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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종합상사 포트폴리오 분석]'상사' 타이틀 무색한 SK네트웍스, B2C로 차별화⑥투자회사 변신 시도, 日상사와 공통 분모

정명섭 기자공개 2023-07-25 07:31:11

[편집자주]

일본 종합상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주가 흐름과 실적을 보면 상사업의 위기라는 말이 무색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손꼽히는 워런 버핏이 극찬할 정도다. 한국의 종합상사 사업모델은 1945년 전후로 일본에서 건너왔다. 업력 차이는 약 20년이다. 일본 종합상사의 '지금'은 국내 종합상사의 '미래'일 수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더벨은 일본 종합상사의 핵심 경쟁력을 살펴보고 국내 기업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0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과 일본 종합상사의 역사는 '사업 다각화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은 양 국가가 수출을 주도로 성장하던 시기에 해외 시장 개척과 수출입 기능을 담당하며 덩치를 키웠다.

그러나 고도 경제 성장기가 지나면서 상사의 역할은 축소됐다. 주요 기업들이 해외 시장 개척과 영업 등을 자체적으로 영위하기 시작한 탓이다. 종합상사들은 생존을 위해 자원개발과 에너지, 물류 등으로 발을 넓혔다.

SK네트웍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한·일 종합상사들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움직임으로 대응했다. B2C 사업으로 승부를 보는 전략이다.

◇'B2C'로 사업 노선 변경...2015년 이후 본격화

SK네트웍스의 올해 3월 분기보고서를 보면 사업부문을 △정보통신(휴대폰 유통) △글로벌(화학·철강 트레이딩) △렌터카 △스피드메이트 △SK매직 △워커힐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 매출 비중으로 줄 세워보면 종합상사라는 말이 무색하다. SK텔레콤향 스마트폰을 유통하는 정보통신 부문 매출 비중이 51%로 가장 높고 렌터카(17.8%)가 두 번째다. 트레이딩(14%)은 3위다. 이어 SK매직(11.2%), 스피드메이트(3.5%), 워커힐(2.6%) 순이다.



트레이딩 부문은 제품의 판매를 중개하는 사업이라 투입되는 자본 대비 매출액이 크다. 그럼에도 매출 비중이 14%에 불과했다는 건 트레이딩 비중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중단해 매출 비중은 더 낮아질 전망이다.

다른 종합상사의 경우 트레이딩 사업 비중이 최소 50%대에서 최대 90% 수준이다. 실제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하기 전에 무역 부문 매출 비중이 89.8%에 달했다.

주목할 또 다른 포인트는 B2C 사업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종합상사의 본질은 '무역회사'인 만큼 주요 사업과 기능은 B2B에 맞춰졌다. 실제로 한·일 종합상사의 주요 사업은 트레이딩 외에도 물류와 무역금융, 해외 판로 개척, 자원개발, 리스크관리, 대형 프로젝트 기획 등이 있는데 전부 기업 고객이 대상이다.

SK네트웍스는 과거 휴대폰 유통과 석유 제품 트레이딩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관련 규제와 유가 하락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실적이 요동쳤다. B2C 사업은 이에 대한 솔루션이었다.

사업구조를 B2C로 전환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이다. 당시 SK네트웍스는 사업경쟁력 강화와 영업수익성 개선을 목적으로 렌탈과 소비재 사업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이를 위해 2016년 SK매직(당시 동양매직)을 6100억원에 인수했다. 2019년에는 SK렌터카(구 AJ렌터카)를 인수해 렌터카 업계 1위 롯데렌터카(현 롯데렌탈)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동시에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사업은 정리했다. 면세점 사업 철수(2016년)와 패션 사업 양도(2017년)가 대표적이다. 액화석유가스(LPG) 유통 등의 에너지 사업도 정리했고 전국 300여개 주유소를 현대오일뱅크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의 변신은 다른 종합상사 대비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다. 수익성 개선 측면으로 보면 긍정적이다. SK매직과 SK렌터카, 스피드메이트 사업은 분기별 500억~600억원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20억원대인 트레이딩 부문 영업이익을 훌쩍 넘는다.

다만 B2C 사업은 진입장벽이 낮아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다는 단점이 있다. SK매직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공격적인 영업 전략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이후 수익성은 계속 떨어졌다. 이에 이달 초 대표이사가 바뀌기도 했다.

렌터카 시장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1위와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롯데렌탈의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21.2%, SK렌터카는 14.4%를 기록했다.


◇투자회사 변신 시도, 日상사 미래 대비 전략과 일치

SK네트웍스와 일본 종합상사간 공통점은 있다. 자사가 보유하지 않은 사업에 투자하거나 파트너십을 형성해 사업 역량을 확대하는 전략은 매우 유사하다.

일본 종합상사는 무역 업무를 하면서 쌓은 경험과 정보,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일본 주요 기업을 연결 자회사 수 기준으로 나열하면 상위 10개 기업에 종합상사 3곳(2016년 기준)이 포함된다. 업계 1위(순이익 기준) 미쓰비시상사가 815개로 전체 4위다. 스미토모상사(8위)와 이토추상사(9위)의 자회사는 각각 577개, 571개다. 나머지 2개사까지 포함하면 연결 자회사가 약 2700개에 달한다.

SK네트웍스는 2020년 '사업형 투자회사'를 자처하며 미국 투자법인 하이코캐피탈을 설립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신규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2020년 6월 출범한 이후 작년까지 투자한 금액은 누적 1200억원을 넘어섰다. SK네트웍스의 직접 투자까지 합치면 투자금액은 2100억원 이상이다. 투자 분야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 다양하다.

투자기간이 짧아 현시점에서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지속적인 투자로 미래 먹거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하는 종합상사 특성상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상사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사업 발굴을 통해 성장성을 확보하면 SK네트웍스가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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