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25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소 수조원을 굴리는 국내 연금·공제회 자금운용 부서 관계자들은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면서 긴장감의 강도는 갈수록 세졌다. 주식과 채권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자금운용책임자(CIO)들의 고민이 깊어졌다.특히 작년 실적이 집계되는 연초에 스트레스가 극심해졌다. 기관의 CIO들은 안팎에 눈치 봐야 할 곳이 많다. 마이너스로 나온 성적표는 상위기관과 가입자 등에 좋은 먹잇감이다. 벤치마크(BM)를 상회했다는 점 등을 설명해도 변명처럼 들릴 수 있기에 조심스러웠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기관은 경찰공제회다. 지난해 주식과 채권 수익률은 각각 5%, 4.1%다. 전통자산을 포함해 모든 자산군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투자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올 2월 경찰공제회의 자금운용 성과가 공식 발표되기 전 관련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국내 연금·공제회 관계자를 만나면 경찰공제회가 화제에 올랐다. 그들은 "경찰공제회가 주식 운용에서 플러스 수익을 냈다던데 어떻게 된 것인지 아느냐"며 기자를 취재(?)하기도 했다. 당시 경찰공제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놀라움과 부러움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렇게 대다수 기관의 주목을 받았던 경찰공제회가 다시 한번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년간 자금운용 부문을 이끌었던 한종석 금융이사의 연임 무산때문이다. 한 이사는 연임 의지를 내비쳤지만 대의원회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대의원회가 한 이사의 추가 임기를 동의하지 않은 정확한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대의원회도 나름의 명분이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일각에서는 한 이사가 지나치게 낮은 주식 자산 비중을 높여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자산 구성을 추구한 점을 거론하는 관측이 있다.
이번 결정을 보며 한국의 기관투자가에서 CIO가 어려운 직책이라는 점을 여실히 깨닫게 된다. 한 이사처럼 숫자를 통해 증명하고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물론 경찰공제회 역시 다른 기관처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CIO 한 명의 개인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조직이 아니다. 한 이사가 퇴임한다고 자금운용 전반이 흔들리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신임 CIO로서는 큰 부담을 안고 시작할 가능성이 큰 점이 문제다. 전임자가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연임에 실패했다는 사실은 후임자의 어깨를 무겁게 할 수 있다.
앞으로 경찰공제회는 새로운 CIO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안팎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노련함을 발휘해야 한다. 또 자금운용 전문가들이 오랜 기간 자리 잡을 수 있는 기관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지 못하면 숫자로 실력을 입증한 베테랑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나야 하는 기관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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