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피스·셀트리온, 24조 휴미라 시장 출사표…전략 차이는 美 특허 만료, 10개사 경쟁 예정…가격정책 상이, 최대 6배
차지현 기자공개 2023-07-07 10:11:17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4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 24조원 규모의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가운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나란히 관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두 기업 모두 교차처방, 고농도 제형 등 제품 경쟁력을 내세우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업계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의 상이한 가격 전략에 주목한다. 셀트리온은 리베이트 규모를 키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리베이트 규모를 줄이는 대신 병·의원 처방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연 24조 美 휴미라 시장, 국내외 6곳 동시 출격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시장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를 출시했다. 저농도(50㎎/㎖)와 고농도(100㎎/㎖) 두 가지 제형으로 출시했다. 파트너사 오가논을 통해 이날부터 현지 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시작했다.
셀트리온도 다음 날인 2일(현지 시각)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를 미국 시장에 내놨다. 유플라이마는 고농도(100㎎/㎖) 제형으로 출시했으며,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필두로 직접판매(직판)에 나선다.
휴미라는 미국 애브비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2020년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에 1위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10년 연속 단일 품목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은 약 27조원이었는데, 89%에 달하는 24조원가량이 미국에서 나왔다.
1일 미국 특허 만료와 함께 국내외 5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시장에 동시 출격했다. 하드리마와 유플라이마를 포함해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 △코헤러스 바이오사이언스의 '유심리' △산도즈의 '하이리모즈' 등이 해당한다.
프리제니우스의 '이다시오', 화이자의 '아브릴라다 등도 이달 중 시장 진입을 앞뒀다. 암젠의 경우 애브비와 선제적 합의를 체결, 1월부터 '암제비타'로 가장 먼저 경쟁에 뛰어들었다.
◇제품별 차별화 전략 달라…'고농도제형·가격' 관건
바이오시밀러의 성패는 시장 '선점'에 달렸다.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개발사와 신규 진입자 3곳 정도가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다. 대부분 출시 시기가 비슷한 만큼, 각 기업은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초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통증을 유발하는 구연산을 제거하거나 약사가 오리지널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로 바꿔 처방 가능한 교차처방을 획득한 점이 대표적인 차별화 전략이다. 다만 이들 요소보다 고농도 제형이나 가격이 휴미라 시장의 성공을 가를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고농도 제형은 저농도 제형보다 투약량과 투여 횟수를 줄인 게 특징이다. 애브비가 2015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농도 제형 휴미라를 선보이면서 관련 시장이 고농도 제형 중심으로 재편됐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심포니헬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고농도 제형 비중이 미국 휴미라 시장의 86.7%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거의 모든 기업이 구연산염(시트르산염)을 제거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는 데다 주요 빅파마들은 교차처방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 "오히려 의사가 처방할 때 고농도 제형 여부나 가격적인 측면을 훨씬 고려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했다.
◇하드리마, 유플라이마보다 6배 저렴…"리베이트 비중 살펴야"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제품 가운데 고농도 제형을 보유한 건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산도즈다. 관건은 가격이다. 시장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도 지나친 약가 인하로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게 핵심이다.
업계에선 국내 기업 두 곳이 상반된 가격 정책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가논은 최근 2회 투여 기준 하드리마 도매가격(WAC)을 1038달러로 책정했다고 외신을 통해 발표했다. 이는 휴미라 정가보다 85% 저렴한 가격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플라이마의 WAC을 휴미라 정가보다 5% 할인한 6576.5달러로 결정했다.
미국은 사보험 시장이 전체 의약품 시장의 70%에 달한다. 사보험 시장엔 의약품 유통 과정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보험급여관리기업(PBM)이 존재하는데, PBM의 의약품 목록에 등재되는 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때 보험사와 병원에 제공하는 '합법적 리베이트' 규모가 제조사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병·의원 입장에선 WAC이 저렴할수록 바이오시밀러로 교차 처방할 가능성 높다. 반면 PBM은 비싼 제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리베이트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다. 셀트리온은 리베이트 규모를 키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리베이트 규모를 줄이면서 병·의원 처방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측은 "현재 다수의 PBM과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미국 인구의 40%를 커버하는 보험 시장에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가논이 주도적으로 PBM 의약품 목록 등재를 추진 중이다.
바이오 업계에선 WAC 자체 규모보단 WAC 대비 리베이트 비용의 비중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PBM이 WAC이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건 맞지만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 등에 따라 낮은 WAC 제품도 일부 등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어떤 시밀러가 휴미라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경쟁 우위를 가져가는지, 오리지널 제조사를 포함해 각 시밀러 개발 기업의 WAC 대비 리베이트 비중은 어느 정도인지를 보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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