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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그룹은 지금]포스트 리보세라닙 시대 고민…지속성장 키워드 'M&A'②공격적 M&A로 바이오 생태계 구축…후속 물질 빈약 한계

차지현 기자공개 2023-07-18 11:43:50

[편집자주]

에이치엘비가 종합 바이오사로 탈바꿈을 예고했다. 한국거래소 업종 변경을 마친 데 이어 물적분할로 기존 선박 사업 부문도 떼어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바이오 사업을 위한 기반도 다졌다. 정체성 재정립의 마지막 퍼즐은 '리보세라닙'이다. 10여 년에 걸친 노력 끝에 올해 간암 치료제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에이치엘비는 진정한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변화 행보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치엘비가 10여년간 공을 들인 주력 파이프라인의 결실을 앞뒀다.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품(FDA) 품목허가를 받게 되면 미국 시장에 진출한 첫 국산 항암 신약이 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후속 파이프라인이 뚜렷하지 않은 점이 고민이다. 리보세라닙을 인수합병(M&A)을 통해 확보한 것과 같이, 파이프라인 보강을 위해 선택한 키워드도 M&A다.

◇멈추지 않는 확장 본능, 바이오 생태계 완성

42곳. 3월 말 기준 에이치엘비의 계열사 수다. 상장 기업이 8곳, 비상장 기업이 34곳이다. 여기에 최근 암 진단 전문 기업 파나진 인수를 발표했다.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게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M&A로 성장해 왔다. 바이오 사업에 처음 진입하게 된 계기도 M&A였다. 인수한 기업이 마침 리보세라닙 글로벌 특허권(중국 제외)을 보유한 또 다른 기업에 지분 투자를 해놨던 게 역사의 시작점이다.

바이오 기업으로 정체성 강화에 나선 지금도 M&A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제조,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신약개발 과정 전주기를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이른바 에이치엘비 바이오 생태계(HLB Bio eco-System·HBS)다.


현재 HBS 체계는 틀을 갖췄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은 에이치엘비제약,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에이치엘비사이언스 등을 통해 이뤄진다. 비임상 단계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에이치엘비바이오스텝이 맡고 있다. 이후 엘레바테라퓨틱스, 이뮤노믹테라퓨틱스, 베리스모테라퓨틱스 등이 본격적인 임상개발을 진행 중이다.

신약 개발 이후엔 제조와 상업화 역량까지 갖췄다. 에이치엘비제약이 의약품 제조 기술을 보유했다.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는 백신 유통업을, 신화어드밴스는 의약품 판매를 담당한다. 또 최근 2년간 인수한 체외진단기기 기업 2곳에 유전체 분석기술을 가진 파나진까지 더해지면서 진단 영역 전문성도 대폭 끌어올렸다.

◇똘똘한 M&A 전략, 신약·캐시카우 모두 잡는다

HBS 체계 구축을 위한 M&A 전략에는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리보세라닙 뒤를 이을 차세대 파이프라인과 R&D 지속성을 담보할 캐시카우를 모두 확보하는 전략이다.

우선 미국 바이오벤처 인수로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했다. 2020년 이뮤노믹테라퓨틱스를 인수한 데 이어 이듬해 베리스모테라퓨틱스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이뮤노믹테라퓨틱스는 세포 치료 백신을,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를 중점으로 개발하는 곳이다.

R&D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재원도 마련했다. 체외진단 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에이치엘비가 인수한 에프에이와 에임은 2021년 기준 각각 1298억원과 166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에프에이는 HLB 헬스케어사업부로, 에임은 HLB생명과학 메디케어사업부로 재편됐다.

바이오 업종 내 사업 다각화로 신약 개발에 뒤따르는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신약개발 전 주기에 걸친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한 만큼, 이들 간 시너지를 활용하면 성공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리보세라닙 잇는 기대작 CAR-T…'초기' 단계 약점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가운데 그룹 내부적으로 가장 관심을 두는 건 'SynKIR-110'이다. 베리스모테라퓨틱스의 기술이 적용된 CAR-T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지난 5월 중피종, 담관암, 난소암을 적응증으로 임상 1상에 돌입했다. 앞서 베리스모테라퓨틱스는 지난해 9월 FDA로부터 SynKIR-110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바이오 업계에선 베리스모테라퓨틱스가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를 개발한 연구팀을 주축으로 설립한 바이오벤처라는 점에 주목한다. 킴리아는 치료 대안이 없던 말기 백혈병 환자에게 단 한 번의 투약으로 종양을 없애는 극적인 효과를 보이면서 '기적의 항암제'로 불린다. 킴리아 원천 기술을 개발한 칼 준 박사가 기술자문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SynKIR-110이 이제 막 임상 1상에 진입한 초기 물질이라는 점이나 이제껏 FDA 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가 킴리아를 포함해 5개뿐이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또 CAR-T 치료제의 제조 공정이 복잡해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상용화도 쉽지 않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추출해 유전자를 조작한 뒤 이를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해 만든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베리스모의 플랫폼은 NK면역세포의 수용체 구조와 유사한 멀티체인 수용체를 T세포에 발현시키는 기술을 적용해 혈액암 치료에만 국한된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한 게 특징"이라며 "아직 임상 초기 단계이지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파이프라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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