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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호 미래는]금융지주에선 가능하고 포스코에선 불가능한 것④포스코와 CEO 선임 절차 비슷한 KT 홍역…선진 지배구조 TF 역할 주목

조은아 기자공개 2023-07-31 07:37:08

[편집자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임기 막바지 '레임덕'에 빠질 법도 하지만 되려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새정부 출범 이후 내내 따라붙었던 중도 하차 가능성 역시 이같은 기세에 어느 정도는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타이밍도 좋았다. 마침 불어닥친 2차전지 열풍으로 그룹 시가총액이 1년새 2배 가까이 뛰며 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더벨이 2기 막바지를 지나고 있는 최정우호를 진단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7일 17: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유분산 기업'이란 지분이 분산돼 있어 지배주주가 없는 회사를 말한다.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다. 우리나라에선 KB·신한·하나·우리 등 금융지주와 KT, 포스코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주인이 없는 만큼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른다. 포스코 역시 최근까지만 해도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중도 하차설이 정설처럼 여겨졌다. KT는 현재진행형이다. 두 차례 최종 CEO 후보가 중도 하차하면서 수장 공백 사태를 반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지배구조가 가장 선진적이라는 금융지주는 어떨까. 여기선 되려 CEO의 장기 집권이 문제가 된다. 기본적으로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최정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11월부터 사실상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는데 잡음 없이 차기 회장을 선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정우 회장 3연임…현실적으로 가능할까

CEO를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 기준은 실적과 주가다. 두 가지 측면에서 최정우 회장은 합격점을 받아들었다. 2차전지 광풍이라는 다소 비정상적인 열기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지만 그룹 시가총액이 임기를 갓 시작했던 5년 전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 들어 주요 계열사의 실적도 순항하고 있다.

이번이 첫 임기였다면 사실상 연임 도전은 물론 성공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없을 수준이다. 다만 최 회장은 이미 5년이라는 기간 포스코그룹의 수장을 지냈다. 역대 포스코그룹에서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사람은 이구택 전 회장으로 6년을 지냈고 그 다음으로 정준양 전 회장으로 5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현재로선 최 회장이 자격에서 크게 문제가 될 건 없다. 포스코홀딩스 정관에 연임을 제한하는 그 어떤 조항도 없다. 일부 금융지주에서 70세로 회장 나이 제한을 둔 것과 달리 나이제한 역시 없다. 최 회장은 1957년생으로 현재 66세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사진=포스코홀딩스>
◇KT와 포스코, CEO 선임 절차 공통점과 차이점은?

문제는 절차다. 사실 절차의 투명성만 보장된다면 최 회장의 3연임이 문제될 건 없다. '오래 했다' 혹은 '너무 오래한다'는 사실 자체가 3연임을 막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포스코홀딩스 CEO를 선임하는 과정은 다른 곳보다 다소 불투명하다. 그간 포스코그룹이 외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KT의 사례처럼 절차를 문제삼기 쉬운 구조라는 의미다.

CEO 선임 과정은 크게 두 단계다. 새로운 회장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포스코 승계 카운슬(Council)'을 구성하고 여기에서 회장 후보군을 추린다. 그런 다음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이 중 최종후보 1인을 추린다. 이후엔 주주총회라는 형식적 절차만 남는다.

이 과정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둘 모두 상설 조직이 아니고 CEO 선임 때에만 만들어지는 한시적 조직이기 때문에 사업보고서 등에서도 활동 내역을 알 수 없다.

KT는 어떨까. KT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됐다. 지배구조위원회가 CEO 후보를 선정하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최종후보를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역시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이같은 구조는 결국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깜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잇달아 2명의 CEO 후보가 중도 하차해야 했다.


◇연임으로 가는 지름길 '연임우선심사제도' 폐지될까

KT는 결국 CEO 선임 절차를 대거 손질했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상설 위원회로 전환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통합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KT는 현재 CEO를 공개모집으로 뽑고 있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외부 자문단의 의견을 참고해 지원자(롱리스트) 가운데 심층면접 대상자(숏리스트)를 선정한 뒤 다시 이들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심층면접 대상자를 공개한다는 점이다. 전체 후보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심층면접 대상자는 공개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정'과 '투명'에 초점을 뒀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롱리스트는 물론 숏리스트도 공개하지 않는다. 후보자 개인의 명예와 공정성을 제고하고 불필요한 외압 가능성, 후보 간 갈등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KT는 연임우선심사제도도 폐지했다. 현직 CEO가 연임의사를 밝히면 이사회가 우선 이를 심사하는 제도다. 사실상 연임에 도전하면 경쟁자 없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포스코그룹도 비슷했다. 현직 회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의사를 밝힐 경우 따로 CEO 후보를 추리는 절차 없이 심사로 직행했다. 최 회장은 2020년 11월 전임 회장들보다 한달 정도 일찍 이사회에서 연임의사를 밝혔는데 이후 바로 위원회가 꾸려져 심사에 들어갔다. 한 달 뒤 순조롭게 연임에도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적임자가 있을 가능성은 아예 배제됐다.

최 회장은 앞서 3월 열린 정기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밝혔다. 당시 주총 이후에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선진 지배구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말했는데 아직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임이 상시화된 금융지주는 무엇이 다를까

금융지주에선 연임이 어느 정도 당연시된다. 한번 회장에 오르면 강산이 바뀔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도 자연스럽다.

현재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 KB금융지주에서도 윤종규 회장은 자타공인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다. 2020년 3연임을 확정한 이후부터 윤 회장의 4연임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윤 회장이 4연임에 성공할 경우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세 번째로 4연임에 성공한 금융지주 회장이 된다.

굳이 4연임까지 가지 않아도 금융지주 회장들은 최소 연임까지는 어느 정도 보장을 받는 분위기다. 같은 '주인없는 기업'임에도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이 비교적 쉬웠던 이유는 뭘까.

우선 금융회사의 특수성에서 찾을 수 있다. CEO가 단기 실적을 쫓을 경우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임에 다소 관대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절차가 다른 곳보다 투명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금융지주는 투명성과 공정성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CEO 후보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아직 윤 회장의 임기가 한창일 때에도 KB금융지주에선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8차례나 열렸다. 이밖에도 매년 발간하는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통해 관련 위원회의 역할과 권한, 활동내역 및 평가 등 상세한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각종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신들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사회를 꾸려 이른바 '참호'를 구축했다는 논란도 꾸준히 불거진다. 이들이 연임 과정에서 거수기를 자처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나온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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