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 속 기업들]'카본 투 그린' SK이노, SK에너지·인천석유 존재감 드러낼까60년 석유사업 모델 전환…폐기물 기반 원료 공정 투입 도전
김동현 기자공개 2023-07-18 07:18:09
[편집자주]
신사업 진출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아이들이 모래 놀이터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 듯 일정 조건 하에서 규제를 풀어 '혁신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도전에 나설 수 있는 우회로가 생긴 셈이다. 더벨은 최근 실증을 승인받아 샌드박스 안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된 기업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4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파이낸셜스토리 추진 전략으로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을 발표하며 그린 자산의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공개했다. 60여년 동안 정유·석유화학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을 미래 핵심 사업가치이자 비전으로 내세운 것이다.자연스럽게 이차전지(SK온), 분리막(SK아이이테크놀로지), 플라스틱 리사이클(SK지오센트릭), 액침냉각(SK엔무브) 등 새로운 친환경 사업 전략을 추진하는 계열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중 특히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SK온은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와 연계돼 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던 정유·석유화학 계열사들도 차근차근 친환경 사업 기반을 마련하며 그린에너지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설립된 지 60여년이 된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이 그 주인공으로 두 회사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폐기물을 활용한 석유 계열 제품을 실증 생산한다.
◇합병·분사의 역사, SK이노를 만든 주역
그룹 내 정유 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는 국내 최초 정유회사 대한석유공사가 기업의 모태다. 1962년 정부가 미국 걸프사와의 합작으로 설립됐고 이후 1980년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선경(현 SK)이 경영권을 인수하며 지금의 SK그룹 소속이 됐다.
SK는 인천정유 인수 이듬해 에너지·화학 부문을 물적분할해 지금의 SK에너지를 설립했고 SK에너지는 2011년 에너지 지주사(SK에너지→SK이노베이션) 출범과 함께 다시 분할되며 신설법인 SK에너지로 재출발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정유와 석유화학 등 사업별 전문기업 체제를 갖추기 위해 2013년 신설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을 출범시켰다.
SK이노베이션의 에너지·화학 사업체제가 완성되기까지 그야말로 합병과 분할을 반복한 셈이다. 지금이야 친환경 사업 전환 전략에 따라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등 에너지 신사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원유 시황에 따라 실적이 뒤바뀔 만큼 회사의 사업구조 자체는 정유·석유화학 부문에 의존하고 있다.
카본 투 그린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 역시 이러한 사업구조 탈피와 친환경 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모두 충족하기 위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주회사의 미래 에너지 사업 투자(수소·암모니아·소형모듈원전)와 사업회사별 그린 비즈니스(이차전지·리사이클링 등) 전략의 조기 실행으로 그린자산 비중 70% 목표 달성 시기를 기존 2025년에서 2024년으로 앞당긴 상태다.
◇정제공정의 변신, 폐타이어·유지도 투입한다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사업자 변신에 전통의 정유·석유화학 기업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도 힘을 보태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산업통산자원부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로부터 실증특례 지정을 받아 석유 외 원료를 투입해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현행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정제·화학공정 등에는 석유와 석유제품만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 실증특례로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은 각각 동·식물성 유지와 폐타이어 열분해유 등을 공정에 투입한다. 실증 기간 SK에너지는 동·식물성 유지 연 20만톤, SK인천석유화학은 폐타이어 열분해유를 연 2만톤 정도를 각각 공정에 활용할 계획이다.
수십만배럴에 이르는 두 회사의 정제능력과 비교했을 때 투입하는 양 자체가 많진 않지만 실증사업으로 친환경 공정에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미 SK인천석유화학은 폐타이어 열분해유 생산 스타트업 엘디카본에 투자해 공급처를 확보했고 바이오항공유와 같은 바이오 기반 대체연료 시장에 대한 관심을 여러차례 드러낸 SK에너지 역시 이번 실증으로 사업화 가능성을 모색하게 됐다.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의 파이낸셜스토리 발표 전부터 R&S(Refinery & Synergy)와 P&M(Platform & Marketing)이라는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를 출범했다. P&M CIC는 기존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융복합 에너지 충전소를 구축하는 사업을 담당하며 R&S CIC가 기존 정유사업과 연계한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SK인천석유화학의 경우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말 그린이노베이션(Green Innovation) 추진실장을 임원(반한승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본격적인 사업 전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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