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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디스카운트 진단]SK㈜ 주가가 특히 '저평가'된 이유는③상장사 21개로 국내 그룹 가운데 최다…중간 지주사도 3개로 '더블 디스카운트'

조은아 기자공개 2023-07-21 07:29:10

[편집자주]

IMF 외환위기 이후 투명 경영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기업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지주사 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많은 장점 이면에 존재하는 잠재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주사는 만년 저평가주로 통한다. 태생적 한계와 국내 지주사 체제의 특수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벨이 주요 지주사 주가의 흐름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7일 15:4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는 2017년 처음으로 투자형 지주사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단순 자회사 관리를 넘어 다양한 기업에 투자하면서 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2021년부터는 아예 투자 전문회사를 내세우고 있다.

투자 방향도 명확하다.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개 투자센터를 두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력만 100명에 이르며 상당수가 국내외 내로라하는 대학을 나와 IB 업계 등에 몸담았다. 이른바 '엘리트'다.

다만 이같은 움직임이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SK㈜ 주가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우하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5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46% 하락했다.

◇미래 신사업에 투자 활발…반대로 가는 주가

SK㈜는 굵직굵직한 투자활동으로 투자형 지주사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SK㈜ 홈페이지에 따르면 첨단소재 투자센터에서만 2015년부터 최근까지 경영권 인수 9건, 글로벌 조인트벤처(JV) 설립 4건, 지분 투자 5건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다른 3개 투자센터를 더하면 SK㈜는 매년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에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SK그룹 계열사 수도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5월 기준 198개로 독보적으로 많다. SK그룹 다음으로 많은 카카오(147개)를 제외하면 계열사 수가 100개가 넘는 곳조차 없다. 특히 최근 몇 년의 투자가 앞날이 유망한 미래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SK㈜ 주가 역시 상승세를 타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SK㈜ 주가는 최근 몇년 사이 하락 추세가 두드러진다. 최근 1년 사이에도 30% 떨어졌다. 물론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주식 시장이 얼어붙었고 그룹의 주력 계열사 실적도 부진했다. 일부 계열사는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SK㈜의 활발한 투자 활동이 그룹 내 각종 악재를 이겨내지는 못한 셈이다.

특히 SK㈜ 주가는 다른 지주사와 비교해도 유독 하락폭이 큰 편이다. 다른 지주사를 살펴보면 최근 1년 사이 ㈜LG 주가는 14%,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97% 상승했다. ㈜GS는 4% 하락했고 롯데지주는 25% 하락했다. 주요 지주사 가운데 SK㈜ 주가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SK그룹이 2차전지 분야에서 그 어느 곳보다 탄탄하고 고른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상장사만 21개로 국내 그룹 최다…중간 지주사도 3개

SK㈜의 주가 하락폭이 큰 이유는 '중복 상장'에서 찾을 수 있다. SK그룹 내 상장사 수는 무려 21개에 이른다. 재계에서 가장 많다. 삼성그룹은 17개, 현대차그룹은 12개, LG그룹은 11개, 포스코그룹은 6개, 롯데그룹은 11개의 상장사를 보유하고 있다.

SK㈜의 상장사 수는 2019년까지만 해도 18개였으나 4년 사이 3개 늘었다. 다른 그룹에서 기업공개(IPO)가 거의 5년 만에 한 번 있는 '빅 이벤트'라면 SK그룹에서는 연례 행사에 가까웠다. 원래 IPO가 예정됐으나 무산된 원스토어와 SK쉴더스 등을 더하면 그룹 내 상장사 수는 더 늘어난다.

특히 중간 지주사까지 3개(SK디스커버리 제외)를 거느리고 있으면서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SK㈜는 지주사 디스카운트의 영향을 두 번이나 받는다. SK그룹은 지주사 SK㈜ 아래 4개의 중간 지주사를 두고 있는데 이 가운데 SK㈜가 직접 거느리는 곳은 SK이노베이션과 SKC, SK스퀘어 등 3곳이다.


예를 들어 SK그룹의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려면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위에 있는 중간 지주사 SK스퀘어, 그리고 그 위의 SK㈜까지 모두 3개의 회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향후 가장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SK온 역시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 SK온, SK㈜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 투자할 수 있다. 이 때 굳이 직접 돈을 버는 회사를 두고 지주사에 간접 투자할 유인은 그리 크지 않다. 같은 이유로 중간 지주사들 역시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SKC가 중간 지주사로 전환한 뒤 SKC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다른 중간 지주사들처럼 자금줄 역할을 하느라 허덕이고 핵심 자회사가 IPO에 나설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KC가 중간 지주사로 전환한 사실을 밝힌 지난해 5월 이후 지금까지 주가는 35% 이상 떨어졌다. 2020년 초 3만원 초반을 오가던 주가가 2021년 20만원에 육박하는 등 6배 이상 뛰었지만 이후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한 셈이다.

지주사 주식의 가장 큰 장점은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자회사에 있다. 수익성이 좋은 자회사를 통해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계열사의 잇따른 상장은 자연스럽게 SK㈜ 주식의 매력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비슷한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그룹에는 상장을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자회사가 여럿이다. SK스퀘어는 자회사 원스토어와 SK쉴더스를 증시에 차례로 상장시킬 계획이었지만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모두 실패했다.

SK스퀘어 아래에만 11번가와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 등이 상장 예비 주자로 꼽힌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조만간 상장이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은 아니지만 SK온 역시 장기적으로는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복 상장에 따른 주가 약세는 지주사 혹은 중간 지주사들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잦은 상장은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을 높이고 신뢰도를 떨어뜨려 그룹 내 상장사 주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교적 최근에 상장한 SK바이오팜(2020년), SK바이오사이언스(2021년), SK아이이테크놀로지(2021년) 주가는 상장 이후 큰 폭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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