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에이치엔, 신사업 '환경' 벗고 '2차전지' 이동 전해액 첨가제 시장 진출, 에코프로비엠 시너지 예상…천보 점유율 양분 가능성
조영갑 기자공개 2023-08-07 09:52:47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09: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이 2차전지 전해액 첨가제와 양극재 첨가물인 도펀트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환경관련 위주 사업에서 축을 이동해 그룹사 주력인 2차전지 소재사업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4일 에코프로그룹은 지주사 에코프로를 비롯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과 신사업 추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에코프로는 올 1분기 분기매출 2조원 고지를 넘어선 데 이어 올 2분기에도 매출 2조172억원, 영업이익 1703억원을 기록하면서 선방했다. 에코프로의 자회사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은 2분기 565억원의 매출, 1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의 이목이 쏠린 대목은 에코프로에이치엔의 신사업 진출 선언이다. 에코프로그룹은 3일 실적과 겸해 공개한 신사업 계획에서 "가족사와의 밸류체인 확대를 위해 리튬염 등을 활용해 전해액 첨가제를 생산할 예정"이라면서 "공정 중 양극재가 담기는 용기인 도가니(Sagger)와 양극재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한 첨가물 도펀트(Dopant)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화갑 또는 도가니라고 불리는 제품은 2차전지 소재 공정 중 양극재가 담기는 용기다. 일종의 소모품인데 단가가 비싸 매출원가를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도가니를 직접 생산해 에코프로비엠 등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부가 매출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소재와 공정 효율을 끌어올려 현재 제품대비 사용횟수를 50~100%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도펀트는 양극재 첨가물로 2차전지 내에서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끌어올는 물질이다. 현재 일본 등 외산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을 내재화, 외산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으로 그룹사 생산효율을 올리고, 국산화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복안이다.
방점은 전해액 첨가제에 찍혀 있다. 현재 2차전지의 대세를 이루는 리튬이온전지의 전해질은 액체 용매의 '전해액'으로, 전해질염(40%), 첨가제(30%), 유기용매(30%)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첨가제는 전체 전해액 내에서 볼륨이 크지는 않지만,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고마진 제품이다. 표면보호층 보호막을 형성하고, 에너지 밀도 및 안전성, 배터리 수명향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리튬이온전지의 전해액 첨가제로는 주로 LiPF6이 쓰이지만, 고성능과 긴 수명이 요구되는 전기차에는 LiPF6에 LiFSI(F 전해질), LiPO2F2(P 전해질), LiDFOP(D 전해질), LiBOB(B 전해질)등을 소량 추가해 사용한다. 일본의 미쓰비시화학(Mitsubishi Chemical) 등이 물질특허를 장악하고, 상용공급은 중국업체가 주도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전해액 첨가제 양산에 돌입하면 회사의 체질은 물론 국내 첨가제 공급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에코프로와의 인적분할을 통해 출범한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에코프로가 2차전지 사업을 확장하기 전 사업인 환경기술을 토대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클린룸 필터와 산업현장의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 온실가스 감축 솔루션 등으로 지난해에만 218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에코프로 초기 에코사업의 정통성을 보유한 기업이지만, 현재 그룹사 주력사업과는 다소 궤를 달리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신사업 진출을 통해 2차전지 섹터 내에서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회사는 15~18% 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첨가제 사업은 이보다 이익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관계사인 에코프로비엠과의 시너지를 높이는 동시에 그룹사 내에서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그룹사의 주포인 에코프로비엠은 양극활 물질 외에 전해액 사업을 별도로 영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미 국내외 배터리사에 탄탄한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공급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해액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쇼티지(shortage) 구간을 앞두고 있다.
현재 코스닥 섹터 내에서 천보와 엔켐(광무) 등 주요 전해액 제조사가 첨가제 생산에 나선 가운데,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그룹사를 등에 업은 에코프로에이치엔이 첨가제 양산에 나서면 시장의 각축이 뜨거워 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7년 'F전해질' 첨가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한 천보와의 경쟁이 예상된다. 천보는 올 1분기 272억원의 관련 매출을 기록했다. 엔켐과 광무는 현재 CAPEX(자본지출) 투자를 통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여기에 전해액의 주원료인 리튬염까지 직접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혀 리튬염-첨가제 파이프라인에 투자를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진입 장벽이 높은 전해액 사업을 우회해 원료, 첨가제(P첨가제) 사업부터 우회해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지난 5월 CAPEX 투자를 결정하고, 금융권 차입 방식으로 1353억원을 조달해 충북 진천군 일대에 제2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2분기 반도체용 필터, 클린룸 솔루션이 반도체 업황 불황으로 다소 위축됐지만 향후 미세먼지 부문에서 사업 확대가 예상된다"면서 "2차전지 재료사업의 참여를 통해 그룹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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