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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기관영업 전략]흔들리는 '시금고' 강자…경쟁력 회복 비책은①전국 시금고 점유율 60%…시중은행 자금력+지방은행 공격 영업에 포위

김형석 기자공개 2023-07-10 08:17:14

[편집자주]

농협은행은 기관 영업 강자로 이름을 날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법원, 공공기관의 금고는 으레 농협이 맡는 게 기정사실이었다. 국내 최대 점포수를 기반으로 탄탄한 지역 네트워크를 쌓아온 덕분이다. 기관영업에서 농협은행은 새로운 위기를 맞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기관영업에 참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각 분야별 농협은행의 기관영업 전략과 현황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7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은행은 전국 지자체 금고 영업에서 압도적인 실적을 쌓아왔다. 농협의 최대 강점은 전국적인 네트워크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비용 감축을 위해 지역 점포를 축소할 때도 농협은행은 네트워크를 줄이지 않았다. 전국 지자체에서 농협은행의 입지가 공고해지는 이유다.

하지만 농협은행의 기관 영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4대 시중은행의 공격적인 영업경쟁과 지방은행이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전국 시금고 점유율 60% 육박…전국 점포망 유지 수혜

행정안전부의 전국 시금고 유치현황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농협은행은 전국 지자체 시금고 946개(1·2금고 및 특별회계 포함) 중 552개를 보유하고 있다. 점유율은 58.4%로 국내 은행 중 압도적인 1위다. 같은 기간 점유율 신한은행(67개, 7.1%)과 KB국민은행(44개, 4.7%), 우리은행(42개, 4.4%) 등 2위권 은행과의 격차도 크다.

농협은행은 경기도에서 일반회계와 기금운용 2곳을 맡고 있다. 이 밖에 경북·경남·강원·충북·전북·전남·세종·인천 등 규모가 큰 광역지자체지에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관련 금고지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부산·인천·울산·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대구·경기·인천·제주 등 광역단체 절반 이상의 지방 금고를 장악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금고 역시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강서구·금정구·기장군·남구·동래구·부산진구·북구 등 8곳에서 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부산은행(11곳)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농협은행의 이 같은 지자체 금고 보유는 막강한 지역 네트워크 유지 덕분이다. 시중은행들이 비용 효율화를 위해 점포를 줄인 반면 농협은행은 지역 점포 유지 전략을 폈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의 전국 점포 수(출장소 제외)는 820개로 국내은행 중 가장 많다. 농협은행 최근 7년간 감축한 점포수는 49개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260여곳의 점포를 줄이며 지난 2021년 처음으로 전국 점포 수 1위 자리를 농협은행에 내줬다. 7년 전 농협은행과 유사한 점포 수를 보유했던 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의 점포 수는 현재 500~600개에 불과하다.

지역 재투자 평가에서도 농협은행은 월등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지난해 금융회사의 지역재투자 평가결과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전국 9곳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는 2위를 기록한 기업은행(5곳)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농협은행은 최종등급에서도 기업은행과 같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농협은행이 최우수 평가를 받은 지역은 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충남·세종, 경북, 경남, 제주 등이다.

금융위는 지난 2020년부터 지역 예금을 수취하는 금융회사가 지역 경제 성장을 지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했다. 평가 지표에는 △지점·ATM 등 금융인프라 투자 △공동점포 참여 △점포폐쇄 시 사전통지 및 사전영향평가 시행 여부 등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 점포 축소는 단순히 영업점 폐쇄를 넘어 해당 지역 금융 서비스 축소로 이어진다"며 "이 때문에 최근 10년간 시중은행들이 비용 효율화를 위해 지방 점포 축소에 나서면서 각 지자체와의 갈등을 빚은 반면 농협은행은 상당수 점포를 유지하며 지자체와의 좋은 관계를 형성한 것이 전국적인 지자체 금고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올해 158개 금고 선정…집토끼 수성 위기

전국적 금고 점유율 60%에 육박하는 농협은행이지만 집토끼 수성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자체 금고 유치전이 치열해지면서 농협은행의 보유 금고 수도 하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597곳에 달하던 농협은행의 전국 지자체 금고 보유 수는 지난해 552곳으로 감소했다.

이는 재유치하거나 신규로 따낸 금고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의 올해 신규 약정을 맺은 금고 수는 159건으로 5년 전(186건)보다 27건 감소했다.

특히 농협은행은 최근 5년간 핵심 금고인 광역 단체 금고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올해 보유한 광역 단체 금고 수는 26곳으로 2019년(39곳) 대비 50% 감소했다. 같은 기간 1금고는 173곳에서 166곳으로 줄었다.

올해 새 주거래은행을 선정하는 곳이 158곳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농협은행의 지자체 금고 보유수는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농협은행에 금고를 맡긴 지자체들도 반감이 커지고 있다. 전남도의회는 최근 농협은행에 예금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전남도 1금고를 관리하고 있는데 농협은행이 낮은 예금 금리를 책정해 전남도의 이자수익을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22년 전남도 예산현액은 11조2200억원으로, 이자수익은 전년 대비 74억원이 증대한 122억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수신금리가 연초 1.74%에서 연말 4.51%로 상승한 것을 농협은행이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올해 목표이익률을 작년 1.71%에서 1.95%로 0.24% 올린 것도 지적됐다. 강원도 역시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과 강원은 올해 새 금고 입찰을 진행한다. 이 같은 반발은 농협은행의 금고 재입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금고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자체 금고 출연금은 2019년 2586억원에서 2020년 2622억원, 2021년 278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과 자금조달 문제로 은행들이 규모가 큰 시금고 유치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다수의 금고를 보유한 농협은행 입장에서는 기존에 보유한 금고 수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저원가성예금을 다수 확보할 수 있는 금고 유치는 농협은행 입장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사업인 만큼 광역단체 금고 등 대형 금고 중심의 수성 전략을 구상해야 할 때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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