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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기관영업 전략]전국 법원 55% 금고 유치…자산 관리 규모는 열세②대형 법원은 신한은행과 거래…자산 규모 점유율은 20%에 그쳐

김형석 기자공개 2023-07-17 08:07:54

[편집자주]

농협은행은 기관 영업 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법원, 공공기관의 금고는 으레 농협이 맡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국내 최대 점포수를 기반으로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를 쌓아온 덕분이다. 기관영업에서 농협은행은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기관영업에 참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각 분야별 농협은행의 기관영업 전략과 현황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1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조원에 달하는 법원의 공탁금을 관리는 주요은행의 핵심 기관영업 대상이다. 그간 법원 공탁금 금고는 수의계약 형태로 운영됐다. 하지만 2017년 공개경쟁이 도입되며 은행 간 법원 공탁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농협은행은 전국적인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국에서 지원(시·군 법원)을 포함해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공탁금 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속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농협은행은 수도권과 지방법원 등 공탁금 규모가 큰 대형 법원보다 지방 소규모 금고를 대거 관리하고 있다. 관리하는 법원 금고 숫자 대비 자산 관리 규모는 상대적으로 적다. 농협은행은 대형 법원 금고 유치를 위한 전략에 고심 중이다.

◇ 전국 법원 공탁금 55% 농협은행이 관리

전체 법원 중 농협은행이 관리하는 곳은 절반 이상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59개 법원(본원 18개소, 지원 41개소, 시·군법원 100개소) 중 농협은행은 87개(54.7%)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2위 권인 신한은행(42개)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최근에도 잇달아 승전보가 날아들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해에만 전주와 창원지방법원 등 올해에만 11개 법원의 금고를 신규로 차지했다.

공탁금은 변제·담보 등의 목적으로 법원이 보관하는 금전, 유가증권 등을 말한다. 보관 은행은 공탁물을 수납·관리·지급하는 업무를 한다. 보관 은행은 5년간 일반 예금 금리보다 낮은 연 0.1~0.35%의 이자만 지급하며 공탁금을 운용할 수 있다. 임직원·민원인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도 있어 알짜배기 사업으로 통한다.

법원의 보관 은행은 공탁금관리위원회의 정기 적격성 심사를 거쳐 재지정하거나 지정 취소 후 공개경쟁을 통해 교체가 이뤄진다.

그간 법원 공탁금 금고는 수의계약 형태로 수십년간 신한은행이 독점해왔다. 하지만 2017년 법원이 공정한 은행 선정을 위해 공개경쟁을 도입하면서 은행별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다.

치열한 공탁금 유치 경쟁에서 농협은행이 입지를 다진 데에는 전국적인 영업 네트워크와 지역재투자 실적 영향이다.

농협은행은 지역 점포 유지를 통한 지역 네트워크를 확보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의 전국 점포 수(출장소 제외)는 820개로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은행 평균(500~600개)보다 200개 이상 많다. 전국적인 영업망은 지방은행보다 장점이 크다.

◇ 공탁금 관리 자산 규모 신한은행의 3분의 1 불과

농협은행이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법원 공탁금을 관리하고 있지만 과제 역시 분명하다. 농협은행은 지방 법원 중심으로 금고를 보유하고 있어 전체 자금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총 11조원의 전국 159개 법원 공탁금 규모 중 농협은행이 관리하는 공탁금은 2조원 수준이다. 이는 6조~7조원 규모의 공탁금 규모를 관리하는 신한은행의 3분의 1 수준이다.

경쟁자들의 약진도 독보인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인천과 수원지방법원 공탁금 보관은행으로 선정됐다. 인천지법과 수원지법의 공탁금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7609억원, 5179억원에 달한다. 지방법원 중 서울중앙지법을 제외하면 공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이들 법원이 보관 은행을 바꾸는 건 각각 44년, 65년 만이다. 기존에는 신한은행이 장기간 공탁금을 관리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기관사업 영업력 확대를 위해 시스템 정비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법원 공탁금 은행까지 발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전산시스템을 개발한 상태다.

농협은행이 향후 법원 공탁금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재무구조의 신뢰성이 필요하다. 공탁금 보관은행 지정절차 등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보관은행 선정 기준은 △재무구조의 신뢰성 △공탁 등 법원 업무 수행 능력 △민원인 이용 편의성 및 사회 공헌도 등이다.

이중 공탁 등 법원 업무 수행 능력과 민원인 이용 편의성 및 사회 공헌도는 경쟁 은행보다 우위에 있다. 농협은행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법원을 관리하고 있는 데다 지역 사회공헌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회사의 지역재투자 평가결과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전국 9곳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는 2위를 기록한 기업은행(5곳)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반면 재무구조의 신뢰성 지표인 건전성 지표는 경쟁은행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1분기 기준 농협은행의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15%포인트 상승한 0.34%를 기록했다. 연체율이 0.3%를 상회한 것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5대 은행 중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최근 1년간 연체율 상승폭 역시 5대 은행 중 농협은행이 가장 크다. 은행별로 이 기간 우리은행은 0.09%포인트 오른 0.28%였고, 국민은행은 0.08%포인트 상승한 0.20%를 기록했다. 신한은행(0.27%)과 하나은행(0.23%)은 각각 0.06%포인트, 0.07%%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농협은행은 부실여신인 고정이하분류여신액(무수익여신)도 빠르게 증가했다. 이 기간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액은 전년 동기(6364억원) 대비 36.2% 급증한 8668억원에 달했다.

◇ 충청지역 2곳 공개경쟁 개시

올해 법원 공탁금 선정 경쟁의 핵심은 충청지역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달 내 공개경쟁으로 공탁금 관리 은행을 뽑는 지원을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될 법원은 올해 공탁금 관리 계약이 종료되는 곳이다. 올해 계약이 종료되는 법원은 충청권 지방법원 2곳(대전지방법원, 청주지방법원)과 지원 6곳(천안지원, 서산지원, 충주지원, 제천지원, 영동지원, 논산지원)이다. 법원은 이달 중 공개경쟁 법원을 선정한 후 11월 내에 관리 은행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정된 은행은 5년간 해당 법원의 공탁금을 관리할 수 있다.

현재 공개경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곳은 청주지방법원과 천안지원이 꼽힌다. 두 법원은 2018년 공개경쟁 입찰이 진행된 곳이다. 당시 두 법원은 신한은행을 선정했다. 신한은행은 구 조흥은행이던 지난 1958년부터 65년간 두 법원의 공탁금을 관리해왔다. 두 법원의 공탁금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2215억원, 1627억원이다.

농협은행은 충청 지역에서 공탁금 규모가 큰 만큼 두 법원의 금고 유치에 사활을 건다는 입장이다. 농협은행은 충청지역에서 두 법원 중 한 곳만 유치해도 해당 지역의 공탁금 운영 규모를 기존의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농협은행이 현재 충청지역에서 공탁금을 관리하고 있는 곳은 청주지법 영동·보은·괴산·진천군, 충주지원 음성, 제천지원 단양군법원 등 6곳이다. 이중 충주지원(626억원)을 제외하면 공탁금 규모가 모두 수십억원대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은행들도 입찰 채비를 하고 있다. 2018년까지 청주지법 충주지원을 맡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입찰을 저울질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법원들이 공탁금 관리 은행 지정을 기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꾸면서 은행 간 공탁금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농협은행은 기존 장점인 전국 영업망을 통해 지방 법원 공탁금을 장악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지법의 대부분은 여전히 신한은행이 보유하고 있어 농협은행의 공탁금 운영 규모는 작다"며 "이번 충청지역 금고 입찰에 농협은행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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