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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을 움직이는 사람들]위기마다 드러난 차동석 CFO의 '구원투수' 본능②요직 등용문 ㈜LG 재경팀장 출신…올해 투자재원 마련·구조조정 '시험대'

정명섭 기자공개 2023-08-14 08:23:13

[편집자주]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최대 거래처인 중국이 자체 설비 증설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수요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수익성 개선 여력이 여의찮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 기업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LG화학도 예외는 아니다.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부문의 구조조정뿐 아니라 비핵심 자산 매각, 이차전지 소재, 바이오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2023년은 LG화학 경영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벨은 LG화학을 이끄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10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차동석 CFO(사장, 사진)는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입사 초기에 재무부서를 돌며 회계와 금융, 세무, 사업관리 등의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계열사 CFO 승진 코스인 ㈜LG 재경팀장 출신이다. 이후 서브원 CFO, LG화학 CFO를 차례로 역임하면서 회사가 직면한 난제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해 사장까지 승진했다.

올해 LG화학은 미래를 대비한 대규모 투자에 자금 조달, 재무관리, 사업구조 재편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차 사장이 구원투수 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입사 후 재무분야 두루 경험…계열사 CFO 보장된 '㈜LG 재경팀장' 출신

차 사장은 1963년생으로 경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LG화학 입사가 사회생활의 시작이다. 이후 약 12년간 회계와 금융, 세무, 사업관리 등의 부문에서 역량을 쌓았다. 차장이었던 2000년에 지주회사인 ㈜LG로 이동해 그룹의 곳간을 관리하는 데 일조했다.


상무로 진급한 시기는 차장 승진 후 9년 만인 2008년이다. 당시 ㈜LG 재경팀장이었던 정도현 부사장(현 희성그룹 부회장)이 LG전자 CFO로 이동하면서 차 사장이 빈자리를 메웠다.

㈜LG 재경팀장을 맡았다는 건 탄탄대로의 시작이나 다름없었다. 그룹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재무통을 중용해 온 LG그룹은 지주사 재경팀장을 주요 계열사 CFO로 보냈다. 이혁주 전 LG유플러스 CFO(현 고문자문역, 부사장)와 김홍기 LG생활건강 CFO(부사장)가 대표적이다.

다만 현시점에서 '㈜LG 재경팀장→계열사 CFO'는 유효한 공식은 아니다. 2018년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후에는 소속 계열사의 재경 임원이 CFO로 선임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차 사장은 재경팀장을 역임한 후 2014년에 서브원(현 D&O)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처음 CFO 직함을 달았다. 서브원은 LG그룹의 기업운영자재(MRO) 계열사다. 그만큼 그룹과 사업관계가 밀접하다. 지주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고 신뢰도가 높은 인물이 주로 서브원 CFO에 발탁된다. 차 사장이 서브원 CFO로 낙점된 건 단지 재경팀장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그룹과 관계가 원만했음을 보여준다.

서브원 CFO 재직 당시 대표적인 성과는 분할 후 매각이다. 2018년에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연 매출 80%가 내부 일감에서 나왔던 서브원은 MRO 사업을 분할하고 외부 지분 유치를 추진했다. 그해 12월 서브원은 MRO 사업부문을 신설법인 서브원으로 물적분할하고 존속법인은 S&I코퍼레이션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S&I코퍼레이션은 서브원 지분 60%를 어피너티에 매각했다.

◇2019년 LG화학 CFO 부임, 재무건전성·자금조달·LG엔솔 분할서 활약

차 사장이 친정인 LG화학의 CFO로 자리를 옮긴 건 2019년이다.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맡던 한상범 부회장이 사임하고 그 자리를 LG화학 CFO였던 정호영 사장이 채운 데 따른 후속인사였다. 당시 LG화학 CFO가 바뀐 건 4년 만이었다.

LG화학은 기존에도 LG그룹의 핵심 주력 계열사였지만 전기차 시장 확대로 이차전지 사업을 강화하면서 그룹 내 존재감이 커지고 있었다. 실제로 LG화학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보다 뒤진 약 25%였으나 순이익 비중은 44%에 달했다.

반면 재무 상황은 악화하고 있었다. 이차전지 사업 확장에 수조원대 자금을 쏟아부어 차입금이 역대 최대치로 오르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다. LG그룹 입장에선 LG화학 출신인 동시에 그룹 재무팀장, 계열사 CFO 등을 두루 역임한 차 사장이 구원투수로 적임자였다.

그는 부임 후 차입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에 전념했다. 취임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월에 9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성공했다. 그해 만기 도래 예정인 회사채 1200억원과 7711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상환하기에 충분한 액수였다.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확산된 후 회사채 시장이 침체된 것을 고려하면 선제적인 대응이었다는 평가다.

같은 해 10월에는 전지사업부(현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을 위해 주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당시 주주들은 신설 회사의 주식을 받을 수 있는 인적분할을 원했다. ㈜LG와 특수관계자가 보유한 LG화학 지분 34.17%를 감안하면 분할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차 사장은 시장과 계속 소통을 이어나갔다. 2022년까지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으로 주주들을 달랬다. 그해 김 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차 사장은 2021년 2월 1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양극재 설비 증설, 재생에너지 전환 등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당시 민간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중 규모가 가장 커 주목받았다.

2022년에는 가장 큰 과제였던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차전지 소재 투자 △미국 항암신약 개발사 아베오 인수 등을 주도하면서 회사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고유가와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 수요 둔화에도 재무 안정성을 유지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해 말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은 덕분이다.

◇ 올해 산적한 투자…재원조달·구조조정 '중책'

올해 차 사장은 앞에 놓인 과제는 신성장동력 투자와 사업구조 재편이다. 2025년까지 친환경 소재와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에 투자할 금액은 총 10조원이다. 특히 LG화학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양극재와 분리막 등 첨단소재에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하는 양극재 공장에 투자하는 금액만 총 4조원이다. 연내 분리막 사업의 북미 현지 투자도 확정할 계획이다.

차 사장은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글랜우드PE에 진단사업 부문을 1500억원에 매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차 사장은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업황 저하로 구조조정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저수익 범용 석유화학 사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을 담보로 2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투자할 곳은 산적한데 현금창출능력이 줄어들자 꺼낸 카드다. 이는 곳간 사정이 그만큼 녹록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차 사장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LG에너지솔루션 지분 매각설을 부인해왔다. 투자재원 마련에 사업구조 재편, 재무건전성까지 챙겨야 하는 차 사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관계자는 "차 사장은 사업전략에 대한 이해가 깊다"며 "재무건전성과 전략적 성과 관리 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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