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투 스페이스]한화의 시선은 왜 우주로 향했을까①국내 유일의 항공기 엔진 제조사 보유…방위산업과 우주산업 분리 움직임 뚜렷
조은아 기자공개 2023-07-10 07:32:15
[편집자주]
지구를 향한 솔루션. 한화그룹이 밝힌 우주 사업의 비전이자 목표다.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우주 사업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누리호 엔진 조립, 위성 기업 인수, 그룹 차원의 우주 사업 컨트롤타워 출범 등 쉽사리 그려지지 않는 한화그룹 우주 사업의 끝엔 결국 다시 지구가 있다. 더벨이 한화그룹 우주 사업의 출발점과 현황, 그리고 그 종착점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5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주가 시작되는 정확한 지점을 정의하는 건 다소 까다로운 문제다. 지구의 대기가 갑자기 끝나는 게 아닌 탓이다. 하늘과 우주의 경계를 일컫는 '카르만 라인'은 공기가 희박해 항공기가 비행할 수 없는 고도 100km 부근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항공기로는 갈 수 없고 우주선으로만 갈 수 있는 영역이 바로 우주인 셈이다.항공기나 우주선이나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꿈이 반영됐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세계적으로 항공기 제조사들이 일찌감치 우주를 향해 눈을 돌렸던 게 어느 정도는 필연적이었다는 얘기다.
한화그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항공기 엔진을 만드는 삼성테크윈을 인수한 뒤 자연스럽게 시선은 우주를 향했다. 마침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점도 한몫했다.
◇국내 유일의 항공기 엔진 제조사 인수로 우주 사업 첫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0월 누리호 고도화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누리호의 성능 고도화 작업에 참여하면서 정부의 로켓 기술 전 과정을 이전받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으로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린 셈이다.
한화그룹 우주 사업의 본격적 출발점은 2015년 이뤄진 삼성그룹과의 빅딜로 볼 수 있다. 한화그룹은 이전에도 ㈜한화를 통해 우주발사체의 핵심 부품을 개발 및 공급하고 있었으나 그룹 차원의 우주 사업 육성이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신은 삼성테크윈이다. 삼성테크윈의 시작은 1977년 그룹의 장비 사업을 맡은 삼성정밀공업이다. 이후 항공기 엔진과 자주포 등 방산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특히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은 일찌감치 항공기 엔진을 눈여겨봤다. 1985년 6월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 참석해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미국 플랫앤드휘트니(P&W)와 항공기 엔진 공동 생산을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항공 사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1987년 사명은 삼성항공산업으로 바뀌었다. 1996년 신년사에서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사업으로 항공우주를 지목했지만 갑작스럽게 닥친 외환위기에 직격탄을 맞으며 항공 사업을 내놔야 했다. 당시 그룹에 남은 항공기 엔진과 방산을 중심으로 설립된 회사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전신인 삼성테크윈이다.
항공기 엔진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우주 사업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항공기 엔진은 피스톤 엔진과 가스터빈 엔진으로 나뉘는데 삼성테크윈은 일찌감치 가스터빈 엔진을 생산할 능력을 보유했다. 가스터빈 엔진은 연료를 연소시켜 발생시킨 고온·고압의 가스로 추력을 얻는다는 점에서 로켓 엔진과 원리가 비슷하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을 제작했다. 누리호에는 모두 6개 엔진이 탑재됐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부품인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과 함께 엔진 전체의 조립을 담당했다.
한화그룹이 우주산업에 본격적으로 뜻을 품을 수 있던 데는 한화시스템도 한몫했다.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의 전신인 삼성탈레스 때부터 첨단 위성 기술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췄다. 인공위성은 탑재체와 위성 본체로 구성되는데 한화시스템은 이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사실 출발은 단순 방산이었다. 기본적으로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간 많은 전쟁에서 감시 및 정찰로 대표되는 위성 기술, 그리고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불리는 전투기까지 이른바 '제공권'의 장악 여부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해왔다. '하늘을 지배하는 자가 전쟁에서 이긴다'는 말도 있다.
처음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할 때만 해도 한화그룹이 그리는 미래는 크게 '방산'이라는 틀에 머물렀다. 두 회사의 가진 항공기 엔진이나 위성 관련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는 컸지만 따로 우주 사업을 적극으로 추진할 의지는 그리 크지 않았다.
변화가 감지된 건 2020년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뉴 스페이스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다. 과거 우주산업은 방위산업과 함께 묶여 '국위선양' 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차츰 바뀌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이미 2000년대 들어서부터 두 산업을 분리하는 움직임이 확실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우주' 하면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등을 먼저 떠올린다.
한화그룹 내부에서도 방위산업과 우주산업의 분리 움직임이 뚜렷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21년 신년사를 통해 처음으로 우주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제시했다. 당시 그는 기존 방산과 에너지, 금융의 기존 우위를 지켜가면서 우주나 수소 등 신규 사업에서도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물론 이같은 배경에는 산업 자체의 성장성이 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우주산업의 규모가 2018년 3500억달러(약 420조원)에서 2040년 1조1000억달러(1320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주 사업의 규모는 우주로 발사되는 위성 수만 봐도 실감할 수 있다. 2011~2020년까지 10년 동안 발사된 소형 위성 개수는 채 3000개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2030년까지 10년까지는 모두 1만4000여개의 소형 위성이 발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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