·투자자 윈윈'
과거 유동성 확보 경향을 살피면 다원시스는 사업에 필요한 실탄을 얻는 해법으로 유상증자를 선호했다. 2010년 코스닥 상장 이후 2015년 12월, 2021년 4월, 2022년 4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신주를 발행했다. 조달한 금액 1853억원 가운데 92%인 1703억원을 원자재 구입 등 운영자금으로 썼다. 나머지 150억원은 공장 신·증축 용도로 집행했다.
주주배정후 실권주 공모 방식으로 이뤄진 유상증자는 시장의 호응을 얻었다. 청약 결과 발행 예정인 신주보다 10%가량 많은 매수 주문을 받으며 흥행한 대목이 방증했다. 다원시스는 세 번의 유상증자 당시 할인율을 모두 20%로 설정했다. 자금 조달의 성공 가능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
최근 10년 동안 메자닌 발행으로 630억원을 확보한 대목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2017년 4월과 2022년 11월에 전환사채(CB)를 찍어낸 덕분에 380억원이 사내로 유입됐다. 올해 2월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계기로 250억원을 얻었다.
다원시스는 메자닌의 표면이자율을 모두 0%로 설정하며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할 이자 부담을 없앴다. 만기이자율 역시 2017년에 찍어낸 300억원어치 전환사채가 0.5%, 지난해 80억원 규모로 발행한 물량은 제로(zero)였다.
메자닌 투자자들은 다원시스 주가 상승에 힘입어 이익을 실현했다. 2017년에 발행한 300억원어치 전환사채 가운데 286억원(95%) 규모가 2018년과 2019년에 보통주로 전환됐다. 전환권 행사 가격은 주당 1만588원이었다. 다원시스 주가가 2021년 하반기 3만7000원 수준까지 상승한 만큼 상당한 차익을 얻은 기관도 존재했다.
유상증자와 메자닌 발행 중심의 조달 기법은 자산총계 대비 차입금 비율을 낮추는 데도 기여했다. 2017년 말 별도 기준으로 34.9%였으나 2020년 말 21.4%까지 낮아진 대목이 방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29.7%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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