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그룹은 지금]'종합 바이오사' 발돋움 위해 조직 전열 재정비④C레벨 중심 전문경영 체제 확립…오너 2세 계열 이사회 입성 눈길
차지현 기자공개 2023-07-26 11:11:27
[편집자주]
에이치엘비가 종합 바이오사로 탈바꿈을 예고했다. 한국거래소 업종 변경을 마친 데 이어 물적분할로 기존 선박 사업 부문도 떼어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바이오 사업을 위한 기반도 다졌다. 정체성 재정립의 마지막 퍼즐은 '리보세라닙'이다. 10여 년에 걸친 노력 끝에 올해 간암 치료제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에이치엘비는 진정한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변화 행보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4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 그리고 추가 성장동력 확보. 두 가지 과제를 떠안은 에이치엘비그룹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연이어 단행했다. 특히 부문별 전문 경영 체제를 확립해 에이치엘비 바이오 생태계(HLB Bio eco-System·HBS)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이 가운데 오너 2세가 핵심 계열사 경영에 발을 들여 눈길을 끈다. 그간 그룹 내 뚜렷한 지분 확보 움직임이 없던 상황에서 이 같은 변화는 승계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이치엘비는 이번 행보가 경영 승계 작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경영' 체제로 관리 강화, 진 회장 리더십은 '여전'
에이치엘비그룹은 올해 들어 각 부문 최고 경영자를 잇달아 선임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했다. 올 초 그룹 바이오 기술 총괄(CTO)에 한용해 사장을, 바이오 전략 총괄(CSO)에 최수환 사장을 임명한 데 이어 3월 그룹 피플팀 총괄(CPO)에 김종원 사장을, 마케팅 총괄(CMO)에 황제이 사장을 임명했다.
그룹이 본격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들어선 건 2019년부터다. 2017년 6월 대표에 오른 진양곤 회장은 2019년 3월 돌연 사임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진 회장은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의 인허가 등을 진두지휘하겠다며 석 달 만에 대표로 복귀했다. 이후 오너와 전문경영인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 중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이 빠르게 커진 만큼, 최근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C레벨 사장단 인사를 통해 각 임원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각 부문 최고 경영자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유기적 업무 협력을 늘리기 위해 총괄 책임 시스템을 도입했다"면서 "더욱 유연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성과 창출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다만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에도 진 회장의 리더십엔 변화가 거의 없다. 에이치엘비, 에이치엘비생명과학, 에이치엘비글로벌, 에이치엘비제약,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 에이치엘비바이오스텝 등 대부분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전문경영인 전열만 새롭게 구성한 셈이다.
◇내부 성장 인력은 물론 외부 인사도 C레벨 적극 선임
그룹의 인사를 들여다 보면 스펙트럼이 넓은 편이다. 최 사장, 김 사장, 한 사장은 모두 수 년간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최 사장은 2005년 핵심 계열사 미국 엘레바테라퓨틱스를 설립한 창립 멤버다. 김 사장은 2016년 그룹에 합류, 에이치엘비파워와 에이치엘비글로벌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서울대 약대 출신 한 사장은 2020년 영입해 지난해부터 에이치엘비생명과학 CEO를 맡았다.
황 사장의 경우 지난해 외부에서 수혈한 마케팅 전문가다.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에서 마케팅 학사 및 광고마케팅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해외 영업·마케팅을 담당했다. 동아제약 국제사업본부장, JW중외홀딩스 글로벌사업본부장, 영진약품 국제사업본부장 등도 역임했다. 에이치엘비 노마드팀에서 국내 개발 신약 기술이전과 해외 신사업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각기 배경은 다르지만 이들의 지향점은 하나로 모인다. HBS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리보세라닙을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다음 후속 파이프라인 발굴과 개발에 속도를 내는 전략이다
◇오너 2세 계열 이사회 합류, '후계역량' 평가 관측도
이런 상황에서 오너 2세가 그룹 계열사 사내이사로 등극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에이치엘비이노베이션은 3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진 회장의 차녀 진인혜 베리스모테라퓨틱스 과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그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법학 학사,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마케팅과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투자회사 ACA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쳤다. 그룹에선 2021년부터 에이치엘비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에서 리서치 업무를 맡으며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지난해 4월부터 베리스모테라퓨틱스 리서치 애널리스트로도 근무 중이다.
에이치엘비이노베이션은 그룹 차원에서 중요한 입지를 지닌 계열사다. 리보세라닙 후속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인 베리스모테라퓨틱스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베리스모테라퓨틱스에서 진 과장의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진 과장의 에이치엘비이노베이션 이사회 입성이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한 시험대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진 과장은 26세로 승계를 논하기 이른 나이다. 지분 승계 관점에서도 계열 지분을 거의 보유하지 않았다. 3월 말 기준 에이치엘비와 에이치엘비제약 지분을 각각 0.01%와 0.37% 지닌 수준이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진인혜 과장 경영 승계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영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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