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디스카운트 진단]HD현대그룹, 업황이 뒷받침한 주가⑥위엔 HD현대, 아래엔 현대중공업…조선업 부활 수혜 4사가 나눠 누려
조은아 기자공개 2023-07-28 07:29:44
[편집자주]
IMF 외환위기 이후 투명 경영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기업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지주사 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많은 장점 이면에 존재하는 잠재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주사는 만년 저평가주로 통한다. 태생적 한계와 국내 지주사 체제의 특수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벨이 주요 지주사 주가의 흐름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6일 11: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그룹은 지주사뿐만 아니라 중간 지주사도 2개를 두고 있는 '옥상옥'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주사인 HD현대 아래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사이트솔루션이 각각 조선 부문과 건설기계 부문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다. 상장사이자 중간 지주사며 위엔 상장사인 모회사를, 아래엔 상장사인 자회사를 두고 있다. 그룹 내 조선 3사를 모두 아래에 거느리고 있는데 이 중 2곳이 상장사다. 말그대로 상장사에 둘러싸인 상장사다.
자연스럽게 중복 상장에 따른 디스카운트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만 지난해 이후 한국 조선업이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디스카운트를 어느 정도 이겨내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지주사 HD현대는 만년 저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래 알짜 자회사를 여럿 거느리고 있지만 기업공개(IPO)가 시간문제인 탓에 자회사들의 선전이 주가 상승 동력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2개에서 8개로…급격히 늘어난 상장사
HD현대그룹 상장사는 현재 모두 8개다. 2019년까지만 해도 5개였으나 2022년까지 3년 동안 3개나 늘었다. HD현대인프라코어를 인수했고 HD현대에너지솔루션과 HD현대중공업이 상장했다.
시선을 2016년으로 돌리면 상장사 수는 2개로 줄어든다. 당시만 해도 그룹에 상장사가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밖에 없었다. 불과 6년 만에 상장사 수가 4배나 증가한 셈이다.
배경엔 지배구조 개편이 있다. 길었던 불황으로 조선사들이 모두 움츠렸던 시기 HD현대그룹은 미뤄뒀던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했다.
2016년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AS부문과 태양광부문을 물적분할해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그린에너지를 새로 만들었고 2017년 현대중공업을 4개 법인으로 나눴다. 조선·해양 사업을 하는 현대중공업은 존속법인으로 두고 신설법인으로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3개사를 설립했다.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가 됐고 나머지 3개 회사는 그 자회사로 편입됐다. 4개사 모두 상장이 유지됐다. 그룹 내 상장사가 2개에서 5개로 한번에 늘어나는 순간이었다.
이후 2018년 3월 현대로보틱스의 이름을 현대중공업지주로 바꾸면서 지주사 체제로 완전히 전환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후 HD현대로 간판을 다시 바꿔단다.
2019년에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도 만들었다.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한국조선해양을 세웠고 한국조선해양은 상장, 현대중공업은 비상장으로 남았다.
이후 순차적으로 계열사 IPO가 이뤄졌다. 2019년 11월 현대그린에너지가 사명을 현대에너지솔루션으로 바꾼 뒤 상장했고, 2021년 현대중공업도 증시에 데뷔했다. 같은해 두산인프라코어가 HD현대그룹 품에 안기면서 상장사가 모두 8개로 늘었다.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간 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새로 세웠지만 상장하지는 않았다.
◇상장사로 둘러싸인 한국조선해양
이 과정에서 HD현대그룹 역시 중복 상장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그룹의 핵심 HD현대중공업이 마지막 IPO 주자로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미 모회사 HD한국조선해양이 상장해있었고 HD한국조선해양의 모회사 HD현대 역시 상장사였기 때문이다.
그룹 역시 이같은 우려를 인식해 속전속결로 IPO를 마무리했다. 연초 연내 상장이라는 계획을 못박았고 실제 연내 상장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물론 IPO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HD현대중공업으로선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 당시 주식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고 조선업 역시 오랜 불황을 벗어나 점차 살아나고 있던 만큼 적기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화했다. HD현대중공업이 상장한 2021년 9월17일 HD한국조선해양 주가는 10.97% 급락했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이 보유한 또 다른 조선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도 IPO 준비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다만 HD현대그룹은 현재로선 현대삼호중공업의 IPO 계획은 일단 접어둔 것으로 전해진다.
◇3개사가 나눠누린 조선업 슈퍼 싸이클 수혜
다행스럽게도 국내 조선업은 10년 가까운 불황을 딛고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는 전 세계 발주량의 40%에 가까운 453억달러(약 57조5808억원) 규모를 수주했다.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4%포인트 높은 37%를 기록했다. 2018년 이후 최대 점유율이다.
주가에도 활기가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대형 조선사 주가가 올들어 매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의 올해 주가 상승폭을 살펴보면 한화오션이 143%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HD한국조선해양이 79%, 삼성중공업이 67%를 각각 보였다.
다만 온도차는 있었다. 실제 조선업을 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의 상승률은 22%였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12% 주가가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업황 호조에 따른 수혜를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그리고 나아가 맨 윗단에 있는 HD현대까지 나눠서 누린 셈이다.
HD현대 주가는 어떨까. HD현대 주가 역시 저평가된 지 오래다. 올들어 그룹 내 상장사 8곳 가운데 HD현대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HD현대의 주가 상승률이 9%대로 가장 낮았다.
HD현대는 2017년 5월 인적분할 이후 재상장했는데 같은해 8월 역대 최고가인 48만원대를 찍었다.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초 유통주식 수 확대를 위해 5분의 1 액면분할을 결정했고 현재 주가는 6만원대 초반을 보이고 있다. 액면분할 전 기준으로는 30만원대 초반이다.
HD현대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글로벌서비스, HD현대로보틱스 등의 알짜 비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다만 이들 회사 모두 프리IPO로 자금을 조달받았다. IPO가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는 추진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만년 저평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미 HD현대글로벌서비스의 경우 IPO 준비에 착수한 단계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상장에 성공한다면 최소 2조~3조원의 시가총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나머지 회사들 역시 멀지 않은 시기 IPO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무려 IPO 삼수에 도전했으나 시장 악화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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