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는 지금]23년만에 최대 차입규모 찍은 깨끗한나라LG화학 출신 CFO 지난해 영입…약화된 현금창출력 외부자금 끌어와 충당
고진영 기자공개 2023-07-19 07:34:36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16:07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깨끗한나라는 최근 몇년간 외부인사 영입에 부쩍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LG그룹 출신과 잇달아 연을 맺고 있다.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 김민환 부사장에 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LG맨을 연속으로 기용했다.지난해 새 CFO로 영입된 이동열 전무는 LG디스플레이에서 커리어 대부분을 보냈다. 유해성 논란의 타격을 회복하는 듯 했더니 다시 원가 상승의 벽에 부딪힌 깨끗한나라에서 차입전략을 이끌고 있다.
◇원가·운임 상승 이중고, 현금창출력 약화
올해 1분기 말 깨끗한나라의 연결 총차입금은 3166억원(리스부채 포함)을 기록했다. 2000년(3210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애초 깨끗한나라는 제품 유해성 논란이 크게 일었던 2017년~2018년 실적에 타격을 받으면서 차입이 증가세를 보였었다. 이후 코로나 수혜를 입으면서 차입이 감소하는가 싶었지만 2021년부터 다시 급증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원인은 원가와 수요 때문이다. 깨끗한나라는 원가구조상 펄프, 고지 등 재료비가 매출에서 30~40%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원재료 등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020년만 해도 kg(킬로그램)당 펄프값이 584원에 불과했는데 올해 1분기 1211억원으로 점프했다. 2021년 이후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원가가 빠르게 올랐고 물류난이 일어 해상운임마저 폭등했다. 경쟁사인 한솔제지가 백판지 생산시설을 증설한 것도 부담이다.
이 탓에 깨끗한나라의 연결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2020년 823억원까지 회복됐다가 이듬해 다시 절반 수준인 453억원으로 하락, 2022년 381억원으로 더 떨어졌다. 올해의 경우 1분기 EBITDA가 -1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누적된 원재료 가격이 반영된 재고가 비용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깨끗한나라의 차입이 갑자기 늘어난 것도 현금부족 탓이다. 영업현금흐름 규모가 축소된 상황에서 2021년과 2022년 340억원~480억원 수준의 CAPEX(자본적지출)를 쓰면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고전 중이던 지난해 초 깨끗한나라는 LG화학 출신인 이동열 전무를 영입했다. 전임 CFO인 박경렬 전 전무도 LG그룹 출신이었고, 2019년 스카웃된 김민환 깨끗한나라 각자대표 역시 LG화학에서 왔기 때문에 이 전무와 연결고리가 있다. CFO 명칭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도 한 LG그룹의 체계화된 재무 전략을 이식하려는 뜻으로 짐작된다.
◇이동열 전무 기용, 단기 중심 차입전략
이동열 전무는 1964년생으로 대학졸업 직후인 1989년 옛 LG반도체에 입사했다. 그 뒤 1999년부터 2018년까지 LG디스플레이 회계팀장과 회계담당, 금융담당 등을 거쳤으며 2019년 LG화학 금융담당으로 이동했다. 그러다 지난해 초 깨끗한나라로 적을 옮겨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다. LG그룹에 몸담은지 30여년 만이다.
이 전무가 LG디스플레이에 재직했을 때는 회사가 투자를 위해 자금조달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던 시기다. LG그룹의 금융담당 임원은 자금계획 수립과 조달 일선에서 활동한다. 이 전무가 금융담당을 맡았던 2014년부터 2018년까지 LG디스플레이의 조달 내역을 보면 총차입금이 약 4조원에서 8조5000억원 수준으로 2배가량 뛰었다. 하지만 이 기간 차입평균이자율은 3.7%에서 2.8%로 낮추는 성과가 있었다.
깨끗한나라가 이 전무를 영입한 것도 이런 역량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부임 이후 조달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차환 목적으로 단기차입금 1874억원을 차입했으며 회사채로 4차례에 걸쳐 572억원(권면총액기준)을 조달했다. 또 매출채권을 담보로 주고 200억원을 유동화하기도 했다. 1년 거치 후 2년간 매분기마다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올해의 경우 약 750억원을 금융기관에서 단기차입, 사채로는 250억원을 조달했다. 사채 250억원 중 100억원은 만기가 1년인 단기사채다. 장기차입은 없었다. 주로 단기에 치우쳐 자금을 끌어온 셈이다. 올 초 발행한 2년물 회사채 이자율이 7.9~7.95%에 달하는 만큼 이자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상환 부담을 무릅쓴 것으로 여겨진다.
이 전무의 부임 전인 2021년 말(2440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3월 말 깨끗한나라 총차입금(3166억원)은 약 726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단기성 차입의 비중은 약31%에서 54%로 높아졌다. 근 3년간 깨끗한나라의 연간 평균 EBITDA가 55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보면 차입부담이 상당하다. 시장 상황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EBITDA 추이를 고려할 때 재무 안정성을 이른 시일 내 개선할 마뜩한 수는 없어 보인다. 다만 올 들어 펄프와 고지가격이 다시 떨어지는 추세고, 깨끗한나라가 제품 판가를 인상했기 때문에 추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여신약정 한도 미사용액도 원화 437억원, 외화 3000만달러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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