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리츠는 지금]SK하이닉스 수처리센터 인수 '가보지 않은 길'①자금 조달 방안에 시선 집중, 담보대출·전단채·상환우선주 등 다양한 구상
정지원 기자공개 2023-08-11 07:26:45
[편집자주]
SK리츠가 리츠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분위기다. 자산 규모만 1조1000억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 이천 수처리센터 편입 추진 소식을 알리면서다. 성사되면 '업계 최초 산업시설 투자 리츠'란 타이틀을 갖게 된다. 다만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리츠 업계에선 SK리츠가 투자 섹터를 넓히는 행보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많다. 반면 SK리츠 투자자 사이에서는 SK하이닉스 지원을 위해 무리한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둘러싼 SK리츠 안팎의 상황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0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리츠의 SK하이닉스 이천 수처리센터 편입 추진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크다. 일단 리츠의 산업시설 투자는 전례가 없는데 그 최초 사례를 SK리츠가 쓰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1조2000억원으로 상당 수준이란 점도 눈에 띈다. SK리츠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투자다.가보지 않은 길인만큼 다양한 우려도 나온다. 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투자금을 과연 어떻게 모을 것인지에 쏠려 있다. SK리츠는 타인자본 위주로 돈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유상증자를 우려하는 주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는데 만만찮은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리츠의 고민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입 위주 조달…리츠 최초 상환우선 증자도
SK리츠가 SK하이닉스 이천 수처리센터 편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최초 SK하이닉스 측의 자산 매각 발표 이후 SK리츠의 IR 부재에서부터 주주들의 의구심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에 SK리츠운용은 지난달 말 신규 매입 자산을 소개하고 투자 구조 및 기대 효과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첫 번째 해결 과제는 자금조달이다. 이천 수처리센터는 매입금액만 1조12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각종 수수료 등을 포함한 부대비용과 예비비로 700억원을 추가 책정했다. 총 투자비 1조1900억원만큼의 재원을 모아야 한다.
SK리츠는 물론이고 상장리츠가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한번에 1조원 이상을 조달하는 첫 사례다. 이번 신규 투자 자산은 수처리센터 4개동 및 온도저감동을 포함해 총 5개동이다.
지난해 SK U-타워와 종로타워를 연이어 매입하며 3조1000억원대까지 덩치를 키웠다. 각각 자금조달 규모는 5800억원, 6800억원 정도였다. 이번에는 평소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을 단번에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투자 구조 및 자금 조달 계획 얼개는 짜여진 상태다. 먼저 SK리츠는 자(子)리츠 '클린인더스트리리얼리츠(자리츠3호)'를 투자 주체로 설정했다. SK리츠운용은 지난 6월 말 자리츠3호를 설립하고 국토교통부에 영업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달 말 영업인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리츠3호의 조달 계획을 보면 △담보대출 6700억원(LTV 60%) △보증금 1400억원 △종류주 1000억원 △보통주 2800억원으로 구성됐다.
이 중 보통주 2800억원은 모(母)리츠인 SK리츠의 출자액이다. 자리츠3호의 증자에 SK리츠가 참여하는 식이다. 상장리츠인 SK리츠가 직접 유상증자 등을 추진하는 것과 다른 맥락이다. SK리츠운용 관계자는 "이천 수처리센터 편입과 관련해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때 SK리츠는 자리츠3호 증자에 투입될 2800억원을 전단채로 조달한다. 전자단기사채란 단기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미만 사채를 뜻한다.
총 투자비 대부분을 타인자본으로 조달한다는 의미와 맞닿아있다. 담보대출 6700억원과 전단채 발행을 통한 자리츠 투자분 2800억원을 합하면 9500억원 수준이다. 총 투자비 1조1900억원의 80% 정도다.
물론 증자도 일부 활용한다. 자리츠가 발행하는 종류주 1000억원을 상환우선주로 조달한다. 국내 상장리츠 최초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투자자는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최고 AA- 신용등급…조달 역량도 입증
차입 위주 조달 전략을 짠 데에는 자금조달에 관한 자신감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SK리츠는 국내 상장리츠 조달 전략 다변화 길을 열었다고 평가 받을 정도로 유연한 자금 확보 전략을 취해 왔다. 회사채, 전자단기사채, 전환사채(CB) 등을 골고루 활용하고 있다.
CB는 업계 최초로 발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종로타워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290억원의 CB를 찍었다. 앞서 같은 해 9월 이사회를 열고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각각 1500억원씩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을 손질했다.
이번 상환우선주 조달 역시 국내 상장리츠 중 첫 시도다. 회사채 조달의 경우 롯데리츠가 먼저 나선 바 있다. 롯데리츠의 신용등급은 A+다.
SK리츠의 각종 사채 조달금리는 높지 않게 책정되고 있다. 대기업 그룹을 스폰서로 두고 있는 데다 실제 신용등급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SK리츠는 국내 23개 상장리츠 중에선 유일하게 AA-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SK리츠의 올해 3월 말 사업보고서상 연내 만기를 앞두고 있는 공모회사채의 연 이자율은 5%대, 전단채의 연 이자율은 4%대로 나타났다. 연내 만기 예정인 단기차입금 연 이자율 3~6%대와 비슷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이다.
금리 부담이 크지 않은 만큼 이번 수처리센터 편입과 관련해서도 유상증자보다는 차입을 택하는 편이 낫다고 본 셈이다. 유상증자의 경우 주주가치 훼손 및 주가하락 우려가 커 투자자들의 저항이 심한 편이다.
다만 이번에는 전과 비슷한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존에 담았던 자산들은 핵심지역의 오피스 자산이었다. 반면 수처리센터는 자산가격 적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자산이라 대출 자체가 까다로울 것으로 봤는데 (투자 구조가) 의아하다"고 시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SK리츠운용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자리츠3호 영업인가를 획득한 뒤 본격적으로 자금조달을 추진한다. 이달 말 인가를 받고 다음 달 초에 매매계약 체결을 마무리 짓는다는 구상이다. 뒤이어 모리츠인 SK리츠의 자리츠3호 출자 승인 및 자금조달 관련 계약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같은 달 말에는 딜을 클로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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