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디스카운트 진단]호재엔 둔감하고 악재엔 민감하고①국내 지주사 시총 순위 대부분 20위 밖...제한적 수익성 및 자회사 이중 상장 문제 등
조은아 기자공개 2023-07-18 08:14:55
[편집자주]
IMF 외환위기 이후 투명 경영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기업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지주사 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많은 장점 이면에 존재하는 잠재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주사는 만년 저평가주로 통한다. 태생적 한계와 국내 지주사 체제의 특수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벨이 주요 지주사 주가의 흐름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11:2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주식시장은 이차전지주가 이끌었다. 지주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포스코홀딩스의 상반기 주가 상승률은 28.7%에 이르렀다. 만년 저평가 꼬리표를 달고 있었는데 1년 사이 위상이 달라졌다.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더 크다.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올해 초 18만원대로 장을 시작했는데 최근 40만원대도 넘겼다. 반년 새 2배 넘게 주가가 뛰었다. 심지어 이차전지 사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포스코엠텍 주가도 그룹에 불어닥친 이차전지 바람에 휩쓸려 반년 새 2배 가까이 폭등했다. 포스코홀딩스 주주들이 자축하기엔 포스코홀딩스 역시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피하지 못했던 셈이다.
호재엔 가장 늦게 그리고 둔감하게 반응하는 지주사 주가는 악재엔 누구보다 민감하고 빠르게 반응한다.
◇지주사 시총 순위…포스코홀딩스가 10위로 가장 높아
지주사의 출발점을 찾자면 IMF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기업집단의 부실과 이에 따른 도미노 현상을 외환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진단했다. 진단만큼이나 처방 역시 명확했다.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사업구조, 재무구조 전반에 대한 개혁이 추진됐고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대기업집단들이 하나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지주사의 장점은 뚜렷하다. 지배구조가 단순해지고 빠른 의사결정 역시 가능해진다. 부실한 자회사를 파는 결정도, 우량 기업을 사는 결정도 기존보다 훨씬 빨라졌다. 그룹 차원의 구심점 역할을 기존의 회장실이나 비서실 등 실체가 불분명한 조직이 아닌 지주사라는 법인이 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주사는 자회사들의 주식을 자산으로 보유한다. 그러므로 자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지주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비율에 따라 가중평균하면 지주사의 순자산가치를 구할 수 있다. 이를 주식 수로 나누면 지주사의 주당 순자산가치가 된다. 그런데 지주사의 주당 순자산가치를 주가와 비교해보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른바 지주사 디스카운트다.
지주사 디스카운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들어 상반기까지 SK㈜ 주가는 24% 하락했는데 SK그룹 21개 상장사 평균 주가는 같은 기간 12% 상승했다.
㈜LG의 현재 주가는 2017년 9월 주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 사이 LG그룹의 간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떠오르고 전장 사업이 LG그룹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등 그룹의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까지 탈바꿈했지만 정작 지주사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손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은 12일 기준 125조원으로 코스피 2위다.
같은 날 기준 주요 지주사의 시가총액 순위를 살펴보면 포스코홀딩스가 코스피 10위, ㈜LG는 22위, SK㈜는 32위, ㈜GS는 93위, ㈜LS는 100위, 한진칼은 101위, 롯데지주는 115위, ㈜한화는 129위, ㈜두산은 175위에 머물렀다. 국내 경제를 좌우하는 각 기업집단들의 규모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치다.
◇자회사뿐만 아니라 손자회사도 상장
지주사 주가의 저평가 원인은 지주사가 갖고 있는 태생적 특성과 국내시장의 특수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지주사의 제한적 수익원을 꼽을 수 있다. 지주사의 현금흐름은 대부분 자회사의 배당에 의존한다. 상표권 사용료와 임대수익을 받는 곳도 있지만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 역시 들 수 있다. 투자자들은 지주사의 주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우량 자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기보다는 직접 우량 자회사에 투자하길 선호한다.
그룹 차원의 신사업을 추진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부담하는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점 역시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주사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로서 신사업 발굴이라는 숙명을 안게 된다. 보통 신사업은 먼 미래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아직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거나 리스크가 큰 사업이 많다.
이는 전 세계 지주사 모두에게서 드러나는 특성이다. 국내 지주사가 특히 저평가된 원인을 국내시장의 특수성과 따로 떼어놓고 볼 순 없다. 우리나라의 지주사 체제는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지 않고 자회사가 모회사와 별도로 상장된 경우가 많다. 현행법상 국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는 30%, 비상장 자회사는 50% 이상만 지분을 보유하면 된다.
반면 미국의 지주사 체제를 살펴보면 모회사의 자회사 출자 지분율이 대부분 100%다. 자회사는 자연스럽게 대부분 비상장사다. 우리나라에서 미국과 가장 비슷하게 운영되는 지주사 체제는 신한, KB, 하나, 우리 등 금융지주사들이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 대기업집단의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자회사는 물론 손자회사까지 상장한 사례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차이가 주가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불러오는지는 미국의 알파벳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구글은 2004년 상장한 뒤 2015년 지금과 같이 지주사(알파벳)를 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구글은 알파벳을 설립하면서 구글과 구글 연구소인 X랩, 투자부문인 구글벤처스, 그 외 건강이나 인공지능(AI) 등 과학 관련 조직을 모두 자회사로 편입했다.
알파벳이 출범한 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알파벳의 자회사 가운데 구글을 포함해 상장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주가는 어떻게 변했을까. 구글이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알파벳 주가는 장기적으로 볼 때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2020년 1월 알파벳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역사상 네 번째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2021년 11월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 번째로 2조달러를 넘기며 '2조 클럽'에도 가입했다. 이후 잠시 주춤했으나 올들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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