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한화의 '딜레마'...집중투표제 찬성시 돌아올 '부메랑'한화그룹에도 도입 요구 가능성, 지배구조 공격 빌미…한화오션 집중투표제 폐지 움직임
이영호 기자공개 2025-01-03 08:58:11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2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우군으로 분류된다. 임시주총을 앞두고 한화는 한 가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집중투표제 찬성 여부다. 최 회장 측에 서서 찬성표를 던진다면 외부세력에 그룹 지배구조 공격 빌미를 주는 한편,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하는 재계와도 반대 행보를 택하는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고려아연은 이달 23일 임시주총을 개최한다. 임시주총 주요 안건으로는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회 최대인원 19명 제한 △사외이사 후보 7인 추가 선임 △집행임원제도 △발행주식 액면 분할 △소액주주 보호 △CEO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 등 총 일곱 건이다.
가장 큰 화두는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건이다. 집중투표제는 최 회장 측이 전세를 뒤집을 수 있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전략에 변수를 창출할 카드로 지목된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고자 고안된 장치다. 신규 이사를 선임할 때 새로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소액주주에게 의결권을 추가 부여하는 방식이다. 소액주주 의결권 수가 유의미하게 늘어나면서 소액주주 목소리에 보다 힘이 실린다.
한화는 최 회장 우군으로 분류된다. 고려아연 지분 7.75%를 보유 중이다. 현대차, LG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다만 한화로서도 집중투표제 찬성 여부는 고민이 큰 지점이다. 재계 지배구조를 직격하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한화가 집중투표제에 찬성표를 던진다면 한화 역시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외부 압박에 처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집중투표제 도입 필요성을 인정하는 명분이 될 수 있어서다.
당장 한화그룹이 외부 공격에 흔들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배구조를 보면 오너일가 지분율은 56%에 달한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과반을 넘어 이사회 결정권을 확보한 덕분에, 만약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 해도 소수주주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최대주주인 김승연 회장 22.65%(우선주 6.4%)을 필두로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대표이사 부회장 4.91%(우선주 3.75%),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2.14%,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2.14% 등 오너 일가가 회사 주요 주주로 들어와있다.
여기에 주요 주주인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을 약 22.15%까지 끌어모았다. 이 과정에서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말 7.25% ㈜한화 지분을 고려아연으로부터 취득하기도 했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승계 핵심 비히클로 김 회장의 세 아들들이 100%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지배구조를 탄탄히 다져놓은 한화가 집중투표제 찬성에 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외부 상황을 고려하면 한화가 감내해야 할 부메랑도 만만찮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가 상법 개정을 통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반대하는 와중에 엇박자를 내는 행보다.
한화 역시 집중투표제에 따른 지배구조에 불확실성이 생긴다. 오너 일가가 과반 지분을 확보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때마침 한화는 현재 승계 작업이 한창으로 외부 공격 시도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한화 계열사인 한화오션은 2023년 피인수 전부터 집중투표제를 도입해왔지만, 현재는 집중투표제 폐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 법조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과반 이상 의결권을 보유했더라도 집중투표제 도입시에는 소수주주 측이 한 명의 이사를 선임하게 될 가능성이 생긴다"며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 변수가 생길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가 의리를 중시하는 그룹인 만큼 금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재계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한소리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화가 재계 단일대오를 무너뜨리는데다 집중투표제 도입 요구가 타 그룹으로도 번지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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