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현의 태양광]화학 '한우물' 판 OCI, 반전 이끈 폴리실리콘 도전①공급과잉 내다본 이우현, 업황 악화 난관에 해외로 생산시설 조정
김동현 기자공개 2023-05-22 07:32:27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17일 15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의 올해 역점 과제 중 하나는 지주사 체제 전환의 완료다. 1959년 동양화학으로 시작한 OCI가 재계순위 30위권으로 성장한 데에는 사업의 모태인 기초·정밀화학 부문이 뒷받침했다. 여기에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태양광 사업까지 호조세를 띠며 전체 사업을 큰틀에서 관리할 지주사 체제 도입의 필요성이 커졌다.태양광 사업이 기초·정밀화학 사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할 때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역할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과거 태양광 불황기 속에서도 사업의 끈을 놓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회장의 신사업 추진 의지가 있었다.
OCI는 3세 경영인인 이 회장의 OCI홀딩스 체제에서 새로운 태양광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사업회사 OCI가 기존 화학 사업에 집중하는 대신 OCI홀딩스는 전체 태양광 투자를 지휘하며 글로벌 확장을 노린다. 여기에는 과거 '제2 창업' 수준의 사업 전환을 이끌었던 이 회장의 의지가 다시 한번 반영됐다.
◇기회와 위기 '공존' 예상한 폴리실리콘 신사업
OCI의 태양광 사업은 2006년 폴리실리콘 시장에 뛰어들기로 하며 시작됐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이어지는 태양광 밸류체인 가운데 가장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산업은 당시 유럽·미국 등 선진국의 소수회사만 생산이 가능한 높은 기술장벽이 있는 곳으로 여겨졌다.
이미 기초·정밀화학 사업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졌던 OCI는 연구조직을 꾸려 자체적인 원천기술 확보에 성공했다. 2년여의 상업화 노력 끝에 2008년 생산능력 5000톤 규모의 군산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하며 폴리실리콘 시장에 발을 디뎠다.

OCI가 폴리실리콘 시장에 진출하던 시기만 해도 기후변화에 따른 글로벌 이산화탄소 감축 계획으로 태양광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이에 OCI는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신공장 투자를 지속하며 2010년에는 생산능력이 2만7000톤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국을 중심으로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하나둘 늘어가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OCI 사업총괄이던 이우현 부사장은 2010년 기업설명회에서 "향후 상당 기간 공급과잉 상황도 가능하다"고 전망하며 신사업에 대해 마냥 낙관하지 않았다.
대신 태양광으로 서서히 움직이는 에너지 시장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며 "익사이팅한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난관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태양광 시장에 진입한 OCI에 신사업은 위기이자 기회라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실제 2010년대 들어 중국산 저가 공세가 이어지며 태양광의 가장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꾸준히 하락했다. 2014년까지 ㎏당 20달러를 유지하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이듬해 ㎏당 15.90달러로 전년 대비 25%나 감소했고 2019년 8.54달러까지 떨어지며 10달러선도 무너졌다.
◇업황 악화에 사업재조정, 해외 보폭 넓히며 '반전' 성공
고 이회림 동양화학(현 OCI) 창업자의 손자인 이우현 회장은 1992년 대학(서강대 화학공학)을 졸업하고 2005년 OCI에 합류하기 전까지 인터내셔널 로우 머티리얼,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톤(CSFB), 서울Z파트너스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재무·투자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부친 고 이수영 회장의 권유로 바로 OCI에 합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 키운 사업 역량은 태양광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하며 OCI가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앞서 사업총괄로 재직하며 태양광 업황 악화를 내다봤던 이 부사장은 2013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올라서며 사업 조정을 추진했다.
일단 국내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는 2015년(5만2000톤) 3공장을 끝으로 마무리했고 2017년 인수한 말레이시아 공장을 중심으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시설을 재정비했다. 기존에 추진하던 4공장(2만톤), 5공장(2만4000톤) 증설 계획을 중단하고 급기야 2020년에는 군산공장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도 종료하기로 했다.
대신 전체 폴리실리콘 사업을 국내(반도체용)와 말레이시아(태양광용)로 이원화해 군산 설비를 말레이시아로 옮겨 해외 생산역량을 키웠다. 폴리실리콘 생산원가를 좌지우지하는 전기료 부담이 덜한 말레이시아에 생산을 집중해 원가 경쟁력을 살리겠다는 판단이었다. 인수 당시 3만톤 규모이던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은 현재 3만5000톤까지 올라왔다.
태양광 업황 악화에도 사업을 전면 중단하지 않고 생산시설을 재조정하며 사업을 이어온 당시 결정은 지금의 OCI가 화학기업이 아닌 친환경 태양광 기업으로 인식되는 계기로 이어졌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2019년 ㎏당 8.54달러를 끝으로 상승 반전하며 지난해 기준 35.01달러까지 치솟았다.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수요 증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른 에너지난이 맞물린 결과다.
현재 OCI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 기업으로 꼽히며 OCI홀딩스를 중심으로 현지 사업범위를 넓히고 있다. 태양광의 쌀인 폴리실리콘 생산은 말레이시아에 집중하고 미국에서는 현지 법인의 모듈 생산능력을 기존 210MW에서 1GW로 확대하는 등 투자가 이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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