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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라이벌 열전]방산으로 맞붙은 3세 '정의선·구본상·김동관'①'절친' 정의선·구본상 '아우' 김동관, 협업과 경쟁 사이…영업 스타일도 각양각색

허인혜 기자공개 2023-07-10 07:32:34

[편집자주]

기업들은 그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경쟁을 하기 마련이다. 기업뿐 아니라 그 기업을 이끌어온 인물들도 라이벌이 된다. 기업의 대표로 참전하는 만큼 맞수전에서는 절친도, 친척 관계도 잠시 무용지물이다. 더벨이 지금 경쟁에 불이 붙은 라이벌들의 무기와 히스토리, 전망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5일 14: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LIG그룹. 내로라하는 세 그룹에는 그만큼 유명한 3세들이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상 LI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다. 세 사람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그룹 후계자라는 점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또 다른 교집합이 있다. 바로 '방산'이다.

세 인물은 친할까. 각자 재계 3세라는 입장이 비슷한 만큼 깊이는 다르더라도 친분과 인연을 쌓았다. 특히 정 회장과 구 회장은 막역한 사이로 통한다.

경복초등학교 동기동창인 두 사람은 초등학교 4학년때 같은 반에 배정되면서 친구가 됐다. 고려대학교에도 함께 진학했고, 졸업 후에도 등산과 골프를 동행하며 친분을 유지했다. 우정을 증명하는 근거로는 조금 얄궂지만 구 회장이 수감생활을 할 무렵 정 회장이 수행원도 없이 구 회장을 수차례 찾아 위로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김 부회장은 두 사람과의 직접적인 친분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정 회장과 구 회장은 1970년생, 김 부회장은 1983년생으로 나이 차이가 한참 난다. 대신 김 부회장은 정 회장의 사촌동생인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해외 경제 사절단으로도 여러차례 동행하는 등 인연을 쌓았다.

그런 의미에서 세 사람의 방산 경쟁은 지인과의 레이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총수로서는 친분과 안면보다 그룹의 이익이 먼저여야 하는 법. 정의선 회장, 구본상 회장, 김동관 부회장 3인은 때로는 협업으로, 때로는 경쟁으로 '방산 라이벌전'을 벌이고 있다. 각자의 무기와 히스토리, 라이벌전을 중계해 본다.


◇현대로템 부활시킨 정의선, 해외로 보낸 전차·로봇의 힘

세 사람을 방산 라이벌로 다루려면 일단 셋 모두 K-방산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김 부회장과 구 회장이 방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은 어떨까.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방산에도 못지않은 애정을 보이고 있다. 현대로템은 정몽구 명예회장보다는 정 회장이 이어 받아 경영하며 방산 분야에 두각을 드러낸 곳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룹 내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다가 최근 그룹의 알토란으로 급부상했다.

현대로템은 방산 사업에 오랜 기간 몸담았지만 사실 방산 기업보다는 철도차량 사업의 이미지가 더 강한 기업이었다. 현대로템을 아껴왔던 것으로 알려진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로템의 철도차량 부문의 품질전략에 공을 들였다. 현대로템의 전차 기술력을 현대자동차 수준으로 높이기를 바랐다는 전언이다.

방산 기업으로서도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것은 세계적인 명품 전차로 인정받는 K-2 흑표를 대규모로 수출하면서다. 그 이면에는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의 자격으로 임명했던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이 영향을 미쳤다.

정 회장이 '재무통'인 이 대표를 현대로템 대표로 기용하며 신임한 이유는 현대로템이 철도차량 시장의 저가수주 경쟁에 몸살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간만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 간이다. 이 대표가 방산 수주에 공을 들이며 폴란드 등에서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 (사진:현대로템)

◇M&A 라이벌전 이겼던 김동관·'방산 인생' 구본상

2016년 진행된 두산DST 인수전. 이 M&A 전쟁은 구 회장과 김 부회장에게 모두 매우 중요한 기회였다. LIG넥스원은 구 회장이 4년간 자리를 비우며 입지가 흔들리고 있었고, 김 부회장은 후계자의 자격을 증명해야 했다. 두산DST 인수전은 구 회장에게는 돌아올 자리 마련이었고 김 부회장에게는 능력의 시험대였다.

승기는 김 부회장이 잡았다. 정밀유도무기 분야 선두였던 LIG넥스원이 유력해보였지만 두산DST의 미래를 본 한화그룹이 안정적인 재원 마련 등을 무기로 이겼다.

재원 마련 전략을 김 부회장이 주도했다는 후문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복귀 후 치러진 M&A였지만 김 부회장이 한국우주항공공사(KAI) 지분을 축소하고 두산DST를 사들인다는 전략을 짰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6월 열린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한화오션 부스를 방문해 전시된 잠수함을 살펴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제공
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아래로 집결한 한화그룹의 방산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3개사로 분리돼 있던 방산 부문을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한화에서 물적분할된 방산 부문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는 흡수합병했다. 산하 사업군으로 방산과 디펜스, 항공우주를 거느리고 자회사로는 한화테크윈(100%), 한화시스템(46.75%)을 거느리는 구조로 단순화됐다. 그 수장이 김 부회장이다.

구 회장이 이끄는 LIG넥스원은 사실상 LIG그룹 그 자체다. LIG넥스원의 전신은 2004년 자본금 700억원으로 출범한 넥스원퓨처다.

구 회장의 일대기는 방산과 직결돼 있다. 구 회장은 초기 멤버로 합류했고, 2006년 서른여섯의 나이로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돼 지금까지 넥스원을 이끌고 있다. LIG그룹은 본래 보험과 건설 등의 사업을 영위했지만 2011년 LIG건설의 법정관리 등의 여파로 지금의 방산 중심 체제가 구축되게 됐다.
2007년 작은아버지인 구자준 LIG손해보험 전 회장과 배구 경기를 관람 중인 구본상 회장. 사진은 당시 LIG배구단이 제공했다.

◇'큰손' 방한·사절단 기회 활용하는 정의선·김동관, 현장파 구본상

총수들의 영업 스타일은 각각 어떻게 달랐을까. 방산 기업의 미래 성과를 알아보는 정확한 지표 중 하나는 수주 잔고다. 수주 잔고를 끌어올리는 데는 기업의 얼굴인 총수들의 현장 영업도 빼놓지 못하는 마케팅 수단이다.

지난해 말 기준 방산 사업체들의 수주 잔고를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9조8000억원, LIG넥스원이 12조3000억원, 현대로템이 5조3000억원 수준이다. 한화시스템도 5조6000억원으로 5대 방산 기업 안에 든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 당시 참석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날 회동에서는 방산 사업도 화두에 올랐다. 사진=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김 부회장은 호탕한 성격으로 유명했던 부친과 달리 부드러운 리더십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방산 영업 부문에서 만큼은 적극적인 성향을 보인다. 파리 에어쇼와 국제해양방위사업전(MADEX) 2023등에 참여해 한화그룹의 방산 분야 기술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 회장도 수주 기대감이 쏠린 베트남 등에 현대로템의 방산 성과를 알리고 있다. 정 회장과 김 부회장은 특히 해외 사절단이나 글로벌 '큰손'들의 방한 등 수주 계약을 먼저 따낼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

두 인물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사우디와 방위산업 관련 수출 계약을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다연장로켓 천무와 K9 자주포 등이 거론됐다.

구 회장은 현장파다. 구 회장이 이끄는 LIG그룹은 사실상 LIG넥스원이 그룹의 모든 총대를 매고 있다. 구 회장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 방산에 집중한 사업체인 만큼 다른 그룹사의 총수들 만큼 해외 사절단 등의 기회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구 회장은 이 난계를 현장 영업으로 풀었다. 특히 해외에 집중했다. 이 기조는 그가 30대 경영인이 된 직후부터 유지해온 스타일이다. 구 회장은 미국의 터프츠 대학을 졸업한 뒤 LG전자의 미국법인 부장과 LG화재 미국지점장, LIG손해보험 미국법인장을 역임했다. 국내보다도 해외 영업에 능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3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 WDS 2022에 참석한 구본상 회장이 반다르 알 코라이예프 사우디 산업자원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LIG넥스원

구 회장은 대표이사 취임 후 해외사업조직을 개편했다. 2009년 미국 현지 사무소를 시작으로 중남미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수출길을 열었다. 구 회장이 워낙 LIG넥스원의 영업 구심점 역할을 하다보니 그가 자리를 비웠던 사이 수주 계약이 불발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경영에 복귀한 지난해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로봇·무인분야 국제전시회 UMEX,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한 국제 방산전시회 WDS 등에 구 회장이 직접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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