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 CFO]"'디자인하우스 선두기업' 넘어 매출 1조 달성"이지숙 에이디테크놀로지 재무이사
김혜란 기자공개 2023-08-03 10:05:04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최근 자본시장에서 가장 '핫'한 분야 중 하나다. 상장사든, 비상장사든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AI 반도체 산업이 이제 개화하는 만큼 각 기업도 아직 초기기업인 경우가 많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살림살이와 기업설명(IR)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역할을 해내야 한다. AI 반도체 기업 내 핵심적 임무를 수행하는 CFO를 만나 재무기조와 투자유치 계획 등 기업의 미래 핵심 전략을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1일 10: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 가치사슬협력자(VCA) 지위를 얻은 것도 국내에서 처음이었고,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전문 기업 ARM의 공식디자인파트너(AADP), 시놉시스의 'IP OEM 파트너'가 된 것도 저희가 최초였습니다. 디자인하우스 업체 중 공채 제도를 처음 도입해 인재 양성에도 많이 기여했습니다."이지숙 재무이사(사진)는 에이디테크놀로지가 국내 디자인하우스 업계에서 최초의 이력을 많이 가진, 선도하는 기업이라고 정체성을 설명했다. 그는 "15년간 회사에 몸담으면서 (디자인하우스 업계의) 많은 변화를 봐왔지만 그 변화의 흐름에서 선두에 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와 파운드리간 가교 역할을 하며 설계부터 생산, 후공정 작업까지 위탁생산 전 과정을 원스톱 서비스로 팹리스에 제공한다. TSMC는 VCA, 삼성전자는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생태계를 만들어 이들 VCA와 DSP가 각 파운드리 공정에 맞춰 공정 도면을 설계한다. 이제는 디자인하우스가 파운드리 팹리스의 아키텍처(설계) 사업 영역을 더해 '디자인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이 이사는 2007년부터 에이디테크놀로지의 안살림을 이끌어 온 베테랑이다. 2002년 출범한 에이디테크놀로지가 창업한 지 5년째 되던 해 입사해 재무팀에 몸담으며 2014년 코스닥 상장 등 회사 역사를 지켜봤다.
하지만 2020년 TSMC의 VCA를 포기하고 삼성전자 DSP로 전환하는 것은 재무적으로도 큰 부담이었다. 이 이사는 "당시에는 리스크를 안고 하는 큰 의사결정이었지만 결국 그 판단이 맞아떨어져 가고 있다고 본다"며 "이제 실적으로 보여질 때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를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에이디테크놀로지 본사에서 만났다.
◇삼성DSP로의 전환,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TSMC VCA를 포기하면서 기존 고객사와의 관계가 끊길 수밖에 없었고 실적 감소는 불가피했다. 2021년 3221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642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59억원을 냈다. 이 이사는 '준비된 적자'라고 했다.
그는 "올해는 DSP로 전환한 지 3년 차 되는 해인데 지난 2년은 삼성 파운드리의 설계 인프라나 공정 특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시기였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진출에 제약이 있었다"며 "올해 적자는 이미 예측됐었고 실적보다 지금까지 국내에 편중돼 있던 개발 매출이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어떻게 확장해 나가고 있는지를 의미 있게 봐달라"고 말했다.
이 이사는 "TSMC의 경우 국내에 영업을 제한하는 정책이 있어 (VCA를 계속 할 경우) 국내 주요 대기업과 중견 팹리스 등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매출이 5000억원일 거라고 봤다"며 "매출 1조원을 목표로 사업적 자유도가 보장된 삼성전자 DSP로 전환해 해외 시장 진출을 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 TSMC VCA로서 국내에 제한된 영업을 했을 때는 단독 턴키(일괄수주) 과제 개발 금액이 가장 컸던 게 660만달러 수준이었는데, DSP인 지금은 1700만달러까지 대폭 늘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엔 독일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기업 비디안티스(Videantis)와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온칩(SoC) 개발 계약을 맺었다. 에이디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오토모티브용 AI 플랫폼에 팹리스 비디안티스가 만든 영상처리 칩을 합쳐 자율주행 레벨4까지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만들고 이를 삼성전자 5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양산하기로 했다.
이 이사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AI, 고성능컴퓨터(HPC) 분야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수주 박차…매출 1조 꿈 아니다
디자인하우스의 매출 구조는 크게 개발과 양산 매출로 나뉜다. 이 이사는 "(고객사로부터) 과제를 수주받아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충족하는 반도체 시제품을 납품하는 과정까지를 개발 단계로 본다"며 "성공적으로 개발된 이후 시장에서 고객사에서 양산 체제로 가서 주문을 넣으면 그 단계에서 발생하는 게 양산 매출"이라고 설명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말 기준 양산이 1238억원, 개발 매출이 389억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양산과 개발 매출이 각각 84억원, 91억원으로 역전됐다. 이에 대해 "양산 대비 개발 매출이 큰 것은 전체 매출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청신호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양산 매출이 줄어든 건 특히 TSMC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국내 고객사의 낸드 컨트롤러 개발과 양산 매출이 에이디테크놀로지의 기존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낸드 수요가 주춤했기 때문이다.
대신 삼성전자 DSP로서 신규 개발비가 생겼다. 개발 매출이 높아진다는 건 앞으로 양산매출로 전환, 성장 여력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이 이사는 "삼성 파운드리를 타깃으로 하는 과제들을 착착 수주하고 있다"며 "앞으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년엔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세계 1위 디자인하우스 글로벌유니칩(GUC)도 2021년까지 매출이 4000억원 수준으로 저희와 큰 차이가 없다가 지난해 매출 1조로 뛰어올랐다"고 설명했다. 2021년 국내 디자인하우스 중 유일하게 매출 3000억원을 넘겼던 만큼 충분히 1조원 달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튼튼한 재무건전성, M&A 가능성도 열어놔
에이디테크놀로지는 1분기 기준 부채비율 46%, 순현금 719억원 상태로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 이 이사는 "가용자금을 상장 이래 10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유동성과 안정성이 회사가 전략적인 의사결정이나 투자하는 데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9월과 지난 7월 유럽과 미국 법인을 각각 설립했다. 또 올해는 연구·개발(R&D)에 약 1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이사는 "고난도 과제 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설비에 대대적 투자가 필요하다. 서버 인프라 확충을 위해 150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하우스로서 진화는 멈추지 않는다. 이 이사는 "차세대 3차원(3D) 패키징 공정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 '칩렛 솔루션(Chiplet Solution)' 조직에서 삼성전자와의 공동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특화된 파운데이션 라이브리러리 자체 개발 조직과 ARM 기반의 플랫폼을 구현하는 조직을 별도로 둬 전력 효율성을 높이고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기술을 내재하고 있다"며 "이런 점이 국내 디자인하우스 생태계 내에서 대체 불가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인수·합병(M&A) 계획에 대해선 "시너지를 기대할 만한 회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며 그때는 주식발행시장(ECM)과 채권발행시장(DCM)에서 조달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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