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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진' 사명 바꾸고 이사진 물갈이…HLB 색채 짙어진다 새 대표에 장인근 HLB 사장, 이사진 전면 새 인물로…체질개선 가속화

차지현 기자공개 2023-08-09 13:27:26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15: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치엘비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분자진단 기업 파나진이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했다. 이사진도 전면 교체했다. 그룹 출신 인사로 이사회를 꾸리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사명에 에이치엘비를 추가하며 그룹 정체성 강화에도 나섰다.

파나진은 그룹 내 진단 사업과 시너지를 모색해 체질개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HLB생명과학 메디케어사업부 등이 해외 대형 진단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에 더욱 속도가 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변신 첫 단추 사명 변경, 수장·이사진도 전면 교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파나진은 3일 최대주주를 창업자 김성기 전 대표에서 에이치엘비로 변경했다.

앞서 6월 에이치엘비, 에이치엘비바이오스텝, 에이치엘비테라퓨틱스, 에이치엘비인베스트먼트, 에이치엘비이노베이션 등으로 구성한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완료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을 마무리했다.

이날 이사회를 열고 사명도 바꿨다. 새 이름은 '에이치엘비파나진'이다. 사명에 에이치엘비를 붙여 그룹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수장은 물론 이사진도 전면 교체했다. 에이치엘비 바이오 사업을 이끌었던 장인근 바이오전략기획본부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2003년 그룹에 합류해 에이치엘비 항암신약 '리보세라닙' 임상 및 상업화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후속 파이프라인 발굴 등 전략 업무도 맡았다.

이사회 구성원은 기존 7명에서 8명으로 늘었다. 3월 말 기준 사내이사4명·사외이사 3명이었던 이사회 구성도 사내이사6명·사외이사 2명으로 재편했다. 기존 경영진이 모두 물러났고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회에 새 인물이 포진했다.


△장 신임 대표 △진양곤 에이치엘비그룹 회장 △손도국 에이치엘비아이오스텝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 △심경재 에이치엘비 대외협력팀 상무 △조용호 에이치엘비생명과학 메디케어사어무 사장 △박재진 파나진 연구소장 등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박 연구소장을 제외한 사내이사 전원을 그룹 출신 인물로 채운 셈이다.

김 전 대표가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소액주주와 장기간 갈등을 겪어왔다. 김 전 대표가 자사의 핵심 기술을 부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진단 기업으로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이후 힘을 모아 최대주주에 오른 소액주주연합이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승리하면서 그를 대표에서 해임했다. 다만 해임 이후에도 사내이사직은 유지해 왔다. 이번 이사진 교체로 창업 22년 만에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현재 파나진 지분 9.97%는 그대로 보유 중이다.

이 밖에 사외이사 자리엔 이점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과 신성재 연세대 미생물학 교수를 앉혔다. 또 이사회 내 ESG경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등을 둘 수 있단 조항도 신설했다. 경영권 분쟁을 끝낸 뒤 안정화가 중요한 상황에서 투명한 경영을 이어가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술력 탄탄 파나진, 그룹 내 계열사 시너지 기대

파나진은 그룹 내 사업부 및 계열사와 시너지를 모색해 체질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2020년 이후 수익성이 지속해서 악화하는 추세다. 2020년 51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42억원, 지난해 16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엔 외형도 축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156억원)보다 9%가량 줄어든 141억원이었다.

인공 유전자인 펩타이드 핵산(PNA) 기반 진단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 PNA는 유전자 정보(DNA)와 강하게 결합하고 염기서열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능력을 보유, 진단연구에 적합한 소재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PNA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했다.

특히 동반진단을 앞세워 입지를 키우는 중이다. 약물이 잘 들을 환자를 선별하는 기술이다. 표적항암제 개발이나 처방 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6월 자체 개발 '파나뮤타이퍼 R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처방을 위한 EGFR 돌연변이 보유 환자를 가려낼 동반진단기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했다.


그룹 내 진단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부나 계열사가 글로벌 대형 기업을 고객사로 둔 만큼,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단 분석이다. 에이치엘비 헬스케어사업부의 경우 미국 애보트그룹의 진단기기 공급 기업으로 선정됐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의 메디케어사업부도 로슈, 애보트 등과 영업 관계를 맺고 있다. 리보세라닙 허가 이후를 위한 동반진단기기를 공동 개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룹 입장에선 에이치엘비 바이오 생태계(HLB Bio eco-System·HBS)가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개발(R&D) 단계부터 제조, 상업화에 이르기까지 신약개발 과정 전주기를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기존 진단기기 하드웨어 생산능력에 파나진 인수로 유전체 분석기술 소프트웨어가 더해져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다.

장 신임 대표는 "HLB그룹에 편입돼 80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확보했고 미국 계열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 글로벌 진단 사업 확장과 함께 PNA를 활용한 신약 개발 사업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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