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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행, 울산시 '사명 변경' 요구에 좌불안석 특정 도시 강조하면 '수도권 진출' 흐름 역행…모르쇠 하자니 시금고 뺏길까 불안

최필우 기자공개 2023-08-03 08:06:12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2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NK경남은행이 내부적으로 사명 변경 검토에 착수했다. 울산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서 사명에 울산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 지역은 광역시 승격으로 경상남도와 분리된 이후 꾸준히 경남은행 사명 변경을 요구해 왔다.

경남은행은 난처한 입장이다. 새 사명에 특정 지역명을 추가하는 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논의가 한창인 금융권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모르쇠로 일관하자니 울산시금고를 시중은행에 빼앗길까 노심초사 해야 하는 상황이다.

◇BUK경남은행? 실현 가능성은 '글쎄'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은행은 최근 사명 변경 안건 논의에 한창이다. 기존 사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울산 지역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사명을 고심하고 있다.

울산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서 경남은행에 사명 변경을 요구하는 건 예수금과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부산은행 영업이 부산 지역 중심으로 이뤄지듯 경남은행은 울산 의존도가 높다. 울산이 1997년 광역시로 승격하면서 경남에서 분리됐으니 사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사명을 BUK경남은행으로 바꾸자는 견해도 나온다. 그룹명인 BNK가 부산(B)과 경남(K)을 아우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BUK(Busan·Ulsan·Kyungnam)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BNK금융지주 자회사인 경남은행 입장에서 그룹명에 손을 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명 변경에 대한 신중론도 있다. 50년 넘게 유지된 사명을 바꿀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구은행의 경우 시중은행 전환을 결정하고 수도권 진출에 힘을 싣기로 하면서 사명 변경 필요성이 생겼지만 경남은행은 경영 방침에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울산 외 경남권에서 반발만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오히려 경남은행이 꾸준히 추진해 온 수도권 진출 정책에 역행하는 선택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경남은행은 최홍영 전 행장 재임 기간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과 수도권을 동시에 공략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친 바 있다. 특정 도시명을 사명에 반영할 정도로 지역의 눈치를 살피면 앞으로도 전국구 은행으로 거듭나기 어려울 것이란 평이다.

◇울산시금고 시중은행에 뺏길라

금융권과 울산 외 지역에선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지만 경남은행은 사명 변경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최근 울산시금고 지정 절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경남은행은 현재 울산시 1금고를 맡고 있다.

지방은행에게 시금고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지역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고 제 1은행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종의 훈장이다. 시금고 유치 만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시금고라는 사실 만으로 해당 지역의 법인과 개인 고객을 유치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최근 시중은행이 지방 기관 영업에 한창인 것도 경남은행 입장에선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광주은행을 제치고 조선대학교 주거래 은행으로 선정돼 지역 사회를 놀라게 했다. 하나은행은 회장과 행장이 나서 영남권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산시에 미운털이 박히면 경남은행도 1금고 지위를 장담할 수 없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최근 울산시금고 지정 절차가 시작되면서 사명에 울산을 넣으라는 요구가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과거 하나은행이 외환은행과 통합 후 사명 앞에 KEB를 붙였던 사례를 참고해 절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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